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및 중동 사태 여파로 국내 석유화학단지의 원료 수급 문제가 심화하면서 주요 기업의 ‘불가항력(Force Majeure)’ 가능성 통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당정이 여수 석화산단의 산업위기 특별 대응지역 격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중동 사태 경제대응 TF(태스크포스) 소속 안도걸 의원은 16일 국회서 취재진과 만나 “현재 알루미늄과 황, 나프타 등 핵심 원자재 부족이 심각하며, 특히 중동에서 25%를 들여오는 나프타의 수급 차질과 가격 급등으로 석화기업 생산이 감축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안 의원은 “나프타의 경우, 산업부와 협의해 국내 생산물량 수출을 전년 수준으로 동결하고 대체 수입선을 발굴하겠다”면서 “중동 사태로 피해를 본 중소·수출기업과 소상공인에 물류비용을 더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당정이 이러한 조치까지 논의하는 배경은 현재 구조조정 자율개편안을 토대로 체질 개선에 한창인 국내 석화업계에 중동 사태로 인한 원료 수급 문제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 됐기 때문이다.
중동 전쟁으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원유·나프타 등 석화 원료를 실은 선박이 국내 정유사의 유조선과 선적조차 하지 못한 채 현지 항구에 대기 중인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에 공급되는 나프타의 절반이 수입산이고 나머지는 국내에서 원유를 정제해 생산 중인데, 수입산의 절반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왔고 국내 도입 원유의 약 70%가 중동산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설비 감축 등 생산량을 줄여온 국내 석화업계 입장에선 비축한 나프타 재고량도 적어 이번 사태에 대한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최근 연간 228만톤의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기업인 여천NCC는 고객사에 전쟁으로 인해 제품 공급이 불가능하다며 ‘불가항력’을 선언한 바 있다. 불가항력 조치는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제품 공급 계약 이행이 어려울 때 면책을 위해 발동하는 조치로, 공급사가 고객사에 필요한 물량을 제때 공급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즉시 통보해야 한다.
여천NCC의 불가항력 선언 이후 롯데케미칼, LG화학, 한화솔루션 등 주요 석화기업에서도 줄줄이 고객사에 불가항력 가능성이 있다는 고지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축분이 떨어지는 다음 달쯤에는 본격적으로 불가항력 선언이 현실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내 최대 석화 거점인 여수에서는 정부의 지원 확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여수국가산단살리기 시민총궐기대회 준비위원회는 지난 4일 여수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여수산단의 특수성을 반영한 실질적인 산업전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일에는 여수시 차원에서 ‘민생경제 안정 긴급 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에 따른 공급망 대응 방안, 중소기업·소상공인·농수산 분야 등 지역경제 전반에 대한 대책 방향을 논의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