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 격화로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돌파하자 한국은행이 긴급 점검에 착수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국제회의 참석 일정을 미루고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환율 급등락 배경을 집중 점검했다.
한국은행은 4일 오전 이창용 총재 주재로 ‘중동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전일 런던·뉴욕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락한 배경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당초 태국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결제은행(BIS)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환율 변동성이 커지자 일정을 미루고 회의를 주재했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날 야간거래에서 한때 1505.8원까지 치솟았다. 전일 대비 65.8원 급등한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방어선’인 1500원을 돌파한 것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다만 과거 위기와는 현 상황이 다르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한은은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일시적으로 넘기도 했지만 상황은 과거와는 달리 달러 유동성이 풍부하고 우리나라의 대외차입 가산금리 및 CDS 프리미엄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당분간 전개 양상에 따라 환율·금리·주가 등 금융시장 주요 가격 변수의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원화 환율·금리가 경상수지 등 국내 펀더멘탈과 괴리돼 과도하게 변동하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번 환율 급등은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간 전쟁 장기화 우려로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안전 자산인 달러화로 자금이 쏠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에너지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통화 가치가 절하된 점도 반영됐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공습 시작 전날인 지난달 27일(미국 현지시간) 배럴당 67달러에서 지난 2일 71달러로 6.0% 급등했다.
문제는 이 같은 불안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내 당국이 원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더라도, 대외 변수인 달러 가치가 계속 상승하면 고환율 환경이 불가피하다.
금융권에서는 환율이 단기적으로 1400원대 후반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지난해와 달리 이번에는 미국이 이란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하는 점에서 군사 충돌 장기화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주 환율 상단을 1480원으로 전망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 역시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에너지 수급 차질에 따른 악영향이 우려되며 원화 약세폭이 주요국 대비 확대됐다”며 “역외에서는 롱플레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수입 결제 수요까지 가세해 환율은 상승 압력이 우위를 보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