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글씨도 잘 쓰고 또박또박 읽을 수 있어요. 제가 이렇게 똑똑한 줄 몰랐어요.”
배움의 속도가 느린 아이들이 변화를 체감하기 시작했다. 유니클로가 경계선 지능 아동을 대상으로 3년째 이어온 교육지원 사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다.
유니클로는 23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재단과 ‘느린학습 아동’으로 불리는 경계선 지능 아동 교육지원 사업 ‘천천히 함께’ 4차년도 협약식 및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닛타 유키히로 패스트리테일링 서스테이너빌리티 담당 그룹집행 임원, 김병기 아이들과미래재단 본부장, 김동일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등이 참석해 사업 성과와 향후 방향을 공유했다.
유니클로 코리아는 지난해에만 총 25억2000만원 규모의 제품과 기부금을 집행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특히 장기적인 캠페인으로는 교육·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느린학습자’에 주목하며 지원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모기업인 패스트리테일링의 경영 철학과 맞닿아 있다. 패스트리테일링은 전 세계 26개국에서 사업을 전개하며 각국의 사회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단순 SPA 브랜드를 넘어 ‘라이프웨어(LifeWear)’를 지향하며 삶 전반에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으로의 확장을 꾀하는 전략이다. 난민 지원, 청소년·대학생 지원 등 글로벌 차원의 사회공헌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닛타 유키히로 패스트리테일링 서스테이너빌리티 담당 그룹집행 임원은 “패스트리테일링은 좋은 옷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옷을 입는 기쁨과 행복을 제공하고자 한다”며 “유니클로는 ‘라이프웨어(LifeWear)’를 기반으로 모두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각국의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며 지역사회와 공존하는 것을 중요한 비전으로 삼고 있다”며 “특히 미래 세대인 아동과 청소년 지원에 집중하고 있으며, 양육시설 아동의 매장 체험 프로그램부터 대학생 글로벌 진출 지원, 아동 자립을 위한 기금 조성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니클로가 해당 사업을 시작한 2023년만 해도 경계선 지능 아동은 교육 현장에서 어려움이 존재했음에도 사회적으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학습 격차가 확대되면서 학습과 사회적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유니클로는 이를 계기로 사업을 본격화했다.
경계선 지능은 지능지수(IQ) 71~84 범주에 해당하는 인지 특성으로, 지적장애 기준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공교육 환경에서는 학습과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교육부의 ‘경계선 지능인 지원 방안’에 따르면 국내 초·중·고 학생 7명 중 1명꼴로 해당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적장애 학생 비중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제도적 지원에서는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 사각지대로 지적된다.
유니클로의 ‘천천히 함께’ 사업은 3년간 누적 699명의 아동이 참여했으며, 339명의 멘토와 374개 기관이 함께했다. 지난해 3차년도에는 아동 230명, 멘토 130명, 111개 기관이 참여했다. 성과도 확인됐다. 지난해 사업 결과, 양육자의 학습장애 의뢰 집단 비율은 31.2%포인트 감소했다. 기초학습능력 백분위 점수는 21%에서 42%로 상승했으며, 사회정서역량 역시 자기인식부터 관계관리까지 전 영역에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니클로는 사업 효과를 보다 체계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서울대학교 김동일 교수 연구팀과 함께 3년간 종단 연구도 진행 중이다.
김동일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경계선 지능 아동의 핵심 문제는 학습 속도 진전도가 느려 결손이 누적된다는 점”이라며 “또래를 따라잡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이후가 아니라 그 이전 단계에서의 조기 개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참여 아동들이 학습 격차를 크게 벌리지 않고 꾸준히 따라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초등 저학년 단계에서 성장 속도가 확인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충동 조절이나 무기력 등 정서적 어려움에 대해서도 예방 효과가 관찰되고 있으며, 1대1 학습 과정에서 형성되는 관계가 인지·정서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니클로는 이 사업을 통해 지난 3년간 약 31억원을 지원했으며 올해 4차년도 사업에서도 약 12억원 규모의 지원을 이어갈 예정이다. 특히 기존에는 수도권 내 초등학교 및 사회복지 유관시설에서 주로 사업이 진행돼 왔지만 올해부터는 사업 지역을 부산으로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김병기 아이들과미래재단 본부장은 “유니클로와의 협력은 단순한 후원을 넘어 아이 한 명 한 명의 속도에 맞는 학습과 정서 지원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 준 파트너십”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의 방향성과 가치를 함께 고민하며 안정적으로 실행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이번 교육 지원 사업을 통해 느린학습 아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대되고 지속적인 관심이 이어지기를 바라며 느린학습 아동뿐만 아니라 모두가 각자의 속도로 성장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