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모를 관세 리스크에 중동 전쟁까지…‘철강·석화’ 제조업, 전방위 타격 지속

끝 모를 관세 리스크에 중동 전쟁까지…‘철강·석화’ 제조업, 전방위 타격 지속

기사승인 2026-03-18 06:00:12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관세 리스크 등 통상 악재를 맞은 ‘철강·석유화학’ 제조업이 올해 더 큰 악재에 직면했다. 미국의 무역법 301조 조사로 관세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중동 사태까지 겹치며 원료 수급 차질 우려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17일 통상당국에 따르면,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1일(현지시간) 관보를 통해 한국 등 16개국(유럽연합 포함)을 상대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대체할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사전 조치로 해석된다. 무역법 122조에 따라 현재 부과되고 있는 글로벌 관세(10%)는 150일만 적용이 가능해 오는 7월24일 만료되는데, USTR은 공청회 등 절차를 거쳐 만료 이전에 상호관세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USTR은 이번 조사에서 ‘제조업의 구조적 과잉 생산’을 지목하고 있다. 자국의 철강·석화산업이 한국 등 타국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고 판단할 경우 추가 관세 부과나 수입 물량 제한 등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한국 철강산업이 이미 50%라는 고율 관세를 부과받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국가안보 위협)에 따라 지난해 3월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같은 해 6월부터 50%로 인상해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미 양국이 대미투자 등 협약을 체결했을 때에도 철강만은 관세 인하에서 제외돼 왔다.

철강의 지난해 대미 수출 물량은 254만톤으로, 전년(2024년 277만톤) 대비 약 8% 이상 감소했다. 미국이 우리의 철강 주요 수출국 2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타격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부담한 관세는 약 2억8100만달러(약 4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여기에 중동 사태까지 서서히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철강의 경우 중동 수출입 비중이 수입량 0.1% 미만, 수출량 2.3% 수준(2025년 기준)에 불과해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나, 철광석과 제철용 원료탄 등 주요 원료를 해외에서 벌크선을 통해 들여오는 만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시 해상 운임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실제로 벌크선 운임 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 3일 2242포인트(p)까지 상승한 뒤 최근 2000p 안팎까지 떨어졌지만, 지난해 평균(1681p)에 비하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여천NCC 제1사업장 야경. 여천NCC 홈페이지 캡처 

석화산업은 이미 중동 사태에 대한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나프타 등 석화 원료를 실은 선박이 현지 항구에 대기하는 상황이 길어지고 있어서다. 

국내에 공급되는 나프타의 절반이 수입산이고 나머지는 국내에서 원유를 정제해 생산하는 구조인데, 수입산의 절반이 그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왔으며 국내 도입 원유의 약 70%가 중동산일 정도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에틸렌 설비 감축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국내 석화업계 입장에선, 비축해둔 나프타 재고량도 적어 이번 사태에 대한 영향을 더욱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지난 4일 여천NCC가 고객사에 전달한 ‘불가항력’ 조치를 시작으로 롯데케미칼, LG화학, 한화솔루션 등 주요 석화기업 대부분이 가능성을 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가항력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제품 공급 계약 이행이 어려울 때 면책을 위해 발동하는 조치로, 공급사가 고객사에 필요한 물량을 제때 공급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즉시 통보해야 한다. 비축분이 떨어지는 다음 달쯤에는 본격적으로 불가항력 선언이 현실화할 것이란 비관론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리스크와 동시에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철강·석화 등 제조업 전례 없는 위기가 타 산업 대비 심화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제조업에 대한 지원책과 더불어, 현재 진행 중인 석화 자율 구조조정 개편안에 대한 폭넓은 지원이 검토돼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