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사법개혁 3법’이 12일 정식 공포됐다. 재판소원제와 법왜곡죄는 이날 공포 즉시 시행됐고, 대법관 증원은 2년 후인 2028년 3월부터 3년에 걸쳐 시행된다. 1987년 개헌 이후 39년 만의 대대적인 사법제도 개편이다.
그간 입법 과정에서 제기된 ‘4심제’ 논란과 법관 직무 위축 우려 등은 향후 제도 정착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오전 0시 전자관보를 통해 법원조직법(대법관 증원)·형법(법왜곡죄)·헌법재판소법(재판소원제) 일부개정법률을 공포한다고 게시했다. 개정안에 따라 법원 판결을 대상으로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재판소원’, 법관과 검사 등이 위법·부당한 목적으로 법을 왜곡한 경우 형사처벌할 수 있는 ‘법왜곡죄’가 신설됐다.
재판소원 시행으로 기존 헌법소원 심판 대상에서 제외됐던 ‘법원 재판’도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1·2심 판결뿐 아니라 대법원 확정판결도 헌법재판소에서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확정된 재판이 헌재 결정에 반하거나, 헌법·법률이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헌법·법률을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재판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 청구할 수 있다.
헌재는 심리 결과 법원의 재판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되면 해당 재판을 취소하고, 법원은 헌재의 결정 취지에 따라 다시 재판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재판소원이 사실상 ‘4심제’에 해당해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정한 우리 헌법 체계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헌재는 “법원은 법률심, 헌재는 헌법심”이라 역할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제도 시행 이후 후속 절차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헌재가 재판 취소 결정을 내린 뒤 사건을 어떤 절차로 다시 심리할지에 대한 규정이 법원 내부에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제도 시행으로 사건이 헌재로 몰릴 경우 분쟁이 장기화하거나 헌재의 사건 적체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헌재는 연간 1만~1만5000건의 재판소원이 접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접수된 헌법소원 사건 수(약 3000건)의 3~5배 수준이다.
‘법왜곡죄’는 형사법관, 검사 또는 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한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법을 왜곡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법령의 적용 요건을 충족되지 않아도 의도적으로 재판·수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 증거를 인멸·은닉·위조·변조하거나 위조된 증거를 사용하는 행위,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하는 경우가 해당한다.
이에 법왜곡이 의심되는 법관 등을 수사기관에 고소·고발할 수 있다. 다만 재판 과정에서 법관에게 사실인정에 대한 폭넓은 재량권이 주어지는데, 어디까지를 법왜곡으로 볼 것인지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로 인한 고소·고발이 잇따르면 판·검사들의 직무수행을 위축시켜 사법 현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법관 증원은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26명으로 늘려, 2년 후인 2028년 3월부터 3년간 매년 4명씩 순차적으로 증원한다. 상고심 적체를 해소하자는 게 입법 취지다. 현재 대법관 1인당 연간 평균 사건 수는 3478건에 달하는데, 사건 부담을 줄이면 처리 속도가 빨라질 수 있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대법관 증원이 하급심 인력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대법관 업무를 보조하는 재판연구관(현재 101명)도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1·2심 재판에 투입될 판사 인력이 줄어들 수 있다.
대법원 내부의 재판 운영 방식도 조정이 필요해질 전망이다. 현재 대법원은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 3개에서 대부분 사건을 심리하고,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은 대법관 13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서 판단한다. 대법관이 늘어나면 소부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총 6개로 운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전원합의체 운영 방식 역시 논의 대상이다. 구성원이 늘어날수록 토론과 설득 과정이 어려워져 전합이 단순한 다수결 기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사법개혁 3법은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됐다. 그러나 입법 과정에서 사법부와 야당, 시민사회 등의 우려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여러 차례 출근길에서 법안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혀왔고, 박영재 대법관은 법안 통과 이후 지난달 27일 법원행정처장직에서 사퇴했다. 박 처장은 당시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사법제도 개편 3법은 법원의 본질적 역할과 기능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안”이라며 “재판을 담당하는 사법부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법안이 이미 공포된 만큼 시행 초기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제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데 사법부가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편 전국 법원장들은 이날부터 이틀간 충북 제천 포레스트 리솜에서 간담회를 열고 사법개혁 3법 시행에 따른 후속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전국 각급 법원장 45명과 법원행정처 기우종 차장, 실·국장 등이 자리할 예정이다. 간담회에서는 제도 개편에 따른 후속 조치와 법왜곡죄 시행에 따른 형사재판 지원 방안 등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