전 세계 덮친 ‘이란 공습’ 후폭풍…유가·금값 들썩

전 세계 덮친 ‘이란 공습’ 후폭풍…유가·금값 들썩

환율 1460원선 돌파…안전 자산 선호에 금값도 ‘고공행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유가 공급망 ‘빨간불’
“한국 경제 타격, 주요국 중 최대”…성장률 1%p 증발 경고

기사승인 2026-03-03 17:45:20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으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국제 유가 급등과 달러화 강세가 맞물리면서, 한국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환율 1460원선 돌파…안전 자산 선호에 금값도 ‘고공행진’

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26.4원 급등한 1466.1원에 마감했다. 주간 종가 기준 지난달 9일(1460.3원) 이후 12거래일 만에 다시 1460원 선을 돌파한 것이다. 이날 환율은 장 시작과 동시에 22.6원 오른 1462.3원에 출발하며 장중 내내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개장가 상승 폭은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만에 최대치다.

전쟁 공포는 위험 자산 기피 현상으로 이어지며 금값을 끌어올렸다. 전날(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은 온스당 5311.9달러에 마감해 전 거래일보다 1.2% 상승했다. 장중 한때 2% 넘게 치솟았던 금값은 사태의 파급 효과를 예의주시하는 관망세가 유입되며 상승 폭을 일부 반납했으나, 여전히 고점을 형성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환율이 단기적으로 1400원대 후반까지 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이후 흐름은 전쟁 장기화 여부에 따라 엇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환율은 단기적으로 148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안전 자산 선호 심리로 달러 수요가 높아질 것이고, 고유가로 인한 한국 교역 조건 악화도 원화의 평가 절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이후에는 환율이 2분기 평균 1430원 내외까지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현대차증권도 이날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사태의 시장 영향 점검’ 보고서를 내고 “확전 우려로 인한 변동성 확대 이후 봉합이 된다는 기본 시나리오를 가정할 때 환율은 1430~1480원 범위 내에서 등락하겠다”면서도 “전쟁이 장기화하는 시나리오를 전제하면 1500원 상향 돌파 시도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유가 공급망 ‘빨간불’

국제 유가 역시 크게 요동쳤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서면서 유가 급등의 불씨를 당겼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5%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다.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UAE)·이란 등 주요 산유국의 수출 물량 대부분이 이 수로를 거친다. 실제로 이란 측이 해협의 사실상 폐쇄를 선언한 이후, 민간 선박 공격 사례까지 보고되면서 글로벌 선사들은 운항을 취소하거나 우회로를 찾고 있다. 공급 차질 우려가 유가 급등으로 직결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전날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은 장중 13% 폭등하며 82.37달러까지 치솟았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배럴당 71.2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단기 급등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다시 배럴당 80~100달러선을 위협하는 구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원유 수급을 중동에 의존해 온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은 산업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중동 리스크에 따른 유가 상승이 한국 경제의 성장 경로를 뒤흔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유가 상승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점검 및 2월 반도체 수출 호조’ 보고서에 따르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82달러 수준을 유지할 경우 한국의 올해 GDP 성장률은 0.45%p 낮아지고 내년에는 0.24%p 추가 하락할 전망이다. 같은 조건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0.60%p 오르고, GDP 대비 경상수지 비중은 2%p 이상 축소될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경제 타격, 주요국 중 최대”…성장률 1%p 증발 경고

특히 유가가 배럴당 10달러씩 오를 때마다 한국이 입는 충격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GDP 성장률 하락 폭은 한국이 대만에 이어 두 번째로 컸으며, 내년까지의 누적 효과를 감안하면 주요국 중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GDP 대비 경상수지 비중 역시 올해와 내년 모두 주요국 중 가장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가 배럴당 112달러까지 급등하면 올해 성장률 하락 폭은 1.07%p까지 확대된다.

이는 한국은행이 반도체 수출 호조를 반영해 제시했던 ‘2.0% 성장 전망’을 정면으로 위협하는 수치다.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크고 원유 의존도가 높아 유가 상승이 생산 원가 상승과 원화 약세 압력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원유 수입과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아 유가 상승이 성장률과 경상수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가장 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미·이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를 가정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재발 △환율 급등으로 인한 외환시장 불안 △글로벌 긴축 기대 재부상에 따른 금리 변동성 확대가 겹치는 ‘3고 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부는 국내·외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이상징후 포착 시 즉각 ‘100조원+α’ 규모의 시장안정프로그램을 가동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할 방침이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중동 상황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관계기관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양상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며 “중동 상황이 진정세를 보일 때까지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 회의를 매일 개최해 향후 상황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