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사이 100만원 올랐다”…항공권 급등에 ‘선발권’ 열풍

“며칠 사이 100만원 올랐다”…항공권 급등에 ‘선발권’ 열풍

뉴욕 왕복 유류할증료만 60만원…한 달 새 12단계 급등
유류할증료 편도 최대 30만원대…항공권 가격 급등 현실화

기사승인 2026-03-29 06:00:08
지난 20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심하연 기자

“4월 이후 항공권이 폭등한다는 소식을 듣고 9월 비행기를 급하게 끊었어요. 지금은 90만원 이상 더 비싸졌으니 발권까지 마쳐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29·여)씨의 말이다. 다음 달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항공권 가격 급등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인상을 앞두고 이씨처럼 발권 시점을 서두르는 '선발권' 수요가 급증하는 한편, 일부는 여행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등 시장 전반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다.

26일 항공·여행업계에 따르면 4월 유류할증료 산정 기준이 되는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값(MOPS)은 33단계 중 18단계를 기록했다. 한 달 만에 12단계 오른 것으로, 2016년 현행 제도 도입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중동 정세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이 꼽힌다.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일제히 뛰었다. 대한항공은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기존 최대 9만9000원에서 4월에는 최대 30만3000원(편도 기준)으로 올린다. 뉴욕 노선 기준 왕복 유류할증료만 60만6000원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4월 유류할증료를 전월 대비 220% 이상 인상했다. 

가격 부담이 커지자 소비자 행동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출발일보다 한참 앞서 항공권을 미리 발권하거나, 비용 부담을 이유로 여행 자체를 접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올해 하반기 가족여행을 준비 중인 정모(51)씨는 선발권을 했음에도 불안감을 내비쳤다. 그는 “출발은 8월인데 일단 가격이 더 오를까 봐 먼저 결제했다. 그런데 나중에 일정이 바뀌면 수수료가 부담될 수 있어 고민”이라며 “싸게 사려고 서두른 건데 오히려 선택이 더 어려워진 느낌”이라고 전했다.

여행업계는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해 선발권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유류할증료가 출발일이 아닌 ‘발권일 기준’으로 적용되는 구조를 활용해, 인상 전 결제를 유도하는 전략이다.

실제 선발권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놀유니버스 산하 놀인터파크의 4~5월 출발 상품 선발권 건수는 전년 대비 약 60% 증가했다. 하나투어 등 주요 여행사들도 국제선 발권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최근 고객들이 가격 변동에 민감해지면서 발권 시점을 앞당기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출발까지 두달에서 세달 이상 남은 일정에도 선발권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미주 등 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지금 예약이 가장 저렴하다’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5월 유류할증료 산정에 반영되는 3월 국제유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류할증료는 국제 유가와 환율을 반영해 산정되는 구조로 최근 유가 상승 영향이 직접 반영된 결과”라며 “발권일 기준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예약과 결제 시점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국내 여행업계 관계자는 “항공권은 원래도 가격이 낮을 때 미리 구매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발권을 서두르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여행 수요는 유지되는 가운데 비용 부담이 커지자, 소비자들이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구매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심하연서명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심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