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시설을 공격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수급 불안이 커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LNG 수입이 ‘0(zero)’가 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한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다만 전력 생산, 난방, 가스 사용 등 핵심 에너지원인 LNG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지면서 전기·가스요금의 동반 인상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 경제 전반에 상당한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 카타르에너지(QE)는 지난 18~19일(현지시간) 이란의 공격으로 자국 내 LNG 수출 용량의 17%가 손상됐다고 밝혔다. 복구에는 3~5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기간 동안 한국 등과 체결한 장기공급계약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에 공격받은 카타르 라스라판 지역 국가 핵심 시설은 전 세계 LNG 공급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주요 시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기준 호주에서 가장 많은 LNG를 수입(31.4%)했으며, 말레이시아(16.1%), 카타르(14.9%)가 뒤를 잇는다.
정부는 전쟁 발발 직후 카타르 LNG 수입 물량이 ‘0’가 되는 상황을 가정하고 계획을 수립해 올해 말까지 쓸 수 있는 물량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밝혔다. 특히 카타르와 체결한 연간 210만톤 규모의 장기계약이 올해 말 종료되면, 카타르산 수입 비중은 현재 14.9%에서 8%대로 낮아져 부담이 일부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 2016년 카타르 의존도가 35.5%에 달했지만, 이후 수입선 다변화를 추진해 호주·말레이시아·미국 등으로 공급망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물량 확보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제는 가격이다. 전 세계적으로 상승하는 LNG 가격은 추후 전기·가스요금 동반 상승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LNG 현물 지표인 JKM(Japan-Korea-Marker) 선물가격은 지난 18일 기준 MMBtu(백만영국열량단위)당 19.41달러로, 전쟁 발생 직전인 10.7달러 대비 81.4% 상승했으며 최근 1개월 변동률만 94.88%에 달한다. 향후 카타르 대체선을 찾는 과정에서 이러한 글로벌 가격 상승은 더욱 가팔라질 가능성이 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미국-이란 충돌과 호르무즈 리스크: 공급망 시나리오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3개월 이상 이어질 경우 LNG 가격은 200% 폭등하고, 한국의 모든 산업 생산비는 평균 9.4% 뛸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LNG는 국내 전기·가스의 핵심 에너지원이다. LNG로 생산하는 전력의 비중은 30%대로, 석탄화력·원전과 함께 3대 전력 역할을 하고 있으며, 동시에 가정용 도시가스 등 난방연료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LNG 가격이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SMP(계통한계가격)에도, 가스요금 자체에도 동시에 영향을 주는 셈이다.
전기·가스 관련 공기업의 부담도 이미 한계 수준에 도달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LNG 가격이 폭등했을 당시엔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가 원가 상승 부담을 상당 부분 수용해 국가 경제에 타격이 덜했지만, 이 영향으로 양 기관은 천문학적인 부채와 차입금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산업용 전기요금이 2021년 대비 약 80% 상승하면서 산업계의 부담도 누적된 상황이다. 이로 인해 향후 LNG 가격 상승분이 시장에 그대로 전가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이러한 LNG이 선제 수급 관리를 위해 한시적으로 석탄·원전을 활용할 방침이다. 석탄 발전량을 설비 용량의 80%로 제한한 상한제를 해제하고, 수리 중인 원전 발전소를 5월 중순까지 조기 정비해 원전 이용률을 현재 60% 후반대에서 80%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이란 사태에 대응해 적기 물량 확보 및 수입선 다변화 등을 통해 안정적 LNG 공급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며 “중동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국제 LNG 수급상황 및 가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국내 천연가스 수급안정에 차질이 없도록 적기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