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 보장 한도를 높인 상품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보험사 간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손해율 부담과 금융당국 점검을 의식한 속도 조절 기류도 감지된다.
17일 보험업권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레켐비 치료비 보장을 확대하며 신상품 출시와 상품 개정에 열을 내고 있다. 레켐비는 일본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질병을 완치하기보다는 원인 조절을 통해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NH농협생명은 지난 10일 ‘NH올원더풀기억안심치매보험’을 출시하고 레켐비 등 최경도치매 표적치료 보장을 특약에 담았다. 경도 치매 진단 시 최대 10년간 생활자금을 지급하고, 표적약물치료는 최대 4600만원까지 보장하는 구조다. 교보생명도 지난 2월 ‘교보더안심치매·간병보험’을 선보이며 표적치매약물허가치료를 특약 합산 최대 2500만원까지 보장하도록 설계했다.
손해보험사들은 이미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NH농협손해보험은 레켐비 치료를 최대 3080만원까지 보장하는 상품을 운영 중이며,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등도 최대 2200만원 수준의 보장을 제공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이달 들어 보장 한도를 기존 2000만원에서 2200만원으로 확대했다.
이 같은 경쟁은 레켐비 처방 증가세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보윤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받아 집계한 결과,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기준 레켐비 처방은 국내 출시 첫 달인 2024년 12월 167건에서 2025년 12월 4362건으로 불어났다. 1년 만에 약 26배 증가한 수치다. 한 대형 GA 설계사는 “소비자들도 레켐비 치료를 인지하면서 치매보험에 기본적으로 포함해 달라는 요구가 많고, 실제 수요도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형성은 흥국화재가 주도했다. 흥국화재는 2024년 표적치매약물허가치료비 특약을 업계 최초로 출시하며 1000만원 한도의 보장 상품을 선보였고, 배타적사용권을 확보해 일정 기간 단독 판매했다. 이후 권리가 만료되면서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주요 손보사들이 잇따라 시장에 진입했고, 최근에는 교보생명과 NH농협생명 등 생명보험사로도 경쟁이 확산됐다.
문제는 보장 한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기 1000만원 수준이던 레켐비 보장은 최근 2000만원대를 넘어 3000만원, 일부 상품은 4000만원대까지 확대됐다. 금융당국이 한도 경쟁을 주시하는 배경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국내 보험사들을 대상으로 치매보험 보장 한도 기준 등 관련 내부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레켐비 특약 경쟁도 일정 부분 속도 조절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동양생명은 이달 중순부터 치매보험 레켐비 담보의 보장 한도를 하향 조정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다른 보험사들도 한도 재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실제로 현재 일부 영업 현장에서는 “판매가 빠르게 늘어나 보험사들도 한도 축소를 검토하는 분위기라 지금 가입해야 한다”는 식의 권유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NH농협생명은 최근 불거진 보장 한도 축소 검토설과 관련해 “현재까지 별도로 검토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