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멸균우유에 대한 무관세 적용이 본격화되면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수입 제품 유입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일부 국내 유업계 기업은 사업 다각화와 제품 차별화 등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우유 시장이 여전히 신선우유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만큼 수입 멸균우유 확대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산 멸균우유는 올해 1월부터 기존 2.4% 관세가 철폐돼 무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EU산 제품 역시 현재 2.2% 관세가 부과되고 있지만 오는 7월부터는 무관세로 전환될 예정이다. 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단계적으로 관세가 인하된 데 따른 것이다.
멸균우유 수입은 관세 면제 이전부터 꾸준히 늘어나는 흐름이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수입 물량은 지난 2021년 2만3119톤에서 2024년 4만8671톤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5만740톤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5만톤을 넘어섰다. 올해 1월 수입량도 3553톤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3278톤)보다 8.4% 늘었다.
반면 국내 흰우유 소비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은 2013년 27.7㎏에서 2024년 25.3㎏으로 줄었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국내 유업체들도 사업 구조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유제품 중심에서 벗어나 식물성 음료와 영양식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아몬드브리즈, 어메이징오트, 매일두유 등 식물성 음료 제품군을 강화하는 한편 성인 영양식 브랜드 ‘셀렉스’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유제품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이다.
서울우유는 ‘A2 우유’를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A2 단백질을 가진 젖소에서 얻은 원유를 활용한 제품으로, 일반 우유보다 소화가 편안하다는 점을 내세운다. 서울우유는 2030년까지 원유를 A2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남양유업 역시 체질 개선과 함께 건강기능식품과 단백질 음료 등 신사업 확대에 나서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무관세 조치와 우유 소비 감소 등 환경 변화에 맞춘 전략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인구 감소 등 여러 구조적 요인으로 우유 소비 환경이 예전과 달라지고 있는 만큼 업계도 대응 전략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프리미엄 제품을 통해 품질 경쟁력을 강화하고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하는 한편, 우유를 기반으로 발효유나 요거트, 디저트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수입 멸균우유 무관세 적용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멸균우유는 초고온 멸균(UHT) 공정을 거쳐 상온에서도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지만, 맛과 풍미 측면에서는 신선우유보다 떨어진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편의성에도 불구하고 맛을 중시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냉장 유통되는 신선우유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통 채널에서 신선우유와 국산 우유 비중이 약 90% 수준인 반면 멸균우유는 10% 안팎에 그친다”며 “소비자들이 여전히 신선도를 중요하게 보고, 신선도가 곧 소비자 신뢰와 연결되기 때문에 수입 멸균우유 비중이 크게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우유는 목장에서 생산된 뒤 짧은 기간 내 매대에 공급되는 콜드체인 시스템이 강점”이라며 “이 같은 신선도 경쟁력이 국내 우유 시장의 기반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단기적으로 시장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대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무관세로 수입 우유가 유입될 경우 가격 인하 요인으로 작용해 물가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국내 유업계에는 타격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단순히 멸균우유와 가격 경쟁을 하기보다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무관세 상품이 들어오면 국내 유업계는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멸균우유와 단순 가격 경쟁을 하기보다는 기존 원유 제품과 차별화된 서비스나 새로운 재료를 활용한 융합 상품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산 원유의 강점과 로컬 브랜드 스토리를 강조하는 전략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