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국제유가’ 자동차株 줄줄이 급락…“오히려 사업 재편 기회”

‘치솟는 국제유가’ 자동차株 줄줄이 급락…“오히려 사업 재편 기회”

기사승인 2026-03-31 06:00:08
현대자동차의 전동화 대형 SUV 아이오닉 9의 연식 변경 모델인 2027 아이오닉 9 외장. 연합뉴스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로 자동차 관련주가 급락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에 업종 비용이 상승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장주인 현대차를 필두로 연초 이후 높은 오름세를 시현했던 점도 변동성 확대 국면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는 평가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산업을 대표하는 종목들로 구성된 KRX 자동차지수는 지난달말 3978.34에서 전날 종가 기준 3011.56으로 약 한 달 동안 24.30% 급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6244.13에서 5277.30으로 15.48%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지수 낙폭을 뛰어넘는 하락세를 선보였다.

개별 종목의 내림세는 더욱 크다. 국내 자동차 대장주인 현대차 주가는 지난달말 67만4000원에서 전날 46만9500원으로 30.34% 하락했다. 아울러 기아(-26.28%), 현대모비스(-23.02%), KG모빌리티(-17.06%) 등도 크게 내렸다. 

이같은 하락세는 중동 지역에서 불거진 전운의 여파로 분석된다. 미국·이스라엘로부터 대규모 공습을 받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공급망 충격에 따라 국제 유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주요 산유국의 수출 통로로,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요충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열흘간 유예하겠다고 밝히며 협상 유도를 위한 완화적 기조로 선회하자, 국제유가는 한때 하락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미국의 지상군 파견 불확실성 고조와 이란의 대리 세력으로 분류되는 예멘 후티 반군이 공식 참전을 선언해 국제유가는 공습 유예 직후보다 뛰었다. 한국시간 기준 이날 오전8시15분 국제 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5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2.2% 상승한 배럴당 115.09달러로 치솟았다.

국제유가 상승세에 따른 충격은 에너지 집약 산업으로 연쇄 확산돼 제조업 부문의 비용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산업연구원이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로 인한 에너지 가격 충격을 국내 산업과 연관해 분석한 결과, 단기 공급 충격 시나리오(원유 +60%, LNG+75%)에서 국내 제조업 생산비는 5.4%, 3개월 이상의 장기 공급 충격 시나리오(원유 +129%, LNG +175%)의 경우 제조업 생산비는 최대 11.8%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국내 자동차 관련주에 대형 악재로 작용한다는 게 투자업계 측 분석이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산업은 전반적으로 (공급 충격에 따른) 비용 상승에 상당히 취약할 것이다. 판매량 감소 등 상당한 추요 충격을 감수하지 않고는 원가 부담을 소비자에 전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소비자는 차량 가격과 유지비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하게 된다. 자동차가 고가 내구소비재라는 제품 특성상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질 경우 소비자의 신차 구입 시기는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공급망 교란에 따른 생산 차질도 잠재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평가된다. 한국은 전체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이 가운데 90%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는 것으로 알려졌다”라면서 “자동차에 사용되는 각종 플라스틱, 화학 제품,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항로 우회로 인한 선적에 소요되는 기간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단기 생산에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자동차 관련주가 연초 이후 높은 상승세를 시현했던 점도 강한 조정 국면에 진입한 배경 중 하나로 분석된다. 대표적으로 현대차는 연초 29만8500원에서 중동 지역 리스크가 본격화되기 직전 시점은 지난달 27일 67만4000원으로 125.79% 급등했다. 현대차그룹이 지분 투자한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트라스의 호평에 로봇·자율주행·AI 기반의 미래형 제조 기업 발돋움 청사진을 시장에 제시한 영향이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로봇발 기대감에 의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자동차 업종은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영향이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동 사태로 확인된 위기가 오히려 자동차 산업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으로 인한 복합 위기는 산업 내 기술 혁신과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강제하는 효과도 있다”라며 “자동차 산업계는 혁신 기술 도입을 서두르고, 파워트레인 믹스, 생산 지역 믹스 재편을 통해 위기에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현대차는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총 9조원을 투입해 새만금에 인공지능(AI), 로봇, 친환경 에너지 혁신 거점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며 “현대차는 피지컬 AI 분야에서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플레이어 중 하나로 선도 업체와 격차를 빠르게 좁혀 나가고 있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현대차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제조 중심에서 AI와 로보틱스, 자율주행, 에너지를 결합한 피지컬 AI 중심 기업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이는 주가 상승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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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