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에 예금 ‘썰물’…은행권, 예금금리 올리는 속사정

빚투에 예금 ‘썰물’…은행권, 예금금리 올리는 속사정

이란 사태에 빚투 증가…마통 1.3조 증가
요구불예금 8.5조↓
은행권, 예금금리 줄줄이 인상

기사승인 2026-03-11 15:53:38
쿠키뉴스 자료사진.

중동발 리스크로 국내 증시가 ‘널뛰기 장세’를 보이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를 노리고 대출까지 동원해 빚투에 나서고 있다. 은행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폭증하고 예금이 증시로 빠져나가는 머니무브가 뚜렷해진 상황이다. 유동성 관리에 압박을 느낀 은행권은 ‘연 3%대’ 정기예금 금리 카드를 꺼내며 수신 방어에 나섰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5일 기준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0조722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39조4249억원) 이후 불과 닷새 만에 1조2978억원 폭증했다. 이 중 실제 영업일이 사흘(3∼5일)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증가세는 더 가팔라진다. 하루에 4300억원 이상 증가한 셈이다. 

잔액 규모는 2022년 12월 말(42조546억원) 이후 3년2개월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5일간의 통계지만, 월간 기준으로 2020년 11월(+2조1263억원) 이래 5년 3개월여 만의 최대치다. 당시에는 팬데믹 시기 저금리 환경 속에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빚투가 급증하던 시기였다.

‘빚투(빚내서 투자)’의 대표적인 지표인 신용거래융자도 상승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3일 기준 32조8000억원, 4일 33조2000억원, 5일 33조7000억원으로 연일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중동 이란 사태로 증시가 흔들리자 이를 ‘저점 매수’ 기회로 본 투자자들이 마이너스통장 등 대출 한도를 최대한 끌어쓰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코스피는 미국의 이란 공습 직후인 지난 3일 7% 급락한 뒤 이튿날인 4일에도 12% 폭락해 역대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뒤이어 5일엔 저가 매수세에 9.6% 치솟으며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주가 급변 시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변동성 완화장치(VI)가 3∼6일 나흘 동안 3000건 넘게 발동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자산시장으로의 머니무브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동 사태가 이탈 속도를 키운 기폭제가 됐다”며 “통상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수록 단기 차익을 노리는 매매 성향이 뚜렷해지는데, 급락 국면에 투자자들이 공격적으로 자금을 이동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예금 자금 이탈세도 뚜렷하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은 5일 기준 944조1025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2조7872억원 급감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 자금인 요구불예금도 같은 기간 684조8604억원에서 676조2610억원으로 8조5993억원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증시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예금 이탈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기예금의 대규모 이탈은 은행의 유동성 관리 체계에 상당한 압박이다. 정기예금은 만기 구조가 예측 가능해 자금 조달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이 기반이 흔들리면 유동성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 급격한 자금 이동은 금융기관의 건전성 관리에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실물경제 전반에 투기적 성향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권은 일제히 예금 금리를 올리며 방어에 나섰다. 5대 은행은 최근 대표 정기예금 1년 만기 최고금리를 2.8~2.95%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달보다 0.05~0.1%p상승한 수치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연 3%대 정기예금 상품도 재등장했다. 케이뱅크의 코드K 정기예금은 3.01%, 지난 2월 금리를 올린 카카오뱅크의 정기예금은 3.00%의 금리를 제공한다. 지방은행도 연 3% 이상 금리를 내걸며 수신 경쟁에 가세했다. 전북은행 ‘JB 123정기예금’(3.15%), 광주은행 ‘굿스타트예금’(3.02%), 경남은행 ‘The파트너예금’(3.00%), 부산은행 ‘The레벨업 정기예금’(3.00%) 등 지방은행 상품도 1년 기준 연 3% 이상 금리를 제공한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