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전쟁 장기화 우려…韓방산 수요 증가세 가팔라지나

美-이란 전쟁 장기화 우려…韓방산 수요 증가세 가팔라지나

기사승인 2026-03-09 17:22:57
지난 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항구 지역에 이란 드론 공격이 발생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내 방산기업에 최상급 무기 생산 확대를 요구하는 등 이란과의 전쟁 장기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국내 방산업계의 미국에 대한 공급망 파트너 역할 수행 가능성이 또 한 번 제기되고 있다. 

9일 통상당국 및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이란 전쟁을 어떻게 끝낼 것인지는 자신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함께 내리는 ‘공동 결정(mutual decision)’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보다 앞선 6일(현지시간)에는 대이란 작전을 끝내고 협상에 나서는 조건으로 이란의 ‘무조건 항복’을 내걸었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의 골이 깊은 데다, 이란 정권교체에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직접 개입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전쟁이 장기화할 것이란 분석이 중론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탄약 비축량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자국 내 언론 보도에 반박하는 차원에서 미국 주요 방산기업들과 “최대한 신속하게 최대 생산량에 도달하기는 원하는 ‘최상급(Exquisite Class)’ 무기 생산을 4배로 늘리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회의에는 BAE 시스템즈, 보잉, 허니웰 에어로스페이스, L3해리스 미사일 솔루션스, 록히드 마틴, 노스럽 그러먼, 레이시온 등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이 무기 생산을 단기간에 4배 늘리려면 자체 생산시설만으론 한계가 있기에 제조 역량을 갖춘 우호국인 한국에서 주요 부품이나 중간재를 공급하는 협력 파트너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정밀 부품, 탄약, 전차 및 자주포 하부 구조 등 경쟁력이 높은 분야에서 미국 방산 공급망의 핵심 고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기업의 글로벌 방산 경쟁력은 이미 입증돼 있는 상황이다. 이란과 분쟁을 겪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는 최근 한국 정부에 천궁-II 포대를 계약서에 명기된 납기보다 빨리 공급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UAE 내에 실전 배치된 천궁-II 2개 포대에서 60여 발의 요격미사일이 발사돼 이란의 대규모 공습을 상대로 96%라는 높은 명중률을 기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우리 기업들은 내수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 계약을 체결한 나라에 순차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물량이 있고, 현재로선 군사적 충돌이 격화하는 중동 지역으로 포대를 이송하기도 쉽지 않아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궁-II는 LIG넥스원이 미사일과 체계 종합을 담당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대와 차량 등을, 한화시스템이 레이더 등을 만들고 있다. 

국내 방산 무기의 실전 능력이 입증되면서 기술 고도화 역시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로템은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함께 2035년까지 극초음속 미사일 양산을 위한 기술개발에 나섰다. 마하6(시속 7340km) 이상의 속도로 전투기에서 지상이나 함정을 타격하는 공대지·공대함 미사일을 개발하는 내용이 골자다.

2035년 양산 계획이 성사되면 미국, 중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네 번째 극초음속 미사일 보유국으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극초음속 미사일 배치를 희망하는 국가는 많지만 실제 개발 및 양산 단계에 접어든 나라는 많지 않아, 납기일 준수 등 여러 장점을 갖고 있는 한국의 양산 성공 시 수요가 몰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수요 증가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 ‘방산 주요 4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국항공우주산업(KAI)·LIG넥스원·현대로템)’의 합산 수주잔액은 1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방산주에 대한 기대감이 증가하면서 한화그룹의 시가총액 합산액이 180조6740억원을 기록, 삼성,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에 이어 재계 4위로 도약하기도 했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전쟁을 통해 글로벌 지정학적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무기 체계 수요 증가 흐름은 단기성 이벤트가 아님을 재확인했다”면서 “수출 증가와 이익 개선이라는 방산 업종의 핵심 투자 포인트는 지속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이란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도 중동 지역의 종교, 지역 패권을 둘러싼 긴장감은 단기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에 중동 국가들이 국방력 강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내 방산기업들의 사업 확대가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