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용 칼럼] 정선군 ‘농어촌 기본소득’ vs 영화 왕사남 ‘마을 살리기’

[윤수용 칼럼] 정선군 ‘농어촌 기본소득’ vs 영화 왕사남 ‘마을 살리기’

윤수용 쿠키뉴스 강원취재본부 국장

기사승인 2026-03-11 20:46:20
윤수용 쿠키뉴스 강원취재본부 국장

기본소득 실험이 지구촌 곳곳을 강타하고 있다. 관전평부터 결과물 해설까지 봇물이 터지고 있다. 최근 대표적인 기본소득 실험은 챗GPT를 개발한 오픈 AI의 창업자 샘 알트만과 독일의 비영리 협회 ‘나의 기본소득’일 것이다. 이런 시점에 정부도 지난달부터 전국 8개도 10개 군지역에서 ‘농어촌 기본소득’ 실험에 돌입했다. 이중 강원 정선군에 유독 눈길이 간다. 정선은 대표적인 석탄산업전환지역(옛 폐광지역)으로 기본소득 정책 최적의 ‘테스트 베드’다. 앞서 정선은 자체적으로 기본소득을 진행한 경험도 있다. 

샘 알트만과 독일의 기본소득을 우리의 ‘농어촌기본소득’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대상이나 목적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전자는 전 인류를 대상으로 AI 시대를 대비해 소득을 분배, 미래 기술기반사회정책 모색이 핵심이다. 후자는 특정 지역 주민(10개 지자체)에게 조건 없이 1인당 월 15만원을 정기 분배해 소멸에 대응하고 지방 균형 발전을 도모한다. 하지만 이들 실험과 정책은 나름 맥락이 닿아 있다. AI로 인해 도시·기술 중심 경제가 강화되면서 농어촌 소득 격차가 발생하면서다. 즉 기술 발전의 이익을 전 인류부터 특정 지역에 분배하는 논리로 연결할 수 있다.

독일의 비영리 협회가 지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한 결과 보고서 내용이다. 실험은 21~40세 사이 월 순소득이 1100유로(약 189만원)부터 2600유로(448만원)인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했다. 3년간 122명에게 월 1200유로(205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했다. 기본소득을 받는 그룹과 받지 않은 대조그룹을 3년간 관찰했다.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노동 시장 이탈이나 시간이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기본소득은 상품 소비를 높이는 효과는 물론 참가자의 자산 형성, 기부, 공동체 교류 등에 긍정 영향을 미쳤다. 기본소득 실험그룹 평균 정신 건강도는 30%, 삶에 대한 주관적 만족도의 경우 42% 높아졌다. 무조건 현금 지급 시 우려되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는 관찰되지 않았다. 오히려 기본소득을 받는 사람들은 자산 저축, 주변과의 관계 구성, 사회공동체에 대해 이바지했다. 보편적인 기본소득은 시민의 사회경제적 안전과 회복력을 강화하고, 자신감으로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오픈 AI의 창업자 샘 알트만. 앞서 그는 기본소득 실험에 나선 인물로도 유명하다. 샘 알트만은 보편적 기본소득을 오래전부터 공개 지지했다. AI가 일자리를 대체하더라도 기술로 얻은 부를 인간에게 기본소득으로 제공하면, 인간의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실험은 미국 텍사스와 일리노이주의 저소득층 1000명에게 3년간 매달 1000달러(약 147만원)를 조건 없이 지급했다. 이후 50달러(약 7만3000원)만 받은 대조군과 비교 분석했다. 결과는 ‘자기 결정권 강화’로 나타났다. 지원받은 사람은 대조군보다 주당 1.4시간 적게 일했다. 연구진은 ‘근로 의욕 저하’보다 더 나은 직장을 찾기 위한 교육 등 투자로 해석했다. 추가 소득은 식비와 교통비, 임대료 등 ‘기초 생활비 중심’으로 쓰였다. 독일 실험과 같이 도덕적 해이, 즉 알코올이나 약물 남용은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음주는 20% 감소했다. 지급 첫해는 정신건강도 개선됐다. 반면 2년 차 이후부터는 그 효과가 반감됐다. 이는 돈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복합적인 참살이 문제 존재를 시사했다. 지니계수는 낮아졌다. 불평등 완화 효과가 뚜렷했다는 의미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전국 10개 군 지역과 사상 첫 ‘농어촌 기본소득’을 지급했다. 농어촌 기본소득에 들어가는 세금은 무려 1조2000억원이다. 초특급 실험이다. 대상지는 경기 연천, 강원 정선, 충북 옥천, 충남 청양, 전북 순창·장수, 전남 곡성·신안, 경북 영양, 경남 남해 등이다. 실험은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농어촌 소멸 위기 대응에 정조준했다. 시범사업은 앞으로 2년간 진행된다. 매달 1인당 15만원의 지역사랑 상품권을 제공한다. 지역 지킴이를 자처한 주민 보상 시스템이다. 또 소비지출을 통한 지역경제 마중물 역할을 담당하는 체감 정책 수단 의미도 담았다. 

이번 실험의 주인공 정선군은 역대 최고급 기회를 얻었다. 영화 ‘왕사남’으로 대박을 터트린 이웃 영월군의 충신 ‘엄흥도’가 당시 맞닥트린 마을 살리기 프로젝트 급이다. 우선 인구 감소, 지역 소멸,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대응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샘 알트만과 독일의 실험처럼 거시적인 데이터를 자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정부 프로토콜 이외에 2년 동안 정선만의 실험이다. 지난달 기준 정선군의 주민등록 인구는 3만5001명이다. 지난해 10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지역 선정 소식이 전해진 후 가파른 우상향이다. 그래프는 정선 곳곳에 있는 뼝대(바위 절벽 지역 방언) 수준이다.

정선 커뮤니티는 단순한 인구 증가와 분배의 쾌감 등 미시적 관점의 지평을 넓히길 바란다. 다행히 정선군은 정부와 별도로 실험과 관련된 정책을 구상해 현장 접목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아리랑의 고장 ‘국민 고향 정선’을 내세운 지역만의 장기흥행 서사 발굴을 고대한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오는 21일 첫 서울 광화문 광장 공연이 전 세계적 관심이다. 5집 앨범으로 무대에 다시 서는 그들의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을 보며 메나리조 정선아리랑이 흥얼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윤수용 기자
ysy@kukinews.com
윤수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