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안 하면 언제”…국민성장펀드로 ‘K-엔비디아’ 키운다

“지금 안 하면 언제”…국민성장펀드로 ‘K-엔비디아’ 키운다

금융위원회·과기정통부 ‘K-엔비디아 육성 프로젝트’ 민관 합동 간담회
리벨리온·퓨리오사AI 등 국내 NPU 팹리스 5개사 참여
“두 부처 합동해서 적극 도울 것”

기사승인 2026-03-17 17:14:00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이억원(오른쪽 네번째) 금융위원장과 배경훈(오른쪽 다섯번째)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 박상진(오른쪽 세번째)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리벨리온, 퓨리오사AI, 하이퍼엑셀, 딥엑스, 모빌린트 등 국내 NPU 팹리스 5개사 관계자와 함께 ‘K-엔비디아 육성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민관 합동 간담회를 열었다. 임성영 기자. 

금융위원회가 국민성장펀드를 앞세워 AI 반도체 분야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며 ‘K-엔비디아’ 육성을 본격화한다.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이 소수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전력·비용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저전력·저비용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축으로 한 국산 AI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정책·금융 지원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금융위원회와 과기정통부는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산업은행과 리벨리온, 퓨리오사AI, 하이퍼엑셀, 딥엑스, 모빌린트 등 국내 NPU 팹리스 5개사와 함께 ‘K-엔비디아 육성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민관 합동 간담회를 열고 국민성장펀드를 활용한 AI 반도체 투자전략을 논의했다. 국산 NPU 상용화와 글로벌 진출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정부와 금융권, 산업계가 한자리에 모여 산업 육성 방향과 자금 공급 원칙을 점검한 자리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전 세계가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고 그 최전선에 오늘 자리한 5개 AI 반도체 기업이 서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AI 산업은 초기 인프라 구축부터 운영 과정의 주기적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시장 확산에 따른 단계적 스케일업까지 장기간 자금 투입이 필요한 분야”라며 “연초에 확정한 계획에 따라 민간 자금과 연계한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AI 및 반도체 분야에 향후 5년간 50조원, 올해만 약 10조원 규모의 장기 인내자본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7일 ‘K-엔비디아 육성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민관 합동 간담회에 참석해 국내 NPU 팹리스 5개사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임성영 기자.

이 위원장은 “얼마나 시장이 커질지 어느 기업이 승자가 될지 모든 것이 불확실한 만큼 결국 자본, 돈의 힘이 중요하다”며 “배경훈 장관이 기술을 맡고 금융위가 투자를 맡아 공동 작전으로 전 세계 기술·투자 전쟁에서 우뚝 설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통 따로 움직이던 두 부처가 힘을 모아 제대로 된 지원을 해보려고 한다”며 “오늘 자리한 NPU 팹리스 5개사가 뛰는 힘과 우리가 미는 힘을 합쳐 한국 경제의 미래를 만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1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AI 반도체 산업 도약 전략’을 마련해 저전력·저비용 NPU를 단기에 집중 육성하고, 2030년까지 AI 반도체 글로벌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일환으로 국산 AI 반도체의 설계와 생산을 지원하는 ‘K-엔비디아 육성’ 프로젝트를 발굴해 금융위에 제안했고,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국민성장펀드 1차 메가프로젝트 7건에 해당 프로젝트를 포함시켰다.

금융위는 15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국민성장펀드 가운데 AI 분야에 30조원, 반도체 분야에 약 21조원 등 총 50조원을 5년간 투입한다는 정부의 기존 계획을 재확인했다. 국민성장펀드는 정부보증채 기반 첨단전략산업기금과 민간 자금을 결합해 조성하는 대형 정책 펀드로, AI·반도체·모빌리티 등 11개 첨단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구조다.

이날 금융위는 AI·반도체 분야 자금 공급 방향도 구체화했다. 초기 인프라 구축 단계, 서비스 확산에 따른 스케일업 단계, 설비 교체·보강이 이뤄지는 유지 단계 등으로 나눠 국민성장펀드 자금을 공급해 국내 AI 기업들이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이 17일 ‘K-엔비디아 육성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민관 합동 간담회에 참석해 국내 NPU 팹리스 5개사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임성영 기자.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승부를 보려면 학습 단계에선 GPU를 최대한 잘 활용하고, 서비스 단계에선 저전력 NPU를 확산시키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며 “한국에서만 쓰는 것이 아니라 국산 NPU를 글로벌로 보급한다면 우리도 충분한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지금의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정부도 기업과 가치를 함께 나누는 지분 참여 방식으로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수천억원 규모 투자까지 할 수 있게 된 것이 의미가 크다”고 했다.

배 부총리는 “한 기업에 수천억원을 투입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는 고민도 있었지만 ‘지금 안 하면 언제 하느냐, 지금 투자해 성공시켜야 대한민국의 내일이 있다’는 산업은행의 판단에 공감했다”며 “5개 기업이 글로벌에서 인정받는 AI 반도체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정부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상진 한국산업은행 회장은 “AI 반도체 산업은 하나의 산업을 넘어 대한민국 전반 산업의 핵심 인프라”라며 “거대 글로벌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들여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이 성장하려면 정책과 금융의 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은행은 그간 AI 반도체 기업 설립 초기부터 직접 투자와 후속 투자 등으로 총 1500억원 안팎을 지원해 데스밸리를 넘는 데 힘을 보탰다”며 “국민성장펀드와 함께 대규모 모험자본을 적기에 공급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돕겠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국내 NPU 팹리스 전반에 대한 국민성장펀드 직·간접 투자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AI·반도체에 50조원 투입이 구체적인 프로젝트와 연결될 경우,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다.
임성영 기자
rssy0202@kukinews.com
임성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