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성씨 ‘LEE→YI’ 변경 불가…법원 “개인적 선호로 못 바꿔”

여권 성씨 ‘LEE→YI’ 변경 불가…법원 “개인적 선호로 못 바꿔”

기사승인 2026-03-09 10:01:33
연합뉴스

실생활에서 별다른 불편이 없는데도 개인적 선호만을 이유로 여권의 영문(로마자) 표기를 변경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이상덕)는 이모(36)씨가 여권 로마자 성명 변경 신청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씨는 성을 ‘LEE’로 표기한 여권을 사용해 오다 2024년 5월 ‘YI’로 변경해달라고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YI’ 표기를 사용해 왔고, 신용카드 발급이나 금융거래, 영어능력시험, 사원증 등에서도 해당 표기를 사용해 온 만큼 여권도 동일하게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외교부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여권 로마자 성명 변경은 해당 국민에게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생활상 불편을 제거할 필요성이 큰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로마자 성명 변경이 자유롭게 허용될 경우 출입국 심사·관리에 혼선이 생길 수 있고, 외국에서 한국 여권의 신뢰도가 낮아져 비자 발급이나 입국 심사 등이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YI’로 바꾸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이나 경제활동에 현실적인 불편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씨가 ‘YI’ 표기를 사용했다는 신용카드, 영어능력시험 성적표, 사원증 등은 비교적 쉽게 변경하거나 재발급받을 수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이씨 역시 여권 로마자 성명 변경 사유를 규정한 여권법 시행령 조항 제1~10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하고, 보충 규정인 11호(그 밖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근거해 변경을 주장했다.

재판부는 “원고도 생활상 불편이 아니라 단지 'YI' 표기를 선호하는 개인적 신념 때문에 변경 신청을 한 것이라 밝히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아무런 불편이 없고 단지 개인적 만족을 위한 경우를 11호로 포섭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