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정세 관련 발언에 요동치고 있다. 강경 대응 예고와 협상 시사가 반복됨에 따라 위험자산 선호와 회피 심리가 교차하는 양상이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전 거래일보다 22.1원 내린 1495.2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26.4원 급락한 1490.9원에서 출발한 뒤 장중 1503.1원까지 치솟는 등 장 내내 널뛰기를 반복했다. 지난 20일 1501.0원으로 마감한 이후 3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유지하던 환율은 하루 만에 다시 1400원대로 내려앉았다.
불과 하루 전인 23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에 국내 외환·채권시장이 요동쳤다. 그가 “호르무즈 해협을 48시간 내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날리자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17.3원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9일(1549.0원) 이후 17년 만의 최고치를 갈아치운 것이다. 중동발 전쟁 리스크가 급격히 부각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코스피도 6% 넘게 급락하는 등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하지만 같은 날 밤 시장은 급반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이란과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며 “이란의 발전소 및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군사 공격을 5일간 유예하도록 국방부에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환율은 1490원대까지 내려가며 급등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46% 하락한 99.374로 마감했다. 6만달러 후반대까지 밀렸던 비트코인은 단숨에 7만달러선을 회복했다.
국제 유가 역시 전쟁 조기 종식 기대에 진정세를 보였다. 23일(현지시간)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 대비 10.9% 급락한 배럴당 99.94달러,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0.3% 내린 88.13달러에 마감했다.
다만 금융시장의 긴장감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이란이 “미국과의 대화는 없으며, 트럼프의 발표는 시간 벌기용”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다. 향후 5일간의 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 환율과 채권금리가 다시 크게 요동칠 가능성을 남겨 놓고 있다. 시장에선 당분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수위와 실제 협상 진전 여부에 따라 변동성 확대 국면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미국과 이란의 협상 소식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형적인 협상술”이라며 “이 패턴은 2019년·2025년 미·중 관세전쟁 당시 ‘전화했다 또는 안 했다’ 공방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당시 중국도 협상은 없다며 버텼지만 결국 합의가 필요했고 타결됐다”며 “지금 미국과 이란도 구조는 비슷하다”고 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이란의 협상 기대감에 따른 유가 급락, 금리 하락 등 지정학 및 매크로 부담 완화에 힘입어 전일 폭락분을 만회하는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라며 “전일 1510원대를 돌파하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던 환율이 1480원대로 빠르게 내려왔다는 점도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 수급 여건을 호전시켜줄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