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화 아닙니다…필터 없는 원필의 한계 없는 확장성 [쿠키인터뷰]

흑화 아닙니다…필터 없는 원필의 한계 없는 확장성 [쿠키인터뷰]

데이식스 원필 미니 1집 ‘언필터드’ 발매 기념 인터뷰

기사승인 2026-03-30 08:00:05
그룹 데이식스 원필.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솔로로 첫발을 내딛으며 ‘행운을 빌어’ 달라던 그룹 데이식스 원필(32)이 ‘이젠 못 버틸 것 같’다며 절박한 심경을 내비쳤다. 4년 만에 선보이는 솔로 앨범이자 첫 미니 앨범 ‘언필터드’(Unpiltered) 타이틀곡 ‘사랑병동’을 통해서다.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절로 궁금해지는 흑화(?)다. 그러나 걱정도 잠시, 24일 서울 역삼동 한 카페에서 만난 원필은 “제 내면을 더 극대화해서 썼던 것뿐”이라고 손사래 치며 웃었다.

2015년 데이식스로 데뷔한 원필은 매 앨범 곡 작업에 참여해왔고, 6년5개월 만인 2022년 첫 솔로 정규 앨범 ‘필모그래피’(Pilmography)를 발표했다. ‘필모그래피’에는 데이식스 멤버로서 쌓아온 필모그래피(filmography)와 본인만의 감수성을 녹였다. 원필이 ‘필모그래피’로 싱어송라이터 역량을 입증했다면, ‘언필터드’는 ‘필터’ 없는 그의 ‘감정 아카이브’로 더 깊은 내면과 서사를 풀어내는 데 집중한 앨범이다.

원필은 “음악부터 앨범 재킷, 뮤직비디오까지 새로운 도전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발매한 데뷔 10주년 기념 앨범 ‘더 데케이드’(THE DECADE)를 기점으로 멤버들과 다른 음악을 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언필터드’도 그 연장선상이라는 설명이다. “대중이 저희를 생각했을 때 청춘을 노래하는 밴드라든가 밝은 메시지를 전달한다든가 그런 이미지가 있잖아요. 계속 이렇게 하는 게 맞을지, 다른 색으로 다가가야 할지 고민이 됐었거든요. 원래 저희가 가지고 있던 색과 그 대척점이 있다면 중간에서 살짝 더 간 느낌이에요.”

스스로는 갑작스러운 변화가 아니었다. 대중적으로 다정하고 감수성이 뛰어난 아티스트로 알려졌지만, 단순하게 해석될수록 보여줄 수 있는 범위가 좁아진다는 점에서 방향성을 숙고한 분위기였다. 데이식스와 자신의 폭 넓은 음악 스펙트럼에 대한 자신감으로도 읽혔다. “내면에 있는 응어리를 풀고 싶었고 기존에 있던 노래와는 아예 다르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음악적 성장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그때 좋아했던 음악과 지금 좋아하는 음악은 달라요. 지금은 좀 나쁜 음악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웃음). 이매진 드래곤스에 빠져 있어요. 이번에 작업하면서 느꼈는데 제가 10년보다 더 오래 곡 작업을 하다 보니 편하고 좋아하는 멜로디 라인이 있더라고요. 그걸 조금씩 다르게 만들고 싶었어요.”

그룹 데이식스 원필.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타이틀곡 ‘사랑병동’은 바래지 않는 사랑의 고통에 무너져 겨우 버텨내는 삶 속 구원을 갈구하는 이의 외침을 담은 노래로, 거친 드럼 비트에 고조되다 폭발하는 밴드 사운드가 특징이다. 콘셉트 회의 중 ‘진짜 보여주고 싶은 게 뭐냐’고 묻는 말에 ‘지금의 원필’을 답했던 그에게 필요했던 곡이기도 하다. “‘사랑병동’은 세상에 없는 병동이잖아요. 어딘가에 마음 놓고 소리 지르면서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사회생활이 일보다 사람 때문에 힘들잖아요. 솔직하게 말할 수도 없고요. 그런 분들이 들었을 때 속시원한 곡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항상 긍정적이진 않아요. 팬분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싶어서 점점 더 감추게 됐는데 이걸 음악으로 풀고 싶었어요.”

뮤직비디오는 이별 후 혼란스러운 감정을 겪는 원필이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는 모습을 그린다. 원필은 “뮤직비디오나 콘셉트 필름을 촬영하면서 울기도 엄청 울었다”며 “후련했다”고 털어놨다. “웃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자연스럽게 웃는 게 아니라 학습된 것처럼 웃는 순간이 있었어요. 마이데이(팬덤명) 팬분들과 시간을 같이 보낼수록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너무 컸고요. 저는 힘들 때 힘들다고 하는 게 멋없어 보이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아프고 속상해도 티를 잘 안 내려고 했던 걸 터지게 하는 촬영이었어요.”

신보는 30일 오후 6시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감상할 수 있다. 필터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오랜만의 홀로서기를 앞둔 원필의 얼굴엔 설렘과 긴장이 동시에 묻어났다. 그는 어떤 반응이든 기꺼이 맞이할 준비가 돼 있었다. “4년 전 앨범과 이번 앨범을 반복해서 들으면서 ‘이걸 이겨낼 수 있을까?’, ‘이것보다 좋나?’ 같은 생각을 많이 했어요. 차라리 발매일이 빨리 오면 좋겠어요. 하지만 지금 앨범을 작업하라면 그 곡들은 안 쓸 것 같아요. 지금도 다른 곡을 또 쓰고 싶고 다음에는 이런 곡을 하고 싶고 그래요. 너무 좋다는 말, 당연히 듣고 싶지만요. 차라리 이 파도를 맞고 얼른 보내주고 싶어요.”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