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여부 입증 책임 기업으로…보험업계 예의주시

근로자 여부 입증 책임 기업으로…보험업계 예의주시

기사승인 2026-03-11 06: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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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보험업계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제도가 시행되면 근로자 여부를 둘러싼 법적 분쟁에서 기업이 ‘근로관계가 없음’을 직접 입증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기 때문이다. 특히 텔레마케터(TMR) 등 특정 직군을 중심으로 인건비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고용노동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프리랜서·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한 이른바 ‘일법 패키지’ 입법을 올해 노동절(5월 1일)에 맞춰 추진할 계획이다. 일법 패키지는 노무제공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추정하는 ‘근로자 추정제’와, 그럼에도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을 포함한다. 

근로자 추정제는 근로자인지 여부가 불분명할 경우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우선 근로자로 간주하는 제도다. 제도가 도입되면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일한 정황 등이 확인될 경우 우선 근로자로 추정하고, 회사가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현재는 임금 체불이나 퇴직금 분쟁 등이 발생했을 때 노동자가 스스로 근로자였음을 입증해야 한다.

이 같은 제도 변화는 보험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보험업은 보험설계사와 텔레마케터(TMR) 등 특수고용 형태 종사자가 많은 업종으로 꼽힌다. 기업이 근로관계가 없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최저임금과 퇴직금, 4대 보험, 각종 수당 지급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로 인해 1인당 연 수백만원 수준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텔레마케터의 경우 외부 영업이 아닌 일정한 장소에서 전화로 영업을 하고 근무 시간도 통상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정해져 있어 시간·장소 측면에서 제약이 있는 만큼 근로자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제도 도입 이후 근로자성 여부를 둘러싼 분쟁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법에서 소송 다툼이 생겼을 때 입증 책임이 있는 쪽이 굉장히 불리하다”며 “입증 책임이 사용자에게 넘어가면 사용자에게 불리하고, 많은 경우 근로자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훈 신영HR 노무법인 노무사는 “입증 책임이 사용자에게 넘어가면 업종을 떠나 근로자성에 대한 분쟁이 발생했을 때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보험업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되더라도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프리랜서 등이 자동으로 근로자 지위를 갖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임금 체불이나 퇴직금 미지급 등 분쟁이 발생해 민사 소송 절차에 들어갔을 때 적용되는 원칙이다. 즉 지위를 자동으로 바꾸는 제도가 아니라 분쟁이 발생했을 때 노동자가 일한 대가를 돌려받기 쉽도록 입증 부담을 덜어주는 장치라는 설명이다.

오세중 전국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지부장은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된다고 해서 보험설계사가 정규직처럼 출퇴근을 하거나 회사의 관리·감독을 받는 형태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며 “일부 설계사들이 이를 ‘정규직화’나 ‘근무 통제 강화’로 오해해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의 목적은 설계사들이 현재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영역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단계에서는 근로자 추정제가 보험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제도 시행 이후 상황과 적용 사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김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