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이달 정기 주주총회를 잇달아 열고 최고경영자(CEO) 연임과 지배구조 관련 안건을 논의한다. 업계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상당수 기업이 기존 경영진 중심의 안정적 체제를 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오는 20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주요 기업 일정은 △20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동국제약, 동국생명과학, 유한양행을 시작으로 △23일 SK바이오사이언스 △24일 셀트리온, 셀트리온제약, 삼진제약, 부광약품 △26일 종근당홀딩스, JW중외제약, 대웅제약, 일동제약 △31일 보령, 한미약품 순으로 예정돼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주사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인적분할 후 첫 주총을 연다. 삼성에피스홀딩스와 에피스넥스랩의 경영 지원을 총괄하는 김형준 팀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위탁개발생산(CDMO) 경쟁력 제고와 생산능력 확대, 글로벌 수요 등을 앞세워 지속 성장을 이루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인적분할도 성공적으로 완수해 CDMO 사업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확립했다.
이번 주총 시즌의 핵심은 CEO 연임 여부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 상위 20개 제약·바이오 기업 가운데 10곳의 CEO 임기가 이달 종료된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기우성·김형기 셀트리온 대표, 허은철 GC녹십자 대표, 신영섭 JW중외제약 대표, 백승열 대원제약 대표 등에 대한 연임 안건은 모두 이달 주총에서 상정될 예정이다.
업계에선 이들 대부분의 연임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 역시 지난해 SK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제외되면서 사실상 연임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SK바이오팜은 올해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방사성의약품(RPT)과 AI(인공지능) 기반 연구 혁신을 축으로 글로벌 도약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 대표는 올해 초부터 RPT를 회사의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지목하고 치료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이 같은 흐름의 배경으로 대내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꼽는다.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과 연구개발(R&D) 비용 증가 등 부담 요인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검증된 경영진을 중심으로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오는 26일 주총을 여는 대웅제약은 박성수 대표 임기를 3년 연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보톨리눔 톡신 ‘나보타’의 성공을 이끈 인물이다. 대웅제약은 올해도 박 대표와 이창재 대표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할 전망이다. 지난 2024년 부임한 박 대표는 연구개발(R&D)과 해외 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 주총에선 상법 개정에 따른 각사의 대응 방향도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 모든 상장사는 새로 취득한 자사주를 1년 이내, 기존에 보유 중이던 자사주는 1년6개월 안에 소각해야 한다. 다만 자사주를 제3자에게 처분하거나 계속 보유하려면 주주총회에서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에 대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은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우호세력 등을 대상으로 자사주 처분이나 교환 관련 안건을 상정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셀트리온은 오는 24일 주총 의안으로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 승인 및 자기주식 소각의 건’을 상정했다. 셀트리온은 공시를 통해 자사주의 74% 규모인 약 911만주를 주총 승인 당일 이사회를 통해 소각해 주주가치를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한미약품도 지난 16일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제이브이엠(JVM) 등 주요 상장 계열사 3사가 보유한 자사주의 70%를 소각하고, 나머지 30%를 임직원 보상에 활용하는 안건을 주총 의안으로 상정한다고 공시했다.
한미약품은 오는 31일 주총 결과에 따라 대표가 바뀔 수 있다. 대주주와 전문경영인 간 충돌로 경영 체제 안정성이 다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가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황상연 HB인베스트먼트 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임하는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이번 주총 시즌을 계기로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의 지배구조 변화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전문경영인 체제 확대와 주주환원 강화 등 경영 기조 전환 여부가 향후 각 기업의 중장기 전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