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화장실 영상이 케냐로?”…메타발 ‘프라이버시 쇼크’, 삼성·애플 반사이익 누릴까

“내 화장실 영상이 케냐로?”…메타발 ‘프라이버시 쇼크’, 삼성·애플 반사이익 누릴까

‘은밀한 일상’ 블랙홀 된 안경…메타 ‘약관 꼼수’ 도마 위
‘85% 독주’ 메타, 7월 韓 상륙…프라이버시가 최대 변수
기회 엿보는 삼성·애플…‘캄 테크’, ‘독자 AI’로 차별화

기사승인 2026-03-12 06:00:12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2025년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서 열린 ‘메타 커넥트’ 행사에서 화면이 내장된 첫 번째 스마트글래스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 AI’를 착용한 채 발표하고 있다. 메타 제공

글로벌 빅테크 메타의 인공지능(AI) 스마트 안경으로 촬영한 사용자의 화장실 장면과 성행위, 금융 정보 등이 케냐 하청업체 직원들에게 전달됐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미국에서 집단소송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 유럽 규제 당국까지 조사 움직임을 보이면서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스마트 안경 시장에 진입하려는 삼성전자·구글·애플 등 후발 주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1일 정보기술(IT)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메타는 지난 5일(현지시간) AI 스마트 안경 이용자의 민감한 데이터를 무단으로 열람·활용했다는 혐의로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법을 통해 집단소송에 직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법원에 접수된 소송은 뉴저지와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소비자 2명이 제기했으며, 메타와 안경 제조 파트너사 에실로룩소티카의 미국 법인이 공동 피고로 지목됐다.

원고 측은 메타가 제품을 판매하면서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설계됐으며 사용자가 데이터를 통제할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소송을 맡은 클락슨 로펌은 “진실을 알았다면 소비자들이 절대 이 안경을 사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의 핵심은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 라벨링’ 과정이다. AI가 이미지나 영상을 인식하려면 ‘사람’이 직접 장면 속 사물과 행동을 분류해 태그를 붙이는 데이터 라벨링 작업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이용자의 사적인 영상까지 외부 업체로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 영상들 속에 화장실 이용이나 탈의 장면, 성행위 등 지극히 내밀한 개인 사생활은 물론, 금융 정보와 비밀번호, 사적인 문자 내역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는 점이다. 하청업체 직원(사람)들은 AI 학습을 위해 이 충격적인 영상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분류했다고 증언했다.

소송장에 따르면, 메타의 ‘약관 꼼수’ 또한 논란을 키우고 있다. 메타는 2025년 4월 음성 녹음을 클라우드에 자동 저장하는 것을 기본 설정으로 바꾸면서 이용자의 거부 옵션을 삭제했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한 조용한 약관 개정이다. 

메타 대변인은 “이용자가 메타 AI와 콘텐츠를 공유할 경우 서비스 개선을 위해 계약업체를 통한 검토가 이뤄질 수 있으며 개인정보 필터링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개인정보 보호 정책에 사람이 직접 검토할 수 있다는 약관이 있다”고 해명했지만, 대다수 소비자가 이를 사실상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영국 정보위원회(ICO)는 메타에 개인정보보호법 준수 여부에 대한 소명을 요구했고, 유럽의회 역시 17개 회원국 의원들이 유럽집행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메타의 데이터 보호 규정 준수 여부를 확인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폭발하는 시장…메타, 불안한 독주 속 7월 韓 상륙

논란과 별개로 AI 스마트 안경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AI 안경 출하량은 전년 대비 무려 322% 폭증한 약 870만 대에 달했다. 메타는 이 중 85.2%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사실상 시장을 장악한 상태다.

메타는 이러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이르면 오는 7월 한국 시장에도 AI 글래스 3종을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 총판인 룩소티카코리아를 통해 백화점과 안경원에서 판매될 예정이며 가격은 70만~80만원대로 책정될 전망이다.

다만 국내에서도 상시 촬영 기능으로 인한 초상권·사생활 침해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애플 반격 카드…‘보안 AI’가 승부처
 
특히 이번 사건은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인 경쟁사들에게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인 삼성전자(가칭 갤럭시 글래스)와 애플 등 경쟁사들에게 이번 사태는 반면교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내 구글, 퀄컴과 협력해 첫 스마트 안경을 선보일 예정인 삼성전자는 ‘캄 테크(Calm Tech·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기술)’와 ‘스마트폰 연동’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김용제 삼성전자 MX사업부 부사장은 6일(현지시간) CNBC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안경 자체에 무거운 연산 장치를 넣는 대신, 사용자의 시선 데이터를 스마트폰으로 보내 처리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민감한 데이터 처리를 개인 스마트폰의 온디바이스 AI에서 수행해 클라우드 유출 위험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구글은 자사 AI ‘제미나이’를 탑재한 스마트 안경을 성·젠틀몬스터·워비파커와 협업해 출시할 예정이다. 애플도 내부 코드명 ‘N50’로 스마트 안경을 개발 중이다. 이르면 올 연말 양산에 돌입해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자사 음성 비서 ‘시리’를 탑재해 문서 인식, 길 안내 등 기능을 구현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는 스마트 안경이 차세대 모바일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술 경쟁에 앞서 신뢰 확보가 더 중요해졌다고 설명한다.

국내 한 IT 전문가는 “기존 스마트폰 카메라는 사용자가 의도적으로 촬영 버튼을 눌러야 작동하지만, AI 안경은 사용자의 시선을 상시 추적하며 데이터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며 “영상 속 배경이나 이동 경로만으로도 개인을 특정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스마트폰 개인정보 규제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안경의 프라이버시 문제는 기술적 장벽과 동시에 시장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며 “일상의 편리함과 데이터 보호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보안 중심 사용자 경험(UX)’을 구축한 기업이 차세대 모바일 시장의 주도권을 쥘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이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