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저밤고’ 재생에너지 시대…전기요금 개편 신호탄 [기후·환경 통신문]

‘낮저밤고’ 재생에너지 시대…전기요금 개편 신호탄 [기후·환경 통신문]

태양광 등 전력 수급 변화 반영...산업용 효과 먼저
“비용부담 소비자 전가 않도록 균형있는 접근 필요”

기사승인 2026-03-18 07:00:04
아파트 전기계량기. 쿠키뉴스 자료사진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낮과 밤 시간대에 따라 달리 적용하는 방식으로 개편했다. 태양광 발전 확대 등 전력 수급 변화에 대응해 전력 소비 시간을 조정하려는 취지다. 당장 가정용 전기요금이 오르는 정책은 아니지만 재생에너지 확대에 맞춰 전력 소비 구조를 바꾸려는 요금 체계 개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13일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계절·시간대별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공개했다. 개편안의 핵심은 산업용 전기에 대해 낮 시간 전기요금을 낮추고 저녁과 밤 시간 요금을 상대적으로 높이는 구조다.

정부는 태양광 발전 확대 등으로 낮 시간 전력 공급이 늘어나는 상황을 반영해 전력 소비를 낮 시간대로 유도하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전력 공급이 많은 시간대에 전기를 더 쓰고 공급이 부족한 시간대에는 사용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산업용 전기요금에는 이미 1970년대부터 계시별 요금제가 도입돼 있다”며 “전기가 비쌀 때는 덜 쓰고 쌀 때는 더 쓰도록 하는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요금 개편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 수급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병준 고려대 교수(전 대한전기학회장)는 “전력 생산은 원자력, 석탄, 가스, 태양광, 풍력 등 다양한 발전원을 조합하는 ‘에너지 믹스’를 통해 이뤄진다”며 “태양광 발전이 늘어나면서 낮 시간 전력 공급이 늘어나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낮에는 태양광 발전량이 많아 전력 공급이 상대적으로 늘어나고 밤에는 화력발전에 의존하게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전력 수요를 조정하기 위해 요금이 하나의 유인책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개편이 산업용 전기요금을 중심으로 설계된 만큼, 가정용 전기요금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된다.

이 교수는 “전력 소비 비중을 보면 산업용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가정용은 20%가 채 되지 않는다”며 “정책 효과는 산업용에서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전기요금 체계 전반의 변화도 예상된다. 현재 가정용 전기요금은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단가가 올라가는 누진제가 적용되고 있다. 앞으로는 전기를 언제 사용하느냐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 ‘시간대 요금제’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지역별 전기요금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이 교수는 “전기요금이 지역별로 차등화될 경우 전력 비용 비중이 높은 산업에서는 입지 선택을 고려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풀이했다.

시민단체에서는 전기요금 구조 변화가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오세형 경실련 경제정책팀 부장은 “전기요금은 공공요금 성격이 강한 만큼 요금 구조 변화가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정용 요금으로 확대될 경우 생활 패턴과 직결된 부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 부장은 “일반 가정은 생활이 주로 저녁 시간에 이뤄지기 때문에 산업용과 같은 시간대 요금제가 적용될 경우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이런 부분을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산업용 전기요금 정책과 관련해서는 “산업 경쟁력을 고려한 정책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비용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종=김태구 기자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김태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