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핵사고 15주기를 맞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는 노란 피켓을 든 시민들의 외침이 이어졌다. 15년 전의 비극을 기억하자는 추모의 목소리는 곧 정부의 에너지 정책 전환을 비판하는 성토로 이어졌다.
‘신규 핵발전소 저지 전국비상행동’은 이날 이곳에서 ‘탈핵선언대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기억하라 후쿠시마, 그만짓자 핵발전소”라는 구호를 외치며 2011년 발생한 사고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안전보다 경제성을 우선시하는 정부의 원전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집회의 화살은 이재명 정부가 지난 1월26일 공식화한 ‘실용주의적 원전’ 노선을 향했다. 정부는 당시 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의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대형 원전 2기 건설과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입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현장 발언에 나선 시민 대표들은 정책 결정을 주도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유에스더 활동가(신규 핵발전소 저지 전국비상행동)는 “과거 탈원전의 가치를 말하던 김성환 장관이 이제는 AI와 반도체를 방패 삼아 핵발전의 선봉장이 됐다”며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산업 논리에 팔아넘긴 장관은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이상현 녹색당 공동대표도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에너지 실용주의’는 결국 미래 세대에게 핵폐기물이라는 짐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수사에 불과하다”며 “후쿠시마의 교훈을 망각한 채 원전 확대 정책을 추진하는 김성환 장관은 즉각 사퇴하고 정책을 전면 백지화하라”고 주장했다.
행사에 앞서 강우일 주교와 사제단이 공동 집전한 미사도 열렸다. 강 주교는 강론에서 “핵 발전은 미래 세대에게 치명적인 폐기물과 위험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죽음의 기술”이라며 “당장의 편리를 위해 생명의 터전을 파괴하는 선택을 멈추고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만난 권영국 정의당 대표도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권 대표는 쿠키뉴스에 “오늘이 후쿠시마 핵사고 15년이 되는 날임에도 우리는 핵발전소의 위험을 잊어가고 있다”며 “미래 세대와 지역민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핵발전소 추가 건설은 재생에너지 중심 체계로 가는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현 정부가 전 정부의 기조를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대표는 “이번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뒤집는 것은 결국 윤석열 정부의 정책을 되풀이하는 것”이라며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원전 건설 계획을 즉각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광화문 광장부터 청와대 인근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이들은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통해 핵사고의 위험성을 표현하며 정부가 말하는 ‘징검다리로서의 원전’은 재생에너지 전환을 늦추는 걸림돌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