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언급한 ‘싱가포르 부동산’ 정책…도대체 뭐길래 [알기쉬운 경제]

대통령이 언급한 ‘싱가포르 부동산’ 정책…도대체 뭐길래 [알기쉬운 경제]

기사승인 2026-03-04 06:00:18
서울 강북지역 아파트들의 모습. 쿠키뉴스 자료사진

이재명 대통령이 싱가포르의 국가 주도형 주택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전체 국민의 약 80%가 공공주택에 거주하는 구조를 통해 ‘집’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완화했다는 점에 주목한 것입니다.

이 대통령이 2일 싱가포르를 방문해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싱가포르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싱가포르 부동산 정책에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그는 “싱가포르와 대한민국의 유사점 중 하나는 좁은 국토에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점”이라며 “정말로 놀라운 점은 이 좁은 국토에서 엄청난 경제적 성장을 이뤄냈으면서도 주택 문제나 부동산 문제가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싱가포르식 부동산 정책에 관심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20년 경기도지사 재직 당시 그는 공공임대주택인 ‘기본주택’을 적정 가격에 공급해 싱가포르처럼 모든 국민이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주한 싱가포르 대사를 만나 “싱가포르 도시 정책에 대해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싱가포르 부동산 정책은 어떤 구조일까요. 전체 국민의 약 80%가 공공주택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민간 주택은 약 20% 수준에 그칩니다. 특히 주택 소유자의 약 90%가 해당 주택에 직접 거주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주택 건설과 공급은 우리나라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해당하는 주택개발청(HDB, Housing and Development Board)이 전담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80%가 공공주택에 거주할 수 있는 배경에는 강력한 토지 정책이 자리합니다. 싱가포르는 토지 수용을 통해 국토의 약 90%를 국유화했습니다. 공영개발 방식에 따라 공공이 토지 취득부터 개발, 건설, 분양에 이르는 전 과정을 책임집니다. 싱가포르 토지청(SLA)이 국가 소유 토지를 개발하면, HDB가 이를 시장가격으로 99년간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택지를 확보하는 구조입니다.

주택 공급 대상도 비교적 명확합니다. 싱가포르 시민권자 가운데 부부 또는 가족 단위 가구이면서 중산층 이하, 만 21세 이상인 경우 신청할 수 있습니다. 미혼 단독 가구는 만 35세 이상부터 가능합니다. 기본적으로 추첨 방식으로 분양하며 최대 두 차례까지 기회가 주어집니다. 신규 HDB 분양 주택은 5~10년의 의무 거주 기간이 적용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보조금 환수나 벌금 부과 등 제재를 받습니다. LH 토지주택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공급 가격은 3룸(전용면적 약 60㎡)이 3억~3억9000만원, 4룸(약 90㎡)은 4억~5억7000만원 수준입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유사한 방향의 제도 개편에 나섰습니다. 정부는 LH가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는 대신 직접 시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했습니다. 그동안 공공이 토지 수용을 통해 조성한 공공택지의 상당 부분을 민간에 매각하고 민간이 주택을 공급해 왔습니다. LH 직접 시행으로 전환되는 물량은 민간이 설계와 시공을 맡는 도급형 민간참여 사업 방식으로 추진해 설계·구조·브랜드 등에서 차별화를 꾀한다는 방침입니다.

정부는 이를 통해 기존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해 집값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구상입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LH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여의도 면적의 약 14배에 달하는 택지를 78조원 규모로 매각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싱가포르식 모델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적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는 도시국가라는 특수성이 있어 가능한 측면이 크다”며 “우리나라는 토지 소유권 구조가 달라 동일한 방식의 도입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만 우리나라 역시 LH가 직접 시행에 나서는 방식으로 제도를 보완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유림 기자
reason@kukinews.com
이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