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 있어도 킵 스위밍”…BTS, 광화문 10만 아미 앞 새 챕터 선언 [쿡리뷰]

“무슨 일 있어도 킵 스위밍”…BTS, 광화문 10만 아미 앞 새 챕터 선언 [쿡리뷰]

방탄소년단 정규 5집 ‘아리랑’ 발매 기념 컴백 라이브

기사승인 2026-03-22 05:00:04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무료 복귀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을 개최했다. 사진공동취재단

21일 오후 8시 서울 광화문 월대, 검은 옷을 입은 무용수 50명이 등장했다. 성별도 인종도 제각기 다르지만 같은 박자로 걷던 이들은 나팔 소리와 함께 양옆으로 흩어졌다. 그러자 조선시대 장군의 갑옷에서 착안한 흑백 의상을 입은 남성 7인이 나타났다. 3년9개월 만에 완전체로 돌아온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이었다.

“안녕, 서울. 위 아 백(We are back).” 리더 RM은 이같이 외치며 길었던 공백기가 종료됐음을 선언했다. 이와 함께 팀의 새 챕터 ‘BTS 2.0’의 출발을 알렸다. ‘BTS 2.0’은 이들의 성장과 변화, 새로운 시작 등을 뜻한다. 공연 10분 전부터 그룹명과 멤버 이름 하나하나를 연호하던 아미(ARMY·팬덤명)는 이들이 ‘왕의 길’을 지나 모습을 드러내자 그저 기쁨의 함성을 내질렀다.

이윽고 큐브형 무대에 오른 방탄소년단은 전날 발매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수록곡 ‘보디 투 보디’(Body to Body)로 강렬한 첫인사를 건넸다. 19일 리허설 중 발목 부상을 당한 RM도 참여했다. 다만 움직임을 최소화하라는 의료진 소견에 따라 우측 무대에 자리잡았다. 그는 못내 아쉬운 듯 제자리에서 돌면서 흥을 표출했다.

멤버들은 돌출 무대로 이동해 가창했다. 이들의 뒤로 존재감을 발산하는 광화문엔 짙은 먹물을 품은 붓이 훑고 지나는 미디어 파사드가 펼쳐졌다. 동시에 곡 후반에 삽입된 ‘아리랑’이 흘러나왔고 아리랑 국악단 13인이 월대에 서서 노래했다. 한국의 상징적 공간에서 한국의 대표적 민요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관객 몰입도는 벌써 최고조에 달했다. 관중은 보랏빛 아미밤(응원봉)을 더 격렬하게 흔들며 환호했다.

방탄소년단은 ‘훌리건’(Hooligan), ‘2.0’을 이어 불렀다. 그 사이 광화문 광장 일대는 붉게 물들었다. ‘훌리건’은 복면을 쓴 댄서 크루가 함께해 정국 파트의 톱라인처럼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고, ‘2.0’에선 멤버들의 절도 있는 군무와 이를 뒷받침하는 RM의 에너제틱한 추임새와 손동작이 돋보였다.

이들의 완전체 공연은 2022년 10월 ‘옛 투 컴 인 부산’(Yet to Come in Busan) 이후 3년5개월 만이다. 진은 “저희를 기다려 달라고 했던 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하다”며 허리를 굽혔다. “드디어 만났다”고 운을 뗀 지민은 “아미 여러분들 앞에서 이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울컥하고 감사하다”고 밝혔다. 슈가는 신보 ‘아리랑’에 담은 팀 정체성과 한국에서 가장 역사적인 장소이자 공연 장소인 광화문이 맞닿아 있다고 짚었다.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RM이 영어로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공언한 대로 무대의 막이 다시 올랐다. 멤버들의 대화 속 경쾌한 비트가 물 흐르듯 시작됐고 무대 조명과 아미밤은 노란색으로 바뀌었다. ‘버터’(Butter)였다. 핸드마이크를 쥔 멤버 전원의 생생한 라이브, 즐기면서도 오랜 합이 엿보이는 퍼포먼스가 눈에 띄었다. ‘마이크 드롭’(MIC Drop)에서는 아미의 떼창이 백미였다. 정국은 “오늘 밤을 절대 못 잊을 것 같다. 컴백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는데 여러분 앞에 서니까 그냥 좋다”며 웃었다.

