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0명으로 ‘건보제도 사각지대’ 메꾼다”…의료급여 수급자 관리 한계

“640명으로 ‘건보제도 사각지대’ 메꾼다”…의료급여 수급자 관리 한계

27일부터 ‘지역사회 통합돌봄’ 전국 시행
관리사 1명이 수급자 3000명 담당
10가지 이상 약물 복용 수급자, 건강보험 가입자 7배
“의료급여관리사, 돌봄·건강관리 전문 직군으로 인정해야”

기사승인 2026-03-09 06:00:05 업데이트 2026-03-09 14:58:42
게티이미지뱅크

건강보험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의료급여 수급자를 관리하기 위해 도입된 ‘의료급여관리사’ 제도가 인력 부족과 열악한 처우 속에서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현재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약 640명이 활동 중이지만, 관리사 1명이 3000명의 수급자를 담당하는 구조이다 보니 급속한 고령화 속에서 과다 의료 이용과 장기 입원, 약물 과다 복용 등을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역사회 통합돌봄’ 제도 시행을 앞두고 건강보험 재정 관리와 인간적 돌봄 사이에서 의료급여관리사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급여 수급자는 기준중위소득 40% 이하 가운데 부양 능력이 있는 부모나 자녀가 없는 경우 건강보험 가입에서 제외된 이들로, 의료급여관리사는 이들의 의료 이용을 관리하고 건강 상태를 상담·관리하는 지자체 소속 인력이다.

통합돌봄 제도는 기존에 분절적으로 제공되던 의료·요양 등 돌봄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연계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간 시범사업을 통한 준비 과정을 거쳐 오는 27일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올해 통합돌봄 대상자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 고령 장애인, 65세 미만의 의료 필요도가 높은 장애인이다. 정부는 앞으로 정신질환자와 모든 장애인까지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통합돌봄 제도가 본격 시행을 앞두면서 의료급여 수급자의 건강관리와 돌봄을 동시에 책임지는 의료급여관리사의 역할은 중요해질 전망이지만, 관리사들은 “보이지 않는 그림자 노동을 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지난 2004년부터 20년 넘게 의료급여관리사로 일하고 있는 김순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의료급여관리지부장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의료급여 대상자는 전체 인구의 2~3% 정도밖에 안 되지만, 노인 비율이 높아서 관리 난이도는 훨씬 높다”며 “병원 과다 이용자나 장기 입원자 등 300명 정도의 사례관리 대상자를 관리하면서 다른 행정 업무까지 다 하다 보니 이들을 제대로 관리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대상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관리하지만, 의료급여 대상자는 지자체에 맡겨지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역마다 관리 수준에서 차이가 나고, 업무 연속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김 지부장은 “건강보험은 보험자 중심이고, 의료급여는 지자체 행정 중심이라 관리 체계가 이원화돼 있다”며 “장기 입원환자를 퇴원 전부터 지역사회에 정착시키기까지의 전 과정을 의료급여관리사가 담당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다제약물 복용’이다. 10가지 이상의 약을 처방받아 장기간 복용하는 다제약물 처방·복용 환자는 약물 이상반응이나 부작용 가능성이 높다. 이는 병원 입원으로 이어지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지난해 건강보험연구원의 ‘의료급여 수급자의 안전한 약물 사용 관리 방안 마련’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의료급여 수급자 156만 명 가운데 12.6%(19만7000명)는 180일 이상 10가지 이상의 약물을 처방받아 복용했다. 건강보험 가입자(1.7%)의 7배 수준이다.

건보공단은 ‘다제약물 관리사업’을 통해 과도한 약 복용에 대한 교육·상담을 벌이고 있지만, 의료급여 수급자는 대상자가 아니다. 이들의 다제약물 복용 관리도 의료급여관리사가 맡고 있다. 김 지부장은 “수급자들은 대부분 만성질환과 고령으로 약물을 5개에서 10개 이상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수면제, 진통제 같은 약물을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며 처방받는 경우도 있어 직접 병원에 연락해 중복 처방을 막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가 추진하는 통합돌봄이 지역사회에 뿌리내리려면 의료급여관리사들의 경험과 역량을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자체 소속 공무직이 아닌 전문 직군으로 대우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지부장은 “돌봄 현장에서 어디 병원이 문제인지, 어떤 환자가 무슨 문제를 가졌는지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진 사람도 의료급여관리사”라며 “관리사들은 간호사 면허를 가진 전문직이지만, 지자체에선 공무직으로 분류돼 전문 직군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급여관리사를 통합돌봄 제도 개선 과정에 참여시켜 논의한다면 재정 관리와 돌봄 정책 모두 훨씬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안정적인 통합돌봄 시행에 있어 의료급여관리사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인력 부족 및 수급자 증가가 예상되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관리사를 우선 확충할 계획이다. 강준 복지부 기초의료보장과장은 “의료급여관리사 인력 확충과 함께 관리사들이 수급자들의 건강관리 매니저로서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직무 조정, 모바일 인공지능(AI) 활용 등 업무 효율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또 처우 개선을 위해 성과급을 대폭 인상해 보상 수준을 현실화하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 포상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