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신성장동력 ‘CDMO’…“실질적 경쟁력, 후속 제도 설계에 달려”

K-바이오 신성장동력 ‘CDMO’…“실질적 경쟁력, 후속 제도 설계에 달려”

‘CDMO 특별법’ 시행 앞두고…민관 시행령 제정 속도
중복 규제 걷어내고 수출·인증 체계 독립 기반 마련

기사승인 2026-03-31 06:00:09
쿠키뉴스 자료사진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이 자국 내 바이오 생산기반을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육성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관련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산업을 대상으로 한 법적 기반이 마련된 만큼, 글로벌 수요를 끌어들일 정책적 후속조치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바이오의약품 CDMO 대표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과 함께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기업 등의 규제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CDMO 특별법)의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공포된 CDMO 특별법은 오는 12월31일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그동안 CDMO 관련 규제는 ‘약사법’, ‘첨단재생의료법’ 등 여러 법률에 산재해 있어 고유의 법적 정의가 부재했으나, 특별법을 통해 국가 차원의 독립적 규제 체계가 마련됐다. 내용을 살펴보면, 기존 약사법 등에 없었던 ‘바이오의약품 수출제조업 등록제’가 신설돼 통관 절차가 간소화된다. CDMO 제조소에 대한 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GMP) 인증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고, 세포은행 등 원료물질에 대한 인증제도가 도입된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및 품질관리기준 인증을 법제화하되, 약사법상 GMP 적합 판정과 중복되지 않도록 규정해 이중 규제도 방지했다. 또 원료물질 인증제도를 통해 바이오의약품 원료물질의 국산화 및 품질 관리를 지원할 예정이다. 백신안전기술지원센터 등을 전문인력 양성기관으로 지정해 체계적인 교육 훈련도 실시한다.

삼성바이오·셀트리온 증설 가속…글로벌 수요 선점 경쟁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 확대와 함께 CDMO가 제약바이오 산업의 핵심 성장축으로 부상했다. 신약 개발의 복잡성이 높아지고, 생산·품질·인허가 역량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단순한 제조를 넘어 공정개발과 임상, 상업화까지 아우르는 CDMO 기업의 전략적 가치가 한층 커진 것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에 따르면, 글로벌 CDMO 시장은 2024년 1959억달러에서 연평균 9.7% 성장해 2029년 3105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선진국들이 관련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는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스위스 론자,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글로벌 CDMO 기업들도 공격적인 M&A(인수합병)를 통해 기술 역량을 확보하고, 모듈형 생산 플랫폼(Ibex)이나 장비·시약 자체 공급망 연계 등을 통해 제조 효율성·유연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업계에선 CDMO를 제약바이오 시장의 대표적인 ‘블루오션’으로 평가하지만, 대규모 설비와 고도의 품질관리 체계, 장기간의 고객 신뢰 축적이 필요해 진입장벽이 높다. 국내 CDMO 기업으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롯데바이오로직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바이넥스 등이 있다. 특화 사업별로 더 세분화하면 SK바이오사이언스(백신 특화), 에스티팜(핵산 특화), SK팜테코·한미정밀화학(저분자·고부가 원료 특화), 씨드모젠·GC셀·차바이오텍·이엔셀(세포·유전자치료제 특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이 중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바이오의약품 전문 시장분석기관 바이오플랜 어소시에이츠(BioPlan Associates)의 ‘Top 1000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설 인덱스’에서 상위 10개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에만 1조원 규모 이상의 계약을 3건 체결해 연간 수주액은 6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4월에는 생산능력 18만리터(ℓ) 규모의 5공장을 가동했으며, 송도 내 총 생산능력(1~5공장)을 78만5000ℓ까지 늘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수한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미국 메릴랜드주 락빌 공장(6만ℓ)까지 합산하면 총 생산능력은 84만5000ℓ까지 증강될 전망이다. 

셀트리온은 인천 송도 본사 캠퍼스 내에 총 1조2265억원을 투자해 18만ℓ 규모의 4·5공장을 동시에 증설한다. 새 공장에는 첨단 자동화 시스템과 스마트팩토리 기술이 적용돼 생산 효율성과 유연성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국내와 해외 시설 증설이 완료되면 셀트리온의 원료의약품(DS) 생산역량은 기존 31만6000ℓ에서 57만1000ℓ로 대폭 확대된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지난 24일 주주총회에서 “미국 정책, 관세 리스크, 전쟁 등 대외 변수에 대비해 한국과 미국 생산 거점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글로벌 투트랙’ 시스템을 완성하겠다”며 “생산 역량은 물론 원료의약품 100%, 완제의약품(DP) 90% 수준의 생산 내재화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품질 확보·규제 인증·트랙레코드 축적 중요”

업계는 CDMO 특별법으로 그동안 중복 규제에 따른 행정비용을 절감하고, 산업 특성을 반영한 예측 가능한 규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과제도 산적해 있다. CDMO 사업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산업인 만큼, 실질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법 제정 자체보다 하위 제도의 완성도와 인프라 지원, 글로벌 수요를 끌어들일 정책적 후속조치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CDMO 특별법 제정으로 국내 CDMO 산업이 독립적인 법적 기반을 갖추게 됐다는 점은 의미가 크지만, 실질적인 경쟁력은 결국 후속 제도 설계에 달려 있다”면서 “특별법이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으려면 GMP 생산설비에 대한 제한적 지원을 넘어 연구개발 세액공제 확대, 제조 인프라 투자 지원, 인허가 예측 가능성 제고 같은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가 27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다이나믹바이오 15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김은빈 기자

경쟁사들의 추격이 빨라지는 만큼 속도전도 필요하다. 일본 후지필름은 오는 2028년까지 70만ℓ 이상의 생산능력 확보를 목표로 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다. 특히 중국 CL바이오로직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CL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21년 중국 선전에서 설립된 기업으로, 2024년 기준 약 70만ℓ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전과 상하이 시설 모두 DS·DP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현재 항체의약품과 항체약물접합체(ADC)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 CGT 생산시설도 추가로 건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KHIDI는 ‘국내외 의약품 위탁개발 생산 시장 현황’ 보고서를 통해 원부자재와 전문인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국내 CDMO 산업은 세계적 생산역량, 속도, 품질인증 등 강점을 보유하나 원부자재 대외의존, 고급인력 부족, 초기 개발(CDO) 역량 격차 등의 구조적 보완 과제가 병존한다”며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 국내 많은 CDMO가 글로벌 규제 인증 경험, 트랙 레코드가 부족하므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품질 확보, 규제 인증, 트랙레코드 축적, 투자 지속적 유지가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CDMO 특별법 후속조치 마련에 속도를 내는 한편 민관 협의를 통해 규제를 개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지난 27일 다이나믹바이오 워크숍에서 “산업계와 소통의 결과로 CDMO 규제 지원 특별법, 바이오시밀러 임상 3상 시험 간소화 관련 가이드라인 초안 등 성과가 나올 수 있었다”며 “민관 협력 채널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폭넓게 청취하고, 합리적인 규제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