히트곡들로 현장을 달군 방탄소년단은 다시 새 앨범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RM은 “저희다운 음악을 생각하다가 LA에서 두 달 동안 함께 작업했다. 대화도 진짜 많이 했고 새로운 도전도 많이 했는데 느껴지냐”고 반문했다. 슈가는 “저희 일곱 명의 모습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드리고 싶었다. 성숙하고 성장한 BTS를 보여드리려고 굉장히 많이 노력했고 선보이게 돼서 너무 행복하다”고 설명했다.

‘에일리언’(Aliens), ‘FYA’까지 내달린 멤버들은 너나할 것 없이 상기된 채 “재밌다”고 외쳤다. 컴백 전 이들을 짓누르던 불안과 압박에서 벗어나 아미의 여전한 사랑을 체감한 모양새였다. 제이홉은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조금은 잊히지 않을까, 여러분들이 우리를 기억해 줄까 하는 고민도 없지 않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지민은 “매번 두렵지만 저희 다 같이 ‘킵 스위밍’(keep swimming) 하면 곧 해답을 찾을 거라고 굳게 믿는다”고 얘기했다. RM 역시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 ‘킵 스위밍’”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공연은 자연스럽게 신보 타이틀곡 ‘스윔’(SWIM) 무대로 이어졌다. 방탄소년단은 삶의 파도 속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헤엄쳐 나아가는 자세를 담담하게 노래하며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안겼다. 아울러 ‘FYA’(불) 무대부터 ‘스윔’(물), ‘라이크 애니멀스’(Like Animals·땅), ‘노멀’(Normal·하늘)까지 태극기의 건곤감리(乾坤坎離)를 상징하는 미디어 아트가 큐브 전면 및 광화문 외벽을 수놓아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무료 복귀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을 열고 무대를 펼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컴백쇼의 피날레는 ‘다이너마이트’(Dynamite)와 ‘소우주’였다. 무대 효과는 직관적이지만 화려했다. 미디어 파사드, 무대 LED, 아미밤은 시시각각 색의 경계를 넘나들며 점멸했지만 그 자체로 혼연일체였다. 이곳에서 다시 하나가 된 방탄소년단과 전 세계 아미를 꼭 닮은 풍경이었다. 보랏빛 물결 속 별빛이 무대에서 객석으로 넓게 번져가는 듯한 연출도 환상적이었다.

이날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에 따르면 광화문 광장 일대에는 10만4000명이 집결한 것으로 추산된다. 티켓 예매자수, 통신 3사, 알뜰폰 이용자, 외국인 관람객 수 등을 종합한 수치다. 당초 26만명 이상이 모일 것으로 예상돼 시민 불편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컸으나, 경찰을 비롯해 각 부처에서 파견된 필요 인력이 곳곳에 배치돼 질서가 유지된 채 공연은 마무리됐다.

이와 관련해 슈가는 “광화문을 가득 채워주신 아미 여러분들 너무 감사드리고 광화문에서 공연을 하게 허가해 주신 서울시와 수많은 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현장에서 고생 많이 해주신 경찰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꼭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지민 또한 “감사하다. 너무 고생 많으셨다”며 거듭 인사했다.

이후 방탄소년단은 넷플릭스 최초 음악 공연 생중계 아티스트답게 글로벌 스타의 행보를 이어간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스포티파이 행사에 참석하고, 25∼26일 현지 인기 프로그램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The Tonight Show Starring Jimmy Fallon)에 출연한다. 오는 4월 9·11·12일에는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새 월드투어 ‘아리랑’을 시작한다.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