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실손 코앞…‘적자 주범’ 1·2세대 재매입은 표류

5세대 실손 코앞…‘적자 주범’ 1·2세대 재매입은 표류

기사승인 2026-03-26 06:00:09
쿠키뉴스 자료사진

5세대 실손보험 출시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손해율 개선의 핵심 수단으로 거론돼 온 1·2세대 실손보험 재매입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보험사의 재무 부담과 소비자 반발이 맞물리며 현장에서는 사실상 표류하는 모습이다.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실행을 위한 해법은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5세대 실손보험은 이르면 4월 말, 늦으면 5월 초 출시될 전망이다. 새 상품이 출시되면 기존 4세대 실손보험은 사실상 신규 가입이 중단된다. 개인 실손보험은 5세대 상품으로만 가입이 가능해진다.

비급여 ‘중증·비중증’ 분리…보험료 낮추고 보장 줄인다

5세대 실손보험의 핵심은 비급여 보장 구조 개편이다.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료를 중증과 비중증으로 나눠 각각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비급여를 하나로 묶어 보장했지만, 5세대에서는 이를 구분해 한도를 따로 설정한다. 암·심장질환 등 중증 비급여는 최대 5000만원까지 기존 보장을 유지한다. 반면 도수치료, 주사, MRI 등 이용 빈도가 높은 비중증 비급여는 최대 1000만원 수준으로 제한된다.

비중증 비급여는 항목별로도 한도가 세분화된다. 도수치료·체외충격파·증식치료는 연 350만원, 비급여 주사제는 250만원, MRI·MRA는 200만~300만원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용량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정해진 한도 내에서만 보장하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본인부담률도 높아진다. 비중증 비급여의 경우 50% 수준까지 상향이 검토되고 있다. 예를 들어 비중증 비급여 치료비가 200만원 발생할 경우 기존 4세대에서는 약 60만원 수준이던 자기부담이 5세대에서는 100만원 안팎으로 늘어날 수 있다.

보험료는 낮아지지만 보장 범위가 줄어드는 구조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실손보험에 가입할 의미가 점점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적지 않다.

5세대 도입을 앞두고 이미 4세대 실손 가입이 이전보다 까다로워졌다는 현장 반응도 나온다. 한 GA 보험설계사는 “5세대 출시를 앞두고 실손보험 인수 기준이 전반적으로 강화된 분위기”라며 “위험도가 높은 가입자를 선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상품 전환기에 나타날 수 있는 역선택을 차단하고, 신규 수요를 5세대로 유도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한다.

‘적자 원인’ 1·2세대 재매입…이해관계 충돌에 제자리

실손보험 적자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는 1·2세대 실손보험 재매입 논의는 여전히 진척이 없다. 재매입은 보험사가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기존 계약을 해지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약 1582만명에 달하는 1·2세대 가입자를 대상으로 재매입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체 실손 가입자의 약 44%에 해당하는 규모다.

금융당국은 낮은 자기부담 구조가 비급여 의료 이용을 과도하게 늘렸다고 보고 있다. 비급여 의료비는 2014년 11조원에서 2023년 20조원으로 증가했다. 이로 인해 실손보험 미가입자 약 1600만명의 의료비 부담도 커졌고, 보험사는 손해율 악화로 보험료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재매입은 보험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이 크다. 보험사는 대규모 보상금을 일시에 반영해야 하는 재무 부담을 안게 된다. 소비자 역시 기존 상품의 유리한 조건을 포기할 유인이 크지 않다. 과거 4세대 전환 과정에서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했음에도 전환율이 기대에 못 미친 점이 이를 방증한다.

전문가들은 재매입 방식 자체의 한계를 지적한다. 실손보험은 소비자가 자율적으로 가입하는 임의보험이기 때문이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학교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실손보험은 가입 여부와 상품 선택이 소비자에게 있는 임의보험인데, 손해율 문제를 이유로 금융당국이 재매입 방식으로 개입하는 것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국가가 일괄적으로 개입할 경우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소지가 있다”고 짚었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김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