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농구 17번의 입증과 그 너머를 향한 고민 [취재진담]

한국 여자농구 17번의 입증과 그 너머를 향한 고민 [취재진담]

3승2패 본선행…강이슬·박지수 중심 경쟁력 입증

기사승인 2026-03-20 22:08:58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 대한농구협회 제공

한국 여자농구가 ‘1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대기록을 달성했다. 17회라는 숫자 때문에 마치 당연한 결과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들여다보면 이번 성과는 절대 가볍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 이번 국제농구연맹(FIBA) 여자농구 월드컵 예선에서 3승2패를 기록하며 조 3위로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개최국 독일과 아프로바스켓 우승팀 나이지리아가 이미 본선 진출권을 확보한 상황에서 남은 두 자리를 두고 경쟁한 결과 한국은 프랑스와 함께 본선 참가 자격을 획득했다.

한국은 세계랭킹 8위 나이지리아를 77-60으로 꺾고 스스로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는 성인 대표팀 기준으로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거둔 첫 승리이기도 하다. 필리핀전에서는 100점이 넘는 득점을 기록하며 전력 차이를 분명히 했다. 놓쳐서는 안 되는 경기를 확실히 가져가는 집중력을 보였다.

대표팀 중심에는 주장 강이슬이 있었다. 강이슬은 나이지리아전에서 3점슛 5개를 포함해 20점을 기록하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이어 필리핀전에서 3점슛 8개를 성공시키는 등 폭발적인 외곽 득점력으로 공격을 주도했다. 이번 예선 5경기에서 평균 5개 이상의 3점슛을 기록하며 대회 최고 슈터로 자리매김했다. FIBA는 강이슬을 NBA 역대 최고 슈터인 스테픈 커리와 비교하기도 했다.

강이슬. 대한농구협회 제공

박지현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나이지리아전에서 20점대 득점과 함께 리바운드, 어시스트를 고르게 기록하며 공수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유의 활동량과 에너지는 팀 전체의 흐름을 끌어올리는 원동력이었다. 골밑에는 박지수가 있었다. 완벽한 컨디션이 아님에도 리바운드와 수비, 몸싸움을 책임지며 버팀목이 됐다. 박지수가 있기 때문에 한국 여자농구가 국제무대에서 버틸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이번 대표팀은 각자 역할이 분명했다. 외곽에서는 강이슬, 연결고리를 이어준 박지현, 골밑에서는 박지수가 중심을 잡으며 ‘무너지지 않는 팀’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전력 열세 속에서도 쉽게 흐름을 내주지 않는 경기력은 한국 여자농구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다만 여자농구가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 골밑 부담이 한 선수에게 집중되는 상황, 전술 다양성이 제한된 구성 그리고 늦어지는 세대교체. 이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본선 진출’은 기대할 수 있어도 그 이상의 도약을 이뤄내기 어렵다. 귀화 선수 활용 같은 현실적인 선택지 역시 더는 먼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어쩌면 이번 기록은 큰 성과이면서 동시에 경고일지도 모른다.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17회 연속 진출은 단순하게 새겨진 숫자가 아니다. 오랜 시간 지켜온 경쟁력을 입증한 결과다. 그리고 이제는 익숙한 성공 위에서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갈 시간이다.

송한석 기자
gkstjr11@kukinews.com
송한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