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킹 그대로 옷을 사도 3만원이 안 되네요.”
직장인 이경민(36·여)씨는 16일 서울 시내의 한 다이소 매장에서 5000원짜리 나일론 바람막이와 티셔츠 두 장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이씨는 “브랜드 옷은 바람막이 하나만 사도 3만~5만원은 기본인데, 여기선 여러 개를 사도 부담이 없다”며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번씩은 꼭 들르게 된다. 새 제품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봄 간절기를 맞아 다이소 의류 코너 앞이 부쩍 붐비고 있다. 다이소는 최근 나일론 경량 집업, 후드 집업, 크롭형 등 바람막이 3종을 5000원 균일가에 선보였다. 가벼운 나일론 소재에 작게 접어 파우치에 수납할 수 있는 구조로, 가방에 넣고 다니기 편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매장을 찾은 40대 직장인 정모씨는 “출퇴근길에 하나 걸치려고 골랐다”며 “이 가격이면 한 철 입어도 크게 부담이 없다”고 했다.
매장 풍경도 달라졌다. 매장 관계자는 “옷 진열하는 면적이 지난해보다 확실히 늘었다”며 “옷 코너가 차지하는 공간이 눈에 띄게 커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매장에서는 입구 가까운 주요 자리에 의류 행거가 배치돼 있었고, 바람막이·티셔츠·가디건 등이 색상별로 진열된 코너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계산대 앞에는 의류를 포함한 장바구니를 든 고객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았다.
다이소 의류 코너를 찾는 소비자층도 점차 다양해지는 모습이다. 매장에서는 20~30대 직장인뿐 아니라 중장년층 고객들도 의류 코너를 살펴보는 장면이 쉽게 눈에 띄었다. 박모(61·여·주부)씨는 “아이 옷이나 남편 속옷은 전부터 여기서 샀는데, 요즘엔 나도 티셔츠나 가벼운 겉옷은 여기서 산다”며 “품질이 가격 생각하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다이소 바람막이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생각보다 소재가 괜찮다”는 후기를 공유하며 재구매 의사를 밝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매장에서는 출시 직후 특정 색상이 품절되는 상황도 빚어졌다.
실적에서도 이런 흐름이 나타난다. 다이소의 지난해 1~11월 의류·용품 매출은 전년 대비 약 70% 증가했다. 취급 상품 수도 800여종 수준으로 확대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생활용품·문구 위주였던 다이소가, 이제는 패션 코너를 전면에 내세우는 유통 채널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쟁 구도도 예전과 달라지고 있다. 유니클로·자라 등 합리적인 가격에 기본 아이템을 판매하는 스파 브랜드에 이어,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초저가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공세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패션 소비 지형은 빠르게 재편되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다이소가 오프라인 접근성과 균일가라는 강점을 앞세워 이들 플랫폼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초저가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고 본다. 전국 1500여 개에 달하는 매장망은 온라인 직구와 달리 당일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패션업계에서는 이 현상을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소비 구조의 변화로 보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기에는 소비자들이 의류 지출에서 지불 의향 가격 자체를 낮추는 경향이 있다”며 “다이소가 5000원이라는 가격을 아우터 시장에 제시한 것은 기존 SPA 브랜드들에도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패션기업 관계자 역시 “요즘 소비자들은 옷에 큰돈을 쓰기보다는 계절에 맞게 가볍게 입을 수 있는 제품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며 “가격 부담이 낮은 채널에서 기본 아이템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