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주택·부동산 정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다주택 공직자를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책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일률적인 배제가 오히려 정책의 현실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22일 SNS에 “주택·부동산 정책의 논의, 입안, 보고, 결재 과정에서 다주택자와 비거주 고가주택 소유자, 부동산 과다 보유자를 배제하라”고 청와대와 내각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부동산 공화국 탈출은 대한민국 대전환을 위한 핵심 과제이며, 부동산·주택 정책에서는 단 0.1%의 결함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도를 만든 공직자나 그런 제도를 방치한 공직자가 그 잘못된 제도를 악용해 투기까지 한다면 그는 비판을 넘어 제재까지 받은 게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그간 다주택자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다. 지난 1월27일에도 SNS를 통해 “5월9일 만기인 다주택자 양도세 면제 연장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5월 9일부터 해당 세제 완화 조치를 종료할 방침이다.
다만 일정 부분 완화 장치도 마련했다. 기존 조정대상지역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소재 주택의 경우, 5월9일까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양도하면 중과세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새롭게 지정된 조정대상지역 주택에는 계약일 기준 6개월의 유예기간을 적용한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입장을 행동으로도 드러냈다. 지난달 27일 김혜경 여사와 공동명의로 보유 중이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양지마을 금호1단지 전용 164㎡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은 것이다. 당시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거주 목적의 1주택자였지만, 부동산 시장 정상화 의지를 국민에게 직접 보여주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번 발언에 따라 청와대 비서관급 참모들 역시 다주택자인 경우 주택 처분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재산이 공개된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참모 가운데 다주택자는 12명으로 파악됐다. 예컨대 이성훈 국토교통비서관은 서울 도곡동 역삼럭키아파트, 서울 대치동 다가구주택, 세종시 나성동 나릿재마을 주택을 보유 중이다.
다만 청와대는 이번 대통령 지시의 구체적인 적용 대상과 범위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업무 배제 기준과 주택 처분 관련 규정은 이번 주 안에 마련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과거 유사한 조치가 있었지만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였던 2020년, ‘4급 이상 공무원은 실거주 외 주택을 처분하라’는 방침을 내리고 이를 따르지 않은 공무원의 승진을 취소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2024년 대법원은 해당 공무원이 제기한 소송에서 “승진 취소는 임용권자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정책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다주택자를 정책 수립 과정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 입장에서는 정책의 신뢰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시각도 제기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한 채만 보유하며 거주해 온 사람이 과연 다양한 부동산 현실을 충분히 반영한 정책을 만들 수 있겠느냐”며 “다주택자라는 이유만으로 정책 과정에서 일률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