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대표 “‘왕과 사는 남자’와 장항준 감독 매칭, 강한 확신 있었다” [쿠키인터뷰]

임은정 대표 “‘왕과 사는 남자’와 장항준 감독 매칭, 강한 확신 있었다” [쿠키인터뷰]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제작사 온다웍스 임은정 대표 인터뷰

기사승인 2026-03-12 06:00:12 업데이트 2026-03-12 08:54:28
임은정 온다웍스 대표. 쇼박스 제공

누구도 예상치 못한 천만영화가 탄생했다. 관객수 1200만명을 돌파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다. 앞서 최고 흥행작이 ‘기억의 밤’(138만명)이었던 장항준 감독에 스크린 경험이 없는 배우 박지훈까지, 큰 성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조합이다. 그러나 이들 뒤에는 자신의 안목을 굳게 믿고 기어이 기록적인 성과를 만들어낸 사람이 있다. 바로 ‘왕과 사는 남자’ 제작사 온다웍스의 임은정 대표다. 임 대표는 11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이 작품과 감독님을 매치하면 정말 될 것 같다는 이상한 확신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 엄흥도(유해진)와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 이홍위(박지훈)의 이야기로, 지난 6일 34번째 천만영화가 됐다. 임 대표는 “800만에서 1000만까진 빠르게 가서 정신없이 달려왔다면 지난 주말부터 같이 했던 모든 사람이 떠오른다. 이 상황을 예상한 사람은 없었지만 모두 이 영화가 잘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일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당초 ‘왕과 사는 남자’의 기대 성적은 손익분기점인 260만명 정도였다. 개봉 직전에는 예매 관객수가 저조해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불과 1개월여 전 일이다. 임 대표는 “통상적인 사이즈가 있는데 예매율이 오르질 않더라. 목표를 어떻게 세울지 생각하다가 1차 목표로 손익분기점, 2차 목표는 그 2배로 잡았다. 감독님과 담담하게 말했지만 개봉하고 나서는 담담할 수 없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임 대표는 약 10년간 CJ ENM 영화사업부 투자팀 및 기획제작팀 프로듀서로 일했고, 2023년 온다웍스를 설립했다. 신생 제작사의 첫 작품이 천만영화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역시나 전 직장에서 쌓은 인사이트가 자리했다. 임 대표는 “2010년 초반 어떤 장르물이 있는데 완성도가 아쉬울 때 ‘장항준한테 갖다줘’가 유행어였다. 덕분에 감독님의 실력을 이미 알고 있었고 이번 작품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또 시나리오를 읽고 피드백을 드리는 위치에서 제작사, 감독, 작가와 친분이 생겼다. 황성구 작가님도 투자팀 시절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임은정 온다웍스 대표. 쇼박스 제공

임 대표의 신선한 이력도 많은 관심을 받지만 이제 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일화가 있다. 장 감독에게 박지훈을 단종 역에 적극 추천한 이가 임 대표다. 임 대표는 “‘프로듀스101’ 시즌2가 CJ ENM 프로그램이다. 사내에서 유행이었다. 덕질보다 사내 문화에 참여했던 거다. 지금 돌아보면 그 프로그램이 제게 캐스팅 풀이 된 것 같다. 지훈이를 굉장히 눈여겨본 것은 사실이지만 ‘약한영웅’이 (임팩트가) 정말 컸다. 가끔 제가 ‘지훈아, 좋지?’ 하며 생색내면 ‘감사합니다’ 한다”며 웃었다.

사실 장 감독이 처음부터 흔쾌히 작품에 합류한 것은 아니었다. 임 대표는 단순한 직감이 아닌 철저한 업계 분석과 경험으로 키운 판단력을 믿고 장 감독을 설득했다. 그렇게 지금의 ‘왕과 사는 남자’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임 대표는 “투자팀 생활을 오래 해서 작품이 메이드되는 과정을 많이 지켜봤다. 이 영화는 장 감독님이 오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감독님께 저를 믿어달라고 했다. 극장이 죽어간다고 해도 당장 반 토막 나지 않을 거고 배급사가 바로 문을 닫진 않을 거라고, 다들 도전하고 있지 않는 지금 오히려 기회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감독님 표정이 ‘일리 있는데?’였다”고 회상했다.

이 같은 제작기에서 짐작되는 임 대표의 뚝심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직격탄을 맞은 영화산업을 지켜온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임 대표는 “평생을 영화 하고 싶다며 살았는데 어쩌겠냐”며 “극장을 되살리겠다는 마음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영화에 대한 애정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어린 시절 영화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영화가 가진 힘을 다른 어린 친구들도 경험하면 좋겠다. 극장이 죽어가든 살아나든 의미 있다는 마음으로 똑같이 일해왔다. 항상 재미와 의미 모두 가지고 있는 영화를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