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을 앞두고 서울시가 광화문 일대 지하철역에서 열차를 무정차 통과시키기로 했다. 대규모 인파에 대비한 안전 조치라는 설명이지만, 시민 이동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21일 BTS 무대가 열리는 광화문광장 일대 지하철역에서 무정차 통과 조치를 시행한다. 광화문역(5호선)은 오후 2~10시, 시청역(1·2호선)과 경복궁역(3호선)은 오후 3~10시까지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다. 을지로입구역 등 인근 역도 혼잡 상황에 따라 무정차 통과가 이뤄질 수 있다.
이번 조치는 BTS 공연 직전 서울시가 관계기관과 마련한 안전 대책의 일환이다. 시는 지난 9일 오세훈 시장 주재 회의에서 인파 관리와 교통 통제 방안을 논의했다. 경찰은 행사 당일 약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지하철 무정차 통과는 행안부 ‘다중운집인파사고 안전관리 가이드라인’에도 제시된 대응 방안이다.
대책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10일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역 일대에서 만난 김모(42·여)씨는 “안전이 가장 중요하니 그 정도 불편은 감수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김모(69·여)씨는 “세계 각지에서 사람이 모이는 행사인 만큼 사고 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무정차 통과 조치가 과도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류모(28·남)씨는 “혼잡과 안전 문제를 고려한 조치라는 건 이해하지만, 광화문 같은 상징적인 공공 공간이 특정 가수의 컴백 행사 때문에 광범위하게 통제되는 건 과한 느낌이 있다”며 “차라리 통제가 가능한 공연장이나 돔구장 같은 곳에서 진행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행사로 인한 생활 불편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모(25·남)씨는 “광화문 일대는 결혼식장과 사무실 상가, 관광객까지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라며 “미리 잡아둔 일정이 있는 시민들에게는 상당한 불편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날 지하철이 무정차 통과하는지, 어느 정도로 통제되는지도 몰랐다”고 덧붙였다.
광화문 일대 대규모 행사에서 지하철 무정차 통과가 시행된 사례는 많지 않다. 대표적으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시복식 당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미사를 앞두고 경복궁·광화문·시청역에서 무정차 통과가 이뤄졌다. 이후 집회 등으로 일시적 무정차가 시행된 적은 있지만, 대부분 현장 상황에 따른 단기 조치였다.
다만 교황 행사 당시 무정차 시간대는 이번 BTS 공연과 차이가 있다. 당시 광화문역과 시청역은 새벽 4시30분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경복궁역은 새벽 4시30분부터 오후 12시30분까지 무정차 통과가 이뤄졌다. 서울교통공사 기준 혼잡도(상·하선 평균)를 보면 광화문역 토요일 평균 혼잡도는 오전 5시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약 23%,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는 약 43%로 집계됐다. 서울교통공사는 좌석이 모두 찬 상태를 약 34% 혼잡도로 본다.
서울시는 무정차 시간대가 길게 설정된 데에 대해 안전 관리 차원의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행사 공간이 경복궁역·광화문역·시청역과 세종대로 일대에 집중돼 특정 시간대에 인파가 크게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장 상황에 따라 대응하기보다는 사전에 시간을 넉넉하게 정해 안전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이어 “무정차 통과는 단순히 열차가 서지 않고 지나가는 조치가 아니라 역사 내 인원을 밖으로 이동시키는 등 여러 관리가 동반된다”며 “유동적으로 운영할 경우 현장 대응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는 행사 전 교통 대책을 안내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전광판과 홈페이지 등을 통해 시민 안내도 강화할 계획이다.
한편 정부도 행사 안전 관리에 나섰다. 정부는 11일 행사 당일 서울 종로·중구 일대에 다중운집인파재난 위기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하기로 결정했다. ‘주의’는 인파 밀집 위험이 예상될 때 관계기관이 사전 대응과 현장 관리를 강화하는 단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