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EV) 수요 둔화(캐즘) 국면에도 국내 타이어 업계가 EV 타이어 제품 공략을 넓히고 있다. 동시에 고인치‧프리미엄 타이어를 앞세우는 등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한 시장 확장에 속도를 올리는 모습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타이어 3사(한국‧금호‧넥센)는 지난해 합산 매출 26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이 가운데 한국타이어는 매출 10조3186억원을 올리며 사상 처음으로 매출 10조원 시대를 열었다.
타이어 업계가 호실적을 거둔 배경에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수요 증가에 따른 고인치 타이어 판매 확대가 자리하고 있다. 실제 한국타이어의 18인치 이상 고인치 타이어 비중은 2020년 34.6%에서 지난해 47.8%로 높아졌다.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도 지난해 각각 43.2%, 38.3%를 기록하며 고인치 제품 비중을 끌어올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인치 타이어는 일반 타이어 제품과 비교해 수익성이 높아 판매 비중이 커질수록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전기차 판매 증가도 실적을 뒷받침한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은 전년 대비 50.1% 오른 22만177대로 집계됐다. 전기차 구매 비중도 13.1%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 전기차 캐즘으로 성장세는 다소 주춤했지만, 판매 자체는 이어지면서 타이어 수요도 함께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실적 흐름에 힘입어 타이어 3사는 올해도 전기차와 고인치 제품 확대 기조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한국타이어는 최근 BMW의 순수 전기 스포츠 액티비티 비히클(SAV) ‘더 뉴 iX3’에 전기차 전용 퍼포먼스 타이어 ‘아이온 에보 SUV(iON evo SUV)’를 신차용 타이어로 공급한다고 밝혔다. 포르쉐‧메르세데스-벤츠·BMW·포드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전기차 전용 타이어를 공급해온 기조를 계속해서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중장거리 고속버스용 프리미엄 타이어 ‘스마트 투어링 AL31’도 국내에 선보이는 등 상용차 부문까지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넥센타이어도 글로벌 완성차 업체 대상으로 고성능 타이어 공급을 확대한다. 넥센타이어는 고성능 퍼포먼스(UHP) 타이어 ‘엔페라 스포츠(N'FERA SPORT)’를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 제품은 고속 주행 시 우수한 핸들링과 제동 성능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2012년 해외 완성차 제조사에 최초로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한 넥센타이어는 BMW 등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을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17일 열린 ‘2026 금호 멤버스데이’에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프리미엄 SUV 전용 타이어 ‘크루젠 GT 프로’를 출시했다. 크루젠 GT 프로는 전기차와 프리미엄 SUV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다. 이른바 ‘투트랙’ 전략을 통해 시장 대응 폭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정일택 사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SUV 시장의 요구를 선제적으로 반영했다”며 “회사가 축적해 온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프리미엄 브랜드 입지를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변수도 있다. 최근 중동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외 변수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지는 만큼,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 기조를 더욱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학훈 오산대학교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올해는 중동전쟁과 환율이라는 변수가 타이어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또 유가 상승은 원자재와 생산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프리미엄 타이어 판매 전략을 더욱 세분화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차용 타이어 공급 확대가 이어져야 한다”며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와의 협력 확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