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레전드’ 양효진의 성대한 은퇴식 “그만둘 때 많은 용기 필요했다” [쿠키인터뷰]

‘여자배구 레전드’ 양효진의 성대한 은퇴식 “그만둘 때 많은 용기 필요했다” [쿠키인터뷰]

현대건설 19년 원클럽맨…14번 영구결번
대표팀서 동거동락했던 김연경, 은퇴식서 감사패 전달

기사승인 2026-03-08 20:12:19 업데이트 2026-03-10 11:39:14
양효진이 8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은퇴식을 마치고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영건 기자

“요즘에는 큰 생각이 없는데, 전날부터 (은퇴식이) 신경 쓰였어요. 이러다가 날 새겠다 싶었습니다. 생각이 많았어요.”


올 시즌을 끝으로 정든 코트를 떠나는 양효진이 후련한 소감을 전했다.

8일 현대건설의 정규시즌 마지막 홈경기가 끝난 수원체육관. 오직 한 선수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렸다. 수많은 팬들은 한국 여자배구를 대표하는 양효진의 은퇴식을 보기 위해 자리에 남아 노랑 불빛을 비췄다.

양효진은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길었던 19년의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다. 그의 등번호 14번은 영구결번된다. 이날 양효진의 은퇴식을 위해 김연경과 신영석 등 남녀배구 레전드들도 수원체육관을 찾았다. 

현대건설에서만 19시즌을 보낸 양효진은 V-리그를 대표하는 미들블로커다. 남녀 통합 통산 득점 1위(8375점), 블로킹 1위(1741점)인 그는 올스타전 17회 출전, 정규리그 MVP 2회, 베스트7 10회 선정 등 화려한 기록을 남겼다. 국가대표로도 2008년부터 2021년까지 활약하며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올림픽 4강 진출 등에 힘을 보탰다. 올 시즌에도 양효진의 위력은 대단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429득점을 올리면서 국내 선수 득점 1위에 자리했다.

최정상에서 내려오게 된 양효진은 은퇴식에서 가족, 동료 선수들, 구단 관계자의 축하와 위로를 받았다. 대표팀에서 동거동락했던 김연경에게 감사패를 받으며 뜨거운 눈물도 흘렸다. 양효진은 많은 팬들이 찾아와 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동안 큰 사랑을 받아 배구선수로서 뿌듯하고 감사했다고 돌아봤다. 아울러 지금까지 함께한 감독과 코치, 선수들, 그리고 팬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현대건설 양효진의 은퇴식이 8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다. 그의 등번호 14번은 영구결번됐다. 김영건 기자

은퇴식 후 취재진과 만난 양효진은 “그렇게 실감이 안 났다. 선수들과 감독님에게 알릴 때가 좀 그랬고, 알리고 나서는 후련했다. 막상 은퇴한다고 하니까 생각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은퇴 투어를 하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구단에서) 저번 계약했을 때부터, 은퇴하게 된다면 은퇴 투어를 하면서 팬들과 천천히 만나자고 하시더라. 작년에 은퇴하면 갑자기 은퇴하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아서 구단이 신경 쓴 것 같다. 미리 은퇴 투어하기가 마음이 그랬다”고 말했다.

눈물의 의미로는 “가족들이랑 사진 찍고 연경 언니, 영석 선수 등 가까운 분들을 마주했다. 얼굴을 보니 같이 지냈을 때 희로애락이 느껴졌다. 안 울려 했는데”라며 웃었다.

양효진의 신인 때 목표는 상을 많이 받는 선수였다. 기록에 남고 싶었던 게 이유였다. 이후에는 최고 연봉, 시즌 MVP를 위해 달렸다. 모든 걸 이룬 양효진은 “마지막에는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였다. 이뤄보고 나니, 어디서든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런 마음을 가진 뒤로는 마음 홀가분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양효진은 최근 후배들에게 소중한 이벤트를 선물받았다. 후배들은 꽃다발과 선물, 편지를 준비해 양효진에게 건넸다. 감동받았다는 그는 “같이 하는 선수들이 고맙게도 제 스타일을 보고 배울 게 많았다고 얘기해준다. 배구선수를 하기에 이렇게 해야 잘될 것 같다면서 따라하더라.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수가 됐다고 생각했다”며 뿌듯하게 말했다. 

은퇴 고민은 2022년부터 했다. 양효진은 “섣불리 생각한지 모르겠는데, 4년 전부터 1~2년 하고 나서 그만둘 거라 생각했다. 잘하고 있는 위치에서 은퇴하고 싶었다”면서도 “미련이 너무 남아서, 그만둘 때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고민했다. 구단이 1년 같이하자고 해주셔서 연장했다. 1년 더 한 것에 있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현대건설 양효진의 은퇴식이 8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다. 그의 등번호 14번은 영구결번됐다. 김영건 기자

양효진은 김연경과 고민을 나눴다고 말하며 “언니는 계속 하라고 했다. ‘뭐가 힘드냐’고 장난으로 얘기했다. 지난해에도 이렇게 그만두는 건 너무 아쉽다고 했다. 은퇴라는 건 혼자 생각해서 결정하는 게 아니라, 마무리를 잘하는 거라고 조언해 줬다”고 고마워했다.

아직 미래는 정해지지 않았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연경 언니 유튜브를 나가겠다”고 농담을 던진 양효진은 “어렸을 때 교사의 꿈이 있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만 생각했었는데, 배구 지도자는 어떠냐는 조언을 받았다. 지도자 생각이 아예 없었긴 한데, 잘할 수 있는 상황이나 자신감이 생긴다면 도전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은퇴식은 치렀지만, 아직 시즌은 남았다. 양효진은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시는 걸 보고 남은 시즌을 더 잘 해내고 싶어졌다. 똘똘 뭉쳐서 최대한 끝까지 가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수원=김영건 기자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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