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의사들의 사법리스크 완화를 위한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이를 두고 의료계와 환자·시민단체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의료계는 해당 법안 통과를 환영한 반면 환자단체는 의료사고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법안 수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회 복지위는 지난 11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필수의료 행위 중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 형사 기소를 제한하는 내용의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의 통합 수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수정안은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과 김윤·박희승·이언주·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6개 법안을 병합해 정부 수정 의견을 반영한 안이다.
의료분쟁조정법의 핵심 내용은 필수의료 행위 과정에서 의료진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발생하더라도 중대한 과실 등이 아닐 경우 국가가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기소 제한 특례다. 특례 적용 대상인 필수의료는 중증·소아·응급·분만·외상 등 생명과 직결되거나 난이도가 높은 의료 행위로 규정했다. 이 같은 특례를 적용받기 위해선 △의료배상 책임보험 가입 △의료사고 설명의무 이행 △중대한 과실 없음 등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사망 등 중대한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료인은 7일 이내에 사고 경위를 환자나 보호자에게 설명해야 한다. 설명 과정에서 의료인이 표한 위로, 공감, 유감 등의 표현은 민·형사 재판에서 책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에는 ‘의료사고지원팀’ 구성을 의무화하고, 중소 병·의원은 전문기관에 이를 위탁하거나 국가의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기존의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는 이중 부담 방지를 위해 폐지된다.
의료사고의 전문적 판단을 위해 보건복지부 산하에 ‘의료사고심의위원회’도 설치된다. 위원회는 사고가 필수의료 행위인지, 중과실이 있었는지 등을 심의한다. 최대 150일 동안의 심의 기간 중 복지부 장관은 수사기관에 의료인 출석 요구 자제를 요청할 수 있다.
특례 적용에서 제외되는 중대 과실은 12개 항목으로 명시했다. 구체적으로 △환자·부위 착오 △설명·동의 위반 △의료기구 잔존 △필수 검사·처치 미실시 △지도·감독 소홀 △무면허 및 대리수술 △진료기록 조작 △마약류 위반 △성범죄 △음주·약물 진료 △진료 거부 △기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중대한 법령 위반 등이다.
의료분쟁조정법을 두고 의료계와 환자단체의 의견은 엇갈린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의협) 대변인은 12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정례브리핑을 열고 “필수의료 분야의 사법리스크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된 부분에 대해 환영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번 개정안은 아직 부족하지만, 의료인에 대한 사법리스크 완화가 환자 보호와 생명 존중과 같은 방향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긍정적 방향으로의 첫걸음으로서 의미가 있다”며 “실무적 관점에서도 의정협의체의 실효성을 보여준다는 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는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환자단체는 “필수의료 행위의 범위와 의료사고 관련 형사처벌 특례는 의료사고 피해 환자와 유가족의 재판받을 권리와 평등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복지부와 공청회 일정을 조율 중이었는데 법안소위에서 논의 없이 개정안을 통과시켰다”며 “이는 사회적 논의와 공론화 절차를 무시한 것으로, 입법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필수의료 행위 범위를 응급, 중증외상, 분만, 중증소아로 한정하고 △‘공소제기 불가 형사특례’ 조항을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연합회는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합의나 배상만으로 검사의 공소권 자체를 막는 제도는 우리 법체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법적 정의에도 어긋난다”면서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 ‘단순 과실’이라고 판단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끝까지 의료과실을 부인하는 의료인의 경우 손해배상금 지급을 미루면서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다투는 사례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