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금융지주인데…메리츠금융은 ‘5연임’ 가능한 이유 [알경]

같은 금융지주인데…메리츠금융은 ‘5연임’ 가능한 이유 [알경]

기사승인 2026-03-13 11:00:11
 #[알경]은 기존 [‘알’기쉬운 ‘경’제]의 앞글자 딴 새로운 코너입니다. 어려운 경제 용어 풀이뿐만 아니라 뒷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를 새로운 형식으로 전달하고자 합니다.
메리츠금융 제공.

최근 금융권의 최대 화두는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입니다. ‘66.7% 룰(특별결의)’ 도입까지 거론하며 장기 연임에 제동을 걸겠다는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움직임 때문인데요. 그런데 이런 서슬 퍼런 분위기 속에서도 메리츠금융지주의 김용범 부회장은 사실상 5연임에 성공하며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똑같은 금융지주 간판을 달고도 왜 차이가 발생하는 걸까요.

현재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제한 규정은 없습니다. 주주총회에서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이 찬성하고, 출석 주주의 과반이 찬성하면 통과되는 일반결의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그간 회장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단독 후보를 내면 사실상 연임이 확정되는 구조였습니다.

금융당국은 이를 두고 ‘셀프 연임’이라며 날을 세워왔습니다.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해 선임한 사외이사들이 다시 그 회장의 연임을 결정하는 이른바 셀프 연임 또는 ‘이너서클(참호 구축)’ 현상에 대한 문제의식입니다. 견제와 균형이 사라진 지배구조가 회장의 장기 집권을 뒷받침하는 성벽이 됐다는 지적입니다.

이때 급부상한 카드가 주총 특별결의입니다. 회장이 연임하려면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참석하고,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3연임 이상 장기 집권 시에는 절차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연임 문턱이 크게 높아지는 셈입니다. 특히 신한·KB·하나·우리금융 등 시중은행을 거느린 주요 금융지주들의 긴장도가 높습니다.

메리츠 김용범의 ‘15년 집권’… 무엇이 달랐나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은 사실상 5연임에 성공했습니다. 메리츠금융 임원추위는 최근 김 부회장을 최고경영자 후보로 재추천했습니다. 오는 26일 정기 주주총회와 후속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 재선임이 확정되면, 임기는 2029년까지 이어집니다. 2014년 지주 대표이사에 오른 뒤 15년째 지휘봉을 잡는 ‘초장기 집권’이 되는 것입니다.

통상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의 임기는 보통 3년 수준입니다. 연임 횟수에 대한 법적 제한은 없지만, 10년 이상 재임한 경우는 드뭅니다. 2000년 금융지주회사법 제정 이후 4연임에 성공한 사람은 김정태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 라응찬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 정도입니다. 3연임(9년 재임)을 한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도 ‘장기 집권’ 사례로 꼽힙니다. 이와 비교하면 메리츠의 5연임은 확실히 이례적입니다.

양측의 운명을 가른 첫 번째 차이는 ‘지배구조’에 있습니다. 은행 지주들은 흔히 ‘주인 없는 회사’로 불립니다. 연기금·해외기관·국내 기관·소액주주로 지분이 널리 분산돼 있어, 다양한 이해관계를 의식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 인사가 외풍에 휘둘리는 이유도 여기서 나옵니다.

메리츠금융은 구조가 다릅니다. 메리츠는 증권·보험 중심의 비(非)은행 금융지주일 뿐 아니라, 오너 일가가 과반에 가까운 지분을 쥔 ‘주인 있는 지주’에 가깝습니다. 주총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쪽이 시장 주주가 아닌 오너 측이기 때문에, 경영 성과가 확실하다면 외부의 눈치보다 경영의 연속성을 우선시할 수 있습니다.

업권의 성격 차이도 큽니다. 은행은 국민의 예금을 다루는 만큼 ‘공공재’ 성격이 강합니다. 금융당국이 ‘은행지주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마련해 이사회 역할, 경영진 견제, CEO 승계 절차를 촘촘히 관리하는 이유입니다. 반면 메리츠 같은 비은행 금융지주는 상대적으로 사기업적 성격이 강하다는 인식이 여전합니다. 은행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면서, 실적과 주주 환원이라는 민간 기업의 논리가 우선시됩니다. 확실한 성과와 오너 중심 주주 구조가 받쳐주는 한 장기 집권이 가능한 셈이죠.

앞으로 지배구조 논의의 초점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메리츠 같은 비은행 지주의 장기 집권 모델이 계속 예외로 남을지 새로운 기준이 될지가 결정될 전망입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비은행 지주라고 해서 영원한 예외는 아니지 않겠냐”며 “지배구조 법제화가 본격화되면 장기 집권 모델에도 일정한 견제 장치가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