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보유세’ 언급에 시장 술렁…“매물 풀라는 신호”

이 대통령 ‘보유세’ 언급에 시장 술렁…“매물 풀라는 신호”

기사승인 2026-03-26 06:00:10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송파구와 강남구 아파트 단지 모습. 쿠키뉴스 자료사진


이재명 대통령이 보유세 인상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관련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즉각적 인상에는 선을 긋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매물 유도를 위한 신호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보유세 강화 시 고가 주택 중심으로 매물이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SNS에 한국과 세계 주요 도시의 보유세를 비교한 기사를 공유하며 “나도 궁금하다”고 밝혔다. 해당 기사에는 뉴욕 1.0%, 도쿄 1.7%, 상하이 0.4~0.6% 등 주요 도시의 보유세 수준이 제시됐으며 이는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0.15%)보다 높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보유세 인상 카드를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한 언론 인터뷰에서 “뉴욕, 런던, 도쿄 등 주요 도시의 보유세를 연구 중”이라고 밝혀 정부가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보유세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재산세는 토지와 건축물 등을 소유한 사람에게 부과되는 지방세고 종합부동산세는 개인이 전국에 보유한 주택과 토지를 합산한 금액이 과세 기준을 초과할 경우 부과되는 국세다.

우리나라의 보유세 실효세율(주택 시세 대비 보유세 납부액 비율)은 실제 주요 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지난 2023년 토지+자유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실효세율은 0.1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33%)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OECD 30개국 중에서도 20위에 머문다. 국가별로는 이스라엘이 1.24%로 가장 높고 그리스 0.94%, 미국 0.83%, 영국 0.72%, 일본 0.49% 수준이다.

연구소 측은 “거주 목적이 아닌 부동산 보유는 기대 수익률이 다른 자산보다 높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비롯되는 만큼, 보유세를 강화하면 실제 기대 수익률이 낮아져 투기 수요를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보유세 산정에 공시가격이 매년 반영되는 구조여서 세 부담이 해마다 증가하는 구조다. 실제 지난해 집값이 크게 올랐던 서울 주요 단지를 대상으로 보유세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는 지난해 1829만원(재산세 746만원·종합부동산세 1083만원)에서 올해 2855만원(재산세 947만원·종합부동산세 1908만원)으로 56.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보유세는 289만원(재산세 262만원·종합부동산세 27만원)에서 439만원(재산세 315만원·종합부동산세 124만원)으로 늘어 52.1%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보유세 인상을 언급한 배경을 두고 ‘매물 잠김’ 현상을 완화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오는 5월9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면, 다주택자들은 보유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매물을 내놓지 않으려 할 수 있다. 이에 정부가 보유세 인상을 시사함으로써 매물을 시장에 내놓도록 유도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보유세가 인상될 경우 시장에서 매물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고령층의 경우 ‘캐시 푸어’가 많아 보유세 부담 때문에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며 “고가 주택을 처분하고 더 저렴한 주택으로 옮기는 다운사이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현재 우리나라 세제는 다주택자, 비거주 고가 주택 보유자 등의 세 부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여기에 보유세까지 인상되면 시장에 매물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강남3구나 한강변을 중심으로 매물이 나오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당장 보유세를 인상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세계 각국의 보유세 현황을 소개하는 차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초고가 아파트를 비롯한 주거지역 보유세는 정책적으로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검토할 사안이라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유림 기자
reason@kukinews.com
이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