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고시 부활론’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법조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대통령실은 관련 검토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로스쿨 제도 한계를 둘러싼 문제 제기가 이어지며 법조계 안팎에서 찬반 논쟁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시 부활’ 논란은 최근 청와대가 로스쿨 제도와 별도로 사법시험을 통해 연간 50~150명의 법조인을 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며 촉발됐다. 다만 대통령실은 해당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관련 논의를 공식 부인했다.
그럼에도 법조계에서는 사법시험 부활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백원기 대한법학교수회장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로스쿨 체제의 한계를 지적하며 사시 부활 필요성을 언급했다.
백 회장은 “전국의 가난한 학생들이 로스쿨 준비를 많이 했지만 점차 준비하는 학생들이 줄어들고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며 “준비 비용도 사법시험보다 더 많이 든다”고 말했다.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지 못할 경우 진로가 제한되는 이른바 ‘오탈자 제도’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합격하지 못하면 다른 직종으로 진출하기가 쉽지 않다”며 “사법시험 준비생들은 다른 공무원 시험 등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있었다”고 말했다.
백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로스쿨 제도 문제를 언급한 점을 들어 실제 검토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정책실장에게 검토를 지시하고 민정수석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개석상에서 검토하겠다고 약속했으니 검토가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법학교수회 역시 전날(12일) 성명을 통해 ‘신(新)사법시험’ 도입을 제안했다. 교수회는 “국민적 신뢰 회복을 위해 공직 사법관시험과 자유직 변호사시험을 구분해 별도로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 25개 로스쿨을 제외한 139개 법과대학·법학과 교수 등이 참여하는 교수회는 새로운 사법시험을 통해 공직 사법관을 200명 이상 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변호사시험에서 탈락한 로스쿨 졸업생에게도 응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시 부활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청년 법조인 단체인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는 성명을 내고 “시대착오적 퇴행을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법협은 “12년에 걸친 국민적 합의와 국회의 결단으로 도입된 로스쿨 제도를 다시 흔드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스스로 허무는 행위”라며 “시험 중심 선발 방식으로 회귀하는 것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로스쿨 제도를 둘러싼 논쟁은 도입 이후 꾸준히 이어져 왔다. 로스쿨을 통한 법학 교육 강화라는 취지는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지만, 높은 등록금과 입시 공정성 문제 등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로스쿨 입학 과정에서 학부 성적과 영어 성적, 면접 등 다양한 요소가 반영되는 만큼 선발 과정의 형평성을 둘러싼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경제적 부담 역시 여전히 장벽으로 꼽히며 별도의 진입 통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사법시험을 다시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이미 로스쿨 체제가 정착된 상황에서 사시를 부활시킬 경우 제도적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고시 낭인’ 문제 등 시험 중심 선발 방식의 부작용도 다시 제기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사시 부활 자체의 현실성은 크지 않더라도, 이번 논란을 계기로 변호사 선발 방식이나 법조인 배출 규모 등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6월 광주 타운홀미팅에서 사법시험 부활 요구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한다”며 “이미 정착된 로스쿨 제도를 폐지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로스쿨을 나오지 않아도 변호사 자격을 검증해 부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