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 올라탄 삼성·SK…보수 늘리고 기술통 키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올라탄 삼성·SK…보수 늘리고 기술통 키운다

기사승인 2026-03-17 06:00:08

삼성전자 사옥 전경. 연합뉴스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을 타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주주총회에서 보상 확대와 기술 중심 이사회 재편에 나선다. AI 메모리 수요 급증으로 글로벌 반도체 투자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재계와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반도체 전문가를 이사회 전면에 배치하고 보상 체계도 손질한다. 

테슬라 뚫은 삼성…이사회 압축·주주 권리 ‘UP’ 

삼성전자는 18일 오전 9시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를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개최한다.

이번 주총의 핵심 안건은 이사회 구조 개편과 보상 체계 확대다. 삼성전자는 이사 보수 한도를 지난해 360억원에서 올해 450억원으로 25% 상향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동시에 김용관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경영전략총괄 사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김 사장은 메모리사업부 지원팀장과 DS부문 기획팀장 등을 거친 반도체 전략 전문가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테슬라 파운드리(위탁생산) 수주 협상 등에 관여하며 반도체 투자 전략을 이끌어 왔다. 업계에서는 김 사장의 이사회 합류가 반도체 투자 의사결정과 DS부문 간 소통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보고 있다.

의사결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전체 이사 수는 기존 10명에서 8명으로 줄인다.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는 에너지·자원경제 분야 전문가인 허은녕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가 내정됐다.

삼성전자는 정관 변경도 추진한다.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고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또 올해 9월 시행 예정인 개정 상법에 맞춰 집중투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정관 변경안도 상정된다. 집중투표제는 2명 이상의 이사를 동시에 선임할 때 소액주주가 특정 후보에게 의결권을 집중할 수 있는 제도로, 소수 주주 권한을 실질적으로 강화한다.

다만 삼성전자 회장의 사내이사 복귀 안건은 이번 주총에서도 포함되지 않았다.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연합뉴스

‘자사주 300억’ 푼 SK하이닉스…핵심 인재 ‘록인’ 승부수

SK하이닉스도 기술 중심 이사회 강화에 나선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5일 경기 이천 본사에서 제78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차선용 미래기술연구원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차 원장은 메모리 기술 개발을 총괄해 온 연구 책임자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메모리 기술 개발을 이끌어 온 인물이다. 업계에서는 AI 메모리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연구개발 중심 경영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보상 체계에서도 변화가 있다. SK하이닉스는 이사 보수 한도를 150억원으로 유지하는 대신 300억원 상당의 자사주 3만주를 장기 성과보상으로 지급하는 안건을 올렸다. 현금 보너스 대신 주식 기반 보상을 확대해 경영진의 장기 성과와 주주 가치의 연계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영업익 100조 시대 열리나…초격차 경쟁 본격화

양사의 이번 주총 안건은 폭발하는 AI 메모리 수요에 발맞춰 신속하고 공격적인 투자 체제를 완비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돼 있다. 양사가 보상 확대와 인적 쇄신에 적극 나서는 배경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구조적 호황이 있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매출 97조1467억원, 영업이익 47조2063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증권가에서는 2026년 양사 합산 영업이익이 최대 25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글로벌 시장 전망도 밝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2026년 글로벌 D램 매출이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HBM 시장 규모도 지난해보다 58% 증가한 546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 역시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전년 대비 25% 이상 성장해 약 9750억 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에서는 기술 의사결정 속도가 곧 조 단위의 매출 차이로 이어진다”며 “기술 전문가 중심의 이사회 구조는 글로벌 AI 반도체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변화”라고 내다봤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이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