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 중심 플랫폼이었던 에어비앤비가 지역 체험 콘텐츠를 결합한 여행 모델을 제시하며 ‘지역 체류형 관광’으로의 방향성을 확장하고 있다.
9일 에어비앤비가 국내 여행 경험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행 목적의 약 60%가 ‘미식’에 집중됐으며, 숙박 형태 역시 전체의 약 70%가 호텔·리조트 이용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로컬 체험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여행한다는 응답은 8% 미만에 그쳤다.
다만 에어비앤비는 이러한 결과를 로컬 체험 수요 자체가 낮은 것보다는, 체험 콘텐츠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은 데 따른 영향으로 해석했다.
이에 회사는 숙박과 로컬 콘텐츠, 지역 커뮤니티를 결합한 ‘체류형 여행 모델’을 통해 지역 체험 수요를 확대해 보자는 구상을 내세웠다. 제주에 마련된 로컬 체험 프로그램은 이러한 구상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라 할 수 있다. 기자는 로컬 체험 콘텐츠 기반의 ‘체류형 여행 모델’에 직접 참여해 봤다.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공방을 운영하며 에어비앤비 호스트로도 활동 중인 지연주 씨는 “공방을 운영하면서 숙소도 에어비앤비로 함께 운영하고 있다”며 “유럽 여행을 다니며 처음 에어비앤비를 접했고 제주에 내려온 뒤 직접 호스트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부터는 도자기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며 게스트들을 만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자기 체험은 참가자들이 직접 흙을 만져 그릇을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흙을 밀대로 밀어 일정한 두께의 판을 만든 뒤 동그랗게 형태를 잡아 몰드 위에 올려 기본 모양을 만들고, 이후 가장자리를 정리하거나 도구를 이용해 표면에 무늬를 내며 형태를 다듬는 과정이 이어졌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각자 만든 그릇 바닥에 이름을 새기고 원하는 색상을 표시한 뒤 소성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체험이 진행되는 동안 호스트는 참가자들 사이를 오가며 흙의 두께가 너무 얇아지지 않았는지, 몰드에 제대로 밀착됐는지 등을 확인했다. 흙을 처음 만져보는 참가자들이 서툴게 밀대를 움직이거나 모양이 틀어질 때마다 옆에서 방법을 설명하며 직접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작은 공방에서 진행되는 체험처럼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참가자들은 각자의 속도에 맞춰 그릇을 완성해 갔다.
이후 기자는 제주의 차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다도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조천읍 다원 ‘올티스’를 찾았다. 제주시 조천읍 해발 300m에 자리한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을 배경으로 10만 그루의 차나무가 줄지어 펼쳐진 풍경이 인상적인 곳이다.
이곳에서는 ‘티 마인드(Tea mind)’로 불리는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제주의 차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체험 공간에 들어서자 차를 대접하는 팽주(烹主)가 녹차와 홍차, 호지차, 말차 등 이날 시음할 찻잎을 준비하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건조된 찻잎을 직접 만져보고, 말려 있던 찻잎이 물을 머금고 펼쳐지는 모습을 관찰하며 차를 우려냈다. 따뜻한 차의 온기를 느끼고 향을 맡으며 찻잔에 물을 따르는 소리까지 온몸으로 경험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로컬 체험 프로그램들은 에어비앤비가 숙박 중심 플랫폼에서 여행 경험 전반을 연결하는 방향으로 확장하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일부 호스트들은 숙소 운영과 함께 도예, 다도, 역사 투어, 오름 하이킹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여행자들이 지역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
특히 외국인 이용 비중이 높은 플랫폼 특성상 지역 체험 콘텐츠를 외국인 관광 수요와 연결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올티스 관계자는 “네이버로 예약하는 고객들은 대부분 한국인이지만, 에어비앤비를 통해 들어오는 예약은 외국인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특히 한국인 게스트가 외국인 친구를 데려와 체험을 시켜주는 경우도 많아서, 외국인 관광객이 국내 지역 체험을 경험하는 창구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체험 프로그램이 아직까지 보편화된 것은 아니다. 일부 호스트가 숙박과 체험을 함께 운영하는 사례가 존재하지만, 전체 플랫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일부에 그친 수준이다. 이에 에어비앤비는 숙박과 체험을 결합한 여행 모델 확대를 위해, 에어비앤비 숙소와 지역 체험 프로그램을 할인해 제공하는 프로모션 등을 검토 중이다.
서가연 에어비앤비 코리아 컨트리매니저는 “숙소와 체험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있으며, 조만간 공식적으로 소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제주 체험을 통해 지역 체험 여행의 가능성을 더 많은 사람들이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