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과 시설 중심이던 돌봄 체계를 ‘살던 곳에서의 돌봄’으로 전환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오는 27일부터 전국 시행에 들어간다. 신청부터 욕구조사, 서비스 연계, 사후 모니터링까지 지자체가 통합 지원하는 방식으로, 고령자와 중증 장애인의 돌봄 공백을 줄이고 가족 간병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다.
보건복지부는 26일 통합돌봄 본사업 시행을 앞두고 전국 229개 시군구에서 전담조직과 인력 배치를 마쳤으며, 신청부터 서비스 연계까지 사업 운영 전 과정을 사전에 점검하는 등 제도 시행 기반을 갖췄다고 밝혔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돌봄이 필요한 노인과 장애인이 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자신이 살던 집에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필요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그동안 돌봄서비스는 이용자가 직접 정보를 찾아 개별적으로 신청해야 해 정보 접근성이 낮은 고령층 등이 필요한 지원을 제때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서비스 간 연계도 충분하지 않아 돌봄 공백이 가족의 간병 부담이나 요양병원·시설 장기 입원·입소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통합돌봄이 시행되면 이 같은 한계가 일정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상자가 신청하면 전문가가 일상생활 기능과 건강 상태 등 58개 항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개인별 지원계획을 수립한다. 이를 바탕으로 의료, 가사지원, 주거환경 개선 등 재가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연계·제공하는 방식이다.
가장 큰 변화는 ‘집에서의 돌봄’이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퇴원 이후 돌봄 공백으로 다시 입원해야 했던 고령자들이 익숙한 생활환경에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받게 된다. 서비스 신청 절차가 단순화되면서 돌봄 사각지대와 지역 간 격차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가족이 홀로 감당하던 심리적·경제적 간병 부담을 국가와 지역사회가 분담하게 된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복지부가 지난 2023년부터 진행한 통합돌봄 시범사업 효과성 평가에서도 제도 효과가 확인됐다. 통합돌봄 참여자는 비참여 대조군보다 요양병원 입원율이 4.6%포인트(p), 요양시설 입소율이 9.4%p 낮았다. 돌봄 담당 가족 가운데 부양 부담이 줄었다고 응답한 비율도 75.3%에 달했다.
우선 사업 대상은 노쇠·장애·질병 등으로 일상생활 유지에 어려움이 있고, 의료·요양·돌봄 등 복합 지원이 필요한 65세 이상 노인이다. 예컨대 병원 퇴원 후 몸이 약해져 혼자 식사나 청소, 외출이 어렵거나, 노쇠와 질환으로 의료와 생활지원이 동시에 필요한 경우가 해당된다.
의료 필요도가 높은 중증 장애인도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장애인 통합돌봄은 현재 102개 지자체에서만 신청할 수 있으며, 정부는 향후 대상 지자체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신청은 본인이나 가족 등이 주소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를 방문해 할 수 있다. 신청 이후에는 담당자가 사전조사를 통해 일상생활의 불편 정도 등을 확인하고 대상 여부를 판단한다. 대상자로 선정되면 지자체와 건보공단 담당자가 가정을 방문해 건강 상태와 생활 여건, 서비스 욕구를 조사한다.
이후 공공·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통합지원회의에서 서비스 필요도와 지역 내 자원을 연계해 ‘개인별 서비스 지원계획’을 수립한다. 이후 각 서비스 담당 부서와 협업해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며, 담당자는 3개월마다 건강 상태와 서비스 이용 실적을 점검해 필요시 지원계획을 조정한다.
통합돌봄 대상자는 병원이나 시설에 입소하지 않고도 지역사회 안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다. 보건의료 분야에선 방문진료, 방문간호, 치매관리, 치매주치의 서비스, 퇴원환자 연계지원 등이 제공된다. 건강관리 분야에선 보건소 방문건강관리, 노인운동 프로그램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장기요양 분야에선 방문간호, 방문요양, 재택의료, 주야간·단기 보호 등이 가능하다. 일상생활 돌봄 분야에선 노인맞춤돌봄, 긴급돌봄, 독거노인 응급안전안심서비스 등이 연계된다.
이와 함께 각 지자체는 국가사업의 빈틈을 보완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지역 특화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병원 이동지원, 주거환경 개선, 방문목욕 지원, 마을공동체 기반 돌봄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올해 620억원의 국비를 편성하고, 1900여건의 신규 사업에 대해 사회보장 신설 협의를 마쳤다.
정부는 제도 안착을 위해 별도 재정과 인력, 시스템을 마련했다. 지역특화사업 확충 예산 620억원을 포함해 총 914억원의 예산을 추가 확보했다. 이는 기존 의료·요양·돌봄서비스 예산과 별도로 편성된 재원이다. 통합돌봄 업무처리를 위한 전산시스템도 구축했고, 전담인력 배치를 위한 기준인건비 5346명도 확보했다.
다만 현장 인력 운영에는 과제가 남아 있다. 올해 편성된 기준인건비에 따라 현재까지 배치된 인력은 지난 11일 기준 총 5202명이다. 시군구 본청은 약 90%가 전임인력이지만, 읍면동과 보건소는 상당수가 겸임 형태로 업무를 맡고 있어 시행 초기 업무 부담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복지부는 각 지자체 채용 절차에 따라 9월 이후 신규 인력이 배치되면 전임인력 비중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지자체의 시행 초기 혼선을 줄이기 위해 행복이음 복지광장에 통합돌봄 전용 게시판을 마련하고, 복지부와 건보공단, 국민연금공단, 한국장애인개발원 등에 전담 유선상담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전산시스템 개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민원과 오류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3일부터 행복이음 고객상담센터에 전담인력을 배치했고, 사회보장정보원 내 종합상황실도 4월 중순까지 운영한다.
전국 229개 시군구는 본사업 시행을 앞두고 전담조직과 인력을 배치하고 신청부터 서비스 연계까지 사업 운영 전 과정을 사전 경험했다. 다만 읍면동 기준으로 보면 전체 3560여 곳 가운데 2800여 곳(78.6%)에서만 실제 사업 운영이 개시돼 일부 지역은 현장 준비를 더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5일 발표한 통합돌봄 로드맵에 따라 오는 2030년까지 3단계에 걸쳐 대상자와 지원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역 간 서비스 격차 완화, 신청 절차 개선, 제공 방식 고도화도 함께 추진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서비스 제공 현황 실태조사를 거쳐 향후 5년간의 추진과제를 담은 기본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초고령사회에서 돌봄은 더 이상 개인이나 가족만의 숙제가 아니라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할 공동의 책임”이라며 “통합돌봄 정책이 가족의 간병 부담은 덜고, 어르신 삶의 질을 높이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