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이 갑자기 발차기를 날리고 춤을 추자 전시장 앞에 모여 있던 관람객들이 일제히 휴대전화를 들어 올렸다. 이어 로봇이 진열대의 물건을 집어 전달하는 시연까지 이어지면서 관람객들의 시선이 로봇에 집중됐다.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차이나 휴머노이드 컨퍼런스’에는 푸리에, 레주, 화웨이, 유니트리 등 중국 주요 로봇 기업들이 참여해 기술과 산업 전략을 소개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이날부터 사흘간 진행되는 ‘2026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AW 2026)’의 부대행사다.
행사의 키워드는 ‘체화 인공지능(AI)’이었다. 이는 AI가 현실 공간에서 보고 듣고 만지며 판단해 실제 행동까지 수행하는 기술을 뜻한다. 발표자들은 휴머노이드가 체화 AI의 대표 활용처라고 입을 모았다.
“연 10만대도 거론”…中 휴머노이드, 연구실 벗어나 상용화로
신형관 중국자본시장연구소 대표는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이 연구실 단계를 넘어 양산과 상용화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지난해 중국 휴머노이드 생산량이 최소 1만3000대에서 많게는 2만5000대에 달했고 올해는 2만8000대에서 6만500대까지 전망된다”고 밝혔다. 심지어 업계에서는 연 10만대 생산까지 거론된다고 했다.
생태계 규모도 강조했다. 신 대표는 중국에 휴머노이드 완성 로봇 기업 약 160개, 모터·액추에이터·배터리 등 핵심 부품 공급망 기업은 600개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로봇 관련 스타트업까지 포함하면 1만개 이상으로, 생태계가 폭발적으로 커진 가운데 투자액은 약 300억위안(한화 약 6조원)을 넘었다.
중국식 확산 방식은 ‘속도’로 요약했다. 신 대표는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보다 빠르게 만들어 시장에 확산시키는 전략”이라며 “시행착오를 감수하더라도 생산과 보급을 함께 늘리는 구조”라고 말했다. 로봇 데이터(실기 데이터)에 인터넷·합성 데이터를 결합해 학습시키는 방식도 확산 중이라고 덧붙였다.
화웨이 “클라우드-엣지 통합…혁신 문턱 낮춘다”
허웨이 화웨이 아시아태평양 수석 AI 아키텍트는 체화 AI가 ‘AI를 새로운 생산력으로 바꾸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업화를 위해 △다양한 적용 환경 △고품질 멀티모달 데이터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화웨이는 클라우드와 엣지를 결합한 풀스택 AI 플랫폼을 내세웠다. 클라우드는 ‘대뇌’, 엣지는 ‘소뇌’ 역할을 맡아 로봇과 클라우드를 연결하는 구조다. 로봇과 클라우드를 잇는 로봇 투 클라우드(R-to-C) 프로토콜도 소개했다.
허 수석은 “개방형 AI 플랫폼을 통해 기업들이 더 쉽게 로봇 기술을 도입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매년 2000억원 이상을 쏟아붓고 있다”고 밝혔다.
유니트리 “도시 90%는 사람 기준…휴머노이드 유리”
움직임 제어 기술로 정평이 난 유니트리는 주력 모델 'G1'을 내세워 관람객의 이목을 끌었다. G1은 현장에서 격렬한 발차기와 춤 동작을 선보이며 박수를 받았다. 시연 도중 로봇 팔이 살짝 빠지는 현장 해프닝도 있었지만, 지난달 영하 40도 이하의 혹한에서도 100km 자율 보행을 완수했을 만큼 내구성과 균형 감각이 뛰어나다. 기술적으로는 최대 43개 관절 자유도를 갖추고 강화학습 기반의 제어 시스템을 탑재해 정밀한 물체 조작이 가능하다. 올해 양산 목표는 전년 대비 4배인 최대 2만대다.
유니트리는 범용 로봇 기술을 몸체(하드웨어)·소뇌(모션 제어)·두뇌(인지·의사결정)로 나눠 설명했다.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G1은 물체 집기, 가전 조작, 산업 설비 점검 등을 수행하는 사례가 영상으로 소개됐다.
장청이 유니트리 솔루션 매니저는 휴머노이드가 체화 지능의 ‘궁극적인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청이 유니트리 솔루션 매니저는 “현존 작업 환경의 90% 이상이 인간 신체 구조에 맞게 설계돼 있기 때문에, 기존 인프라를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푸리에·레주, ‘가정 돌봄’부터 ‘공장 자동화’까지
푸리에는 ‘따뜻한 지능’을 내세웠다. 3세대 휴머노이드 ‘GR-3’는 전신에 터치 센서를 달아 사람의 접촉을 인식하고 표정으로 반응하도록 설계됐다. 저우빈 푸리에 공동창업자·부사장은 “휴머노이드의 성공 기준은 결국 가정 진입 여부”라며 가사·돌봄 시장을 최종 목표로 제시했다.
레주는 산업 현장에 무게를 뒀다. 자사 휴머노이드 ‘쿠아보 4 프로’는 최근 공장 실증 테스트에서 9.5시간 연속 가동 및 1000시간 이상 무고장 운영 기록을 달성했다. 화웨이와 협력해 20ms 이하 저지연 원격 제어도 실현했다. 렌광지에 레주 솔루션 총괄은 “기존 자동화 설비가 해결하지 못한 현장의 ‘마지막 1마일’을 체화 지능이 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시장 한쪽에서는 편의점 매대 형태 부스도 등장했다. 태블릿 PC로 상품을 주문하면 로봇이 물건을 집어 전달하는 시연이다. 시연에 참여한 한 관람객은 “움직임이 느리지만 원하는 것을 정확히 가져다줘 신기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