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턱 넘은 대미투자법…K-조선 ‘존스법 장벽’ 넘어 美 진출 물꼬 트나

국회 문턱 넘은 대미투자법…K-조선 ‘존스법 장벽’ 넘어 美 진출 물꼬 트나

기사승인 2026-03-13 17:36:44
12일 국회에서 열린 3월 임시국회 1차 본회의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를 통과한 3500억 달러(한화 약 524조원) 규모의 ‘대미투자특별법’이 조선업계의 해양 패권 재건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 추진의 모멘텀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안보 공백을 한국의 자본과 기술로 메우는 이번 대규모 투자가 K-조선의 영토 확장을 위한 결정적 교두보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대미투자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대미 투자를 위한 대규모 금융 지원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에 따라 HD현대와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사들이 추진 중인 미 현지 노후 야드 현대화 사업(MASGA)이 실질적인 자금 집행 단계로 들어갈 전망이다. 이 법안은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골자로, 이 중 1500억 달러(약 224억원)가 미국 조선업 재건 사업인 마스가 프로젝트에 들어간다. 

그동안 국내 조선사들에게 미국 시장은 높은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진입 장벽이 높은 시장으로 꼽혀왔다. 미 연안무역법인 존스법(Jones Act)이라는 진입 장벽과 막대한 현지 투자 비용은 개별 기업이 독자적으로 감당하기엔 고위험·고비용의 모험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특별법 시행으로 기업의 리스크를 국가적 금융 보증 체제로 전환되면서 ‘개별 기업의 진출’이 아닌 국가 차원의 ‘전략적 자산 확장’이라는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미투자특별법이 통과돼 마스가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경우 한·미 간 조선·해양 분야 협력 논의도 보다 구체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국내 조선 업계의 기술력과 경험이 미국 시장에서 활용될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 지원의 핵심 축인 ‘한미전략투자공사’ 출범도 마스가 프로젝트 추진 속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법 시행 이전까지는 자금 조달 리스크에 막혀 노후 야드 현대화가 구상 단계에 머물렀지만, 시행 이후에는 정부 주도의 매칭 펀드를 통해 미 현지 야드에 ‘K-조선업 시스템’을 즉각 이식하는 현지화 전략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 방어 전략도 강화될 전망이다. 고금리와 현지 규제 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에서 특별법에 따른 저리 융자와 세제 혜택은 기업들의 재무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춰줄 장치로 평가된다. 한미전략투자공사는 미국 내 고금리 기조를 고려하여 현지 대출 금리와 국내 정책 금리 간의 차액을 보전하는 ‘금리 스왑형 정책 융자’를 시행한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미국 현지 자금 조달 시 발생하는 금융 비용을 최대 3%포인트(p)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제 혜택 역시 파격적이다. 미 현지 노후 야드 현대화에 투입되는 설비 투자비(CAPEX)의 최대 30%를 법인세에서 공제해 주는 ‘안보 협력 투자 세액공제’가 적용되며, 한국의 시스템을 이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술 전수 및 R&D 비용은 전액 비용으로 처리돼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부가 초기 투자 리스크와 운영 손실을 직접 분담해 주는 구조가 마련되면서, 개별 기업은 본토 진출에 따른 재무적 불확실성을 덜고 장기적인 투자 전략을 세울 수 잇는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다. 

다만 미국의 국가 역량이 중동 전쟁 대응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 마스가 추진에 장애물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방산 자원이 탄약과 미사일 등 소모성 화력 보충에 집중되는 사이 발생하는 함정 건조 및 유지보수(MRO) 분야의 '안보 공백'이 오히려 한국 조선사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미국이 한국 자본 유치로 도움을 받아 추진하려는 것이 마스가이므로 추가적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적극 추진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에 MRO를 발주하는 것 이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므로, 양국의 산업 역량과 협력 국면을 고려하면 마스가의 가속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한미 조선 협력은 오래전부터 요구되어왔던 것이기 때문에 전쟁과 무관하게 우선순위가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무역법 301조로 인해 조선업에 영향을 미친다면 우리 기업의 미 투자에 대한 압박이 될 수 있는데, 반대로 미국 입장에서도 자국 산업을 키우기 위한 협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외 환경은 여전히 변수다. 미국은 법원 판결로 기존 상호관세 체계가 무력화되자 ‘무역법 301조’를 통한 새로운 관세 장벽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12일(현지시간) 강제노동 생산 상품의 수입 금지를 효과적으로 집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국을 포함한 60개국을 대상으로 301조 조사에 전격 착수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가 각국의 집행 실패를 '미국 업계에 대한 차별'로 규정한 가운데, 우리 정부는 민관 합동 대응체제를 구축하고 기존 관세 합의에 따른 이익 균형 유지를 최우선으로 협상에 나설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516조원은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지만 한국은 전부터 이미 각오하고 합의한 사안이기도 하므로, 미래 지향적으로 우리 산업계가 얻어낼 이익 증대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