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코 앞 맥주 공식 깨졌다…데킬라 ‘오초’가 제안하는 페어링은 [현장+]

타코 앞 맥주 공식 깨졌다…데킬라 ‘오초’가 제안하는 페어링은 [현장+]

기사승인 2026-03-12 09:00:04
데킬라 (왼쪽부터)플라타, 아네호, 레포사도. 아영FBC 제공

멕시코 음식 타코와 함께 곁들이는 술로는
보통 맥주나 마가리타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투명한 데킬라가 스트레이트로 제공됐다. 한 모금 마셔보니 아가베의 향과 숙성에서 오는 부드러움이 타코의 풍미와 자연스럽게 맞물렸다. 데킬라를 샷이 아닌 음식과 함께 즐기는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아영FBC는 지난 11일 서울 성동구 엘몰리노에서 싱글 에스테이트 데킬라 오초의 국내 론칭 1주년을 기념한 미디어 테이스팅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플라타, 레포사도, 아네호 등 세 가지 데킬라 시음과 함께 멕시칸 요리 페어링 코스가 제공됐다.

음식이 나오기 전, 데킬라를 먼저 잔에 따라 차례로 시음했다. 첫번째로 시음한 ‘2024 오초 플라타’는 ‘검은 대지’라는 뜻의 농장에서 생산된 데킬라다. 점토질 회색 토양에서 자란 14만개 이상의 아가베를 사용하며 당도는 32%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숙성되지 않은 블랑코 스타일로 잘 익은 아가베의 향과 꿀의 달콤함, 신선한 허브, 미네랄감이 느껴졌다. 다만 숙성을 거치지 않은 만큼 세 개의 데킬라 중 아가베 특유의 향과 알코올의 인상이 비교적 또렷하게 드러난다. 가격은 10만원 후반대다.

이어 시음한 ‘2024 오초 레포사도’는 해발 약 5200피트 고지대 농장에서 재배된 고당도 아가베를 사용했다. 버번 캐스크에서 법적 기준보다 긴 8주 8일 동안 숙성해 부드러운 질감을 살렸으며 은은한 바닐라와 버터스카치, 풍부한 과일 향이 인상적이었다. 역시 가격은 10만원 후반대다.

오초에 대해 설명하는 진우범 미슐랭 셰프. 이예솔 기자 

마지막으로 시음한 ‘2023 오초 아네호’는 붉은 토양과 바위가 많은 구릉 지형에서 자란 80파운드 규모의 고당도 아가베로 만든 하이엔드 데킬라다. 홍차와 후추, 타바코의 복합적인 향에 다크 카카오와 커피, 건과일 풍미가 어우러지며 버터처럼 부드러운 질감을 보여준다. 가격은 20만원 중반대다.

이처럼 각기 다른 풍미를 보여주는 오초 데킬라의 특징은 제조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국내에 수입되는 많은 데킬라 브랜드들은 소비자가 보다 부드럽게 즐길 수 있도록 소량의 첨가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데킬라 오초는 원재료인 아가베 본연의 풍미를 그대로 살리기 위해 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인위적인 조정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맛을 담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제조 과정 역시 전통 방식을 따른다. 수확한 아가베를 벽돌 오븐에서 48시간 동안 천천히 구워 단맛과 향을 끌어낸 뒤, 전통적인 맷돌 방식으로 압착해 즙을 짜낸다. 이후 고전적인 증류 과정을 거쳐 원액을 완성하는데, 모든 과정이 수작업과 시간이 많이 드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 덕분에 아가베의 깊고 자연스러운 풍미가 보다 선명하게 살아난다.

윤정갑 아영FBC 스피릿마케팅팀 차장은 “과거에는 오랜 역사나 높은 가격, 화려한 이미지가 럭셔리 브랜드를 판단하는 기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사람의 손이 많이 가는 크래프트 방식과 원재료 본연의 맛과 풍미를 그대로 담아내는 제품들이 진정한 럭셔리로 인식되고 있다”며 “오초 데킬라의 가장 큰 특징 역시 어떠한 첨가물도 사용하지 않은 순수한 데킬라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신텍스틀레 쉬림프 타코’. 이예솔 기자 

타코·해산물·디저트까지 이어진 데킬라 페어링

이날 테이스팅은 데킬라와 음식의 페어링에 초점이 맞춰 진행됐다. 함께 제공된 메뉴는 참돔 아구아칠레 베르데, 신텍스틀레 쉬림프 타코, 베터드 피쉬 타코, 이베리코 타코, 한우++ 차돌 타코, 마라꾸야 타르트 등으로 구성됐다. 각 데킬라의 스타일에 맞춰 요리가 순서대로 제공되며 조합의 차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플라타는 ‘참돔 아구아칠레 베르데’와 함께 제공됐다. 제철 참돔의 담백한 맛과 토마토 워터의 산뜻한 산미가 데킬라의 미네랄리티와 맞물렸다. ‘신텍스틀레 쉬림프 타코’는 와하카 전통 양념의 풍미가 더해지며 플라타의 신선한 아가베 향을 비교적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레포사도는 바삭하게 튀긴 대구와 치폴레 마요를 곁들인 ‘베터드 피쉬 타코’와 좋은 궁합을 보였다. 부드러운 질감이 튀김의 느끼함을 잡아주며 풍미의 균형을 맞췄다. 그릴에 구운 ‘이베리코 타코’는 진한 육향과 탄 할라피뇨의 스모키한 맛이 레포사도의 은은한 오크 향과 어우러졌다.

마라꾸야 타르트. 아영FBC 제공

기자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네호였다. ‘한우++ 차돌 타코’와 함께했을 때 차돌의 고소한 지방 맛에 데킬라의 깊은 숙성 향이 더해지며 느끼함을 잡아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육류의 진한 맛 위로 묵직한 아가베 향도 또렷하게 느껴졌다. 여기에 미나리 치미추리가 더해지며 전체적인 맛의 균형을 잡았다.

코스의 마지막은 패션후르츠의 산뜻함을 살린 마라꾸야 타르트와 플라타 기반 팔로마 칵테일로 마무리됐다. 전반적으로 이날 시음한 데킬라는 아가베 특유의 향이 비교적 뚜렷해 해산물보다 육류 요리와 함께했을 때 존재감이 더 드러났다. 특히 숙성된 아네호는 알코올 자극이 비교적 부드럽게 느껴졌다.

윤정갑 아영FBC 스피릿마케팅팀 차장은 “과거 프리미엄 주류라고 하면 파티나 행사 자리에서 샴페인이 중심을 차지했고, 유명 셀럽이나 화려한 공간에서 즐기는 문화가 강했다”며 “최근에는 이러한 흐름이 점차 프리미엄 스피릿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그 중심에 데킬라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