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빌려타는 시장 커지는데…렌터카·캐피탈 갈등 장기화 조짐

차 빌려타는 시장 커지는데…렌터카·캐피탈 갈등 장기화 조짐

렌탈 시장 커지는데…캐피탈은 ‘리스 자산 규제’에 묶여
캐피탈 “시장 변화 반영해 규제 완화 필요”
“점유율 44%” vs “시장 구조 달라”…공방 지속

기사승인 2026-03-06 06:00:11
프리픽

여신전문금융사의 렌탈 자산 취급 한도 완화를 둘러싸고 렌터카 업계와 캐피탈 업계 간 갈등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렌터카 업계는 “대형 캐피탈사가 시장을 잠식하면 중소형 업체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반면 캐피탈 업계는 “중소 업체와 사업 영역이 겹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의 공방이 이어지면서 갈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캐피탈사의 렌탈 자산 취급 한도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여신업권 간담회에서 “소비자의 새로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캐피탈사의 렌탈 취급 한도 완화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이후 업계 갈등도 본격화됐다.

렌탈 시장 커지는데…캐피탈은 ‘리스 자산 규제’에 묶여

캐피탈사는 자동차·기계·설비 등을 할부나 리스 방식으로 제공하는 여신전문금융사다. 다만 자동차를 일정 기간 빌려주는 렌탈 사업은 금융사의 ‘부수 업무’로 분류된다.

현재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에 따르면 캐피탈사는 분기 기준 전체 렌탈 자산이 리스 자산을 초과할 수 없다. 쉽게 말해 자동차 렌탈 사업을 일정 규모 이상 확대하기 어렵도록 제한한 규제다.

이 규정은 2005년 도입됐다. 당시에는 대형 금융사가 렌터카 사업에 진출할 경우 영세 렌터카 업체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캐피탈사가 부수 업무인 렌탈보다 본업인 할부금융이나 리스에 집중하도록 하려는 취지도 반영됐다.

그러나 자동차 소비 방식이 빠르게 바뀌면서 해당 규제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차량을 구매해 소유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일정 기간 빌려 쓰는 ‘렌탈’이나 ‘구독’ 형태의 이용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렌탈 세제 혜택 커…리스 시장은 위축

특히 렌탈은 리스보다 세제 혜택이 크고 이용 방식도 유연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장기 렌터카(렌탈)는 자동차세와 지방교육세 등에서 리스보다 큰 세제 혜택을 받는다. 같은 장기 이용 상품임에도 세금 부담은 최대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자동차 렌탈 시장은 빠르게 커진 반면 리스 시장은 위축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차량 리스 시장 규모는 2022년 14조7000억원에서 2023년 13조6000억원, 2024년 12조8000억원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현행 규정상 캐피탈사는 렌탈 자산이 리스 자산을 초과할 수 없기 때문에 리스 규모가 줄어들면 렌탈 사업 확대도 함께 제약을 받는다.

캐피탈 업계는 이런 변화에 맞춰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동차 금융에 강점을 가진 캐피탈사가 렌탈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경우 월 렌탈이나 자동차 구독 서비스, 친환경차 특화 금융상품 등 다양한 모빌리티 금융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캐피탈사는 금융회사인 만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동시에 받는다. 정보보호와 내부통제, 채권추심, 민원 관리 등에서도 일반 렌터카 업체보다 더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업계에서는 이런 금융 규제 아래에서 운영되는 캐피탈사의 렌탈 사업 참여가 확대될 경우 소비자 보호 수준도 한층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점유율 44%” vs “시장 구조 달라”…공방 지속

반면 렌터카 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규제 완화가 전국 2만여 중소 렌터카 사업자의 생존을 위협하고 시장 질서를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전국렌터카연합회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발언 이후 지난해 말부터 올해 2월까지 세 차례 설명자료를 내고 규제 완화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협회는 “여신전문금융사는 금융 특례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렌탈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며 “이는 자동차 렌탈시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중소 렌터카 사업자의 생존 기반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18개 여신전문금융사가 이미 렌터카 시장에서 약 44% 수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캐피탈 업계는 해당 수치가 실제 경쟁 구조를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며 맞받아치고 있다. 44%라는 점유율은 대부분 장기 렌터카 시장에서 나온 것으로, 중소 업체들은 단기 렌터카 중심이라는 설명이다.

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중소 렌터카 업체는 차량을 장기간 관리하거나 대규모 장기 렌탈을 운영하기 어려워 단기 렌터카 중심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며 “캐피탈사는 1년 미만 단기 렌터카 상품을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 영역이 겹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렌터카 업계도 물러서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구조개선정책과에 캐피탈사의 자동차 리스·렌탈 취급 한도 규제 완화가 중소 렌터카 업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상생 방안을 병행해야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렌터카와 캐피탈 업계 간 자산 비율 규제 갈등을 완화하려면 캐피탈사의 렌탈 취급 한도 확대와 함께 중소 렌터카 업체에 대한 반납 차량 공급과 금융 지원 등 상생 플랫폼을 구축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캐피탈사의 시장 확대를 허용하면서도 중소 업체의 운영비 부담을 줄이고 소비자 가격 안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김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