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넥스 시장 활성화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유동성 위축과 신규 상장 감소로 기능 저하가 장기화한 코넥스를 초기 중소·벤처기업의 ‘성장 사다리’로 복원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단기적인 유동성 공급을 넘어 코넥스만의 자금조달 기능과 투자 매력을 강화하는 구조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넥스 시장은 중소·벤처기업 전용 자금조달 시장으로 2013년 출범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이 대형 우량기업, 코스닥이 기술·성장기업 중심이라면, 코넥스는 초기 중소기업의 상장 진입과 자금조달 접근성 제고를 목표로 설계된 시장이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넥스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16억5000만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거래형성종목수(일정 기간 거래가 발생한 종목 수)와 거래형성률(유동성·거래 강도를 나타내는 지표)은 각각 89종목, 75.5%를 기록했다. 신규 상장은 4건에 그쳤다.
이는 2021년 이후 이어진 감소 흐름의 연장선이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2021년 74억1000만원에서 △2022년(22억4000만원) △2023년(24억7000만원) △2024년(19억4000만원)으로 급감했다. 거래형성종목수와 거래형성률도 △2021년(114종목·83.9%) △2022년(102종목·80.3%) △2023년(104종목·80.5%) △2024년(99종목·79.9%)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신규 상장 역시 2021년 7건에서 2022년과 2023년 각각 14건으로 늘었다가 2024년 6건으로 다시 줄었다.
자금조달 기능도 약화됐다. 2021년 5348억원을 기록한 뒤 2022년 2077억원, 2023년 1642억원, 2024년 1343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3398억원으로 반등했지만 2021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코넥스 침체 배경은 ‘코스닥 직행’
코넥스 시장이 출범 초기부터 부진했던 것은 아니다. 코넥스시장 출범 1주년을 맞은 2014년 6월 말 기준 12개 기업이 사모전환사채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총 487억원을 조달했고, 상장 종목도 21개에서 55개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은 이어지지 못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코넥스 시장 활성화 정책 성과분석 보고서를 통해 코넥스시장이 2018년까지 성장세를 이어온 뒤 점차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코넥스 상장사의 자금조달 부진과 코스닥 상장 기준 완화로 인한 직상장 선호 증가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가장 큰 원인은 지난 2017년 정부가 도입한 이익미실현 기업 상장 특례(테슬라 상장 요건)로 꼽힌다. 당시 상장 요건 완화가 코넥스에만 국한되지 않고 코스닥에도 적용되면서 코넥스를 거치지 않고 바로 상장하는 길이 열렸다. 이에 따라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코넥스를 배제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강재원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초 코넥스시장은 코스닥 직상장이 어려운 기업이 거쳐 가는 중간 기착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를 고려하면 코스닥 상장 기준 완화로 인한 코넥스 상장 침체는 필연적인 결과”라며 “지난 2017년 이익미실현 기업의 일반상장을 허용한 결과 코넥스시장 신규상장 건수는 전년 50개에서 29개로 크게 감소한 반면, 코스닥은 59건에서 70건으로 늘었다”고 지적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코넥스를 거치는 번거로움 없이 곧바로 코스닥에 갈 수 있는 문턱이 낮아지면 코넥스를 선택할 유인이 줄어든다”며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코넥스 신규 상장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배경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정부, 코넥스 ‘체질 개선’ 시동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정부는 코넥스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금융당국은 지난 18일 △유관기관 코넥스 투자펀드 확대 △코넥스 상장 시 지정자문인·외부감사인 수수료 일부 지원 △지방기업 대상 상장유치 및 이전상장 지원 프로그램 강화 △증권사 지정자문인 참여 유인 확대 등을 골자로 한 대책을 발표했다.
코넥스 투자펀드를 2배 이상 확대하는 방안이 핵심으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약 1000억원 규모의 유관기관 코넥스 투자펀드를 대폭 늘려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김 교수는 “코넥스 자금조달 규모가 급감한 핵심 원인은 ‘사려는 사람이 없다’는 유동성 함정에 기인한다. 기관 자금이 먼저 들어가 호가를 형성해 주면, 망설이던 민간 VC나 엔젤 투자자들의 매수세를 유인하는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넥스 상장 시 지정자문인·외부감사인 수수료 일부 지원과 지방기업 대상 상장유치 및 이전상장 지원 프로그램 강화도 시장 유동성 공급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교수는 “단순 규모 확대를 넘어 지방 기업 및 초도 성장 기업에 대한 집중 투자, 지정자문인 수수료 지원 등 비용 보전책이 병행된다는 점은 과거 스케일업 펀드와 차별화 포인트”라며 “단순히 돈을 넣는 것을 넘어, 기업이 상장 상태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 부담(Costo of Listing)을 직접 낮춰주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부가 공개한 코스닥시장 개혁안도 코넥스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코스닥시장 부실기업의 신속한 퇴출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오는 7월부터 코스닥시장에서 주가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를 상장폐지 요건으로 신설하고, 시가총액 상폐 요건도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현재 코스닥시장은 상장 퇴출 요건을 강화하고 있다. 진입이 아닌 생존하는 게 문제인 시장이 되는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판단이 필요해진 시기다. 코스닥 시장에 들어가 2~3년 안에 상장폐지 위기를 맞을 것인지, 비상장 상태에서 성장해 코스닥으로 갈 것인지, 제3의 시장으로서 코넥스에 진입해 성장한 뒤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할 것인지 선택하게 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3개의 선택지가 다 매력적이어야 기업 입장에서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하나의 선택지가 압도적으로 매력적일 경우 선택이라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지금까지는 코스닥 진입이 너무 쉬웠기 때문에 코넥스를 통한 이전 상장이 외면받았다”라면서 “이번 정부 방침은 코스닥시장 이전 상장을 위한 중간 단계로서 코넥스 시장 역할을 정립한다는 의미의 활성화다. 초기 중소기업이 코넥스에서 탄탄한 기반을 갖춘 다음 우수 기업으로 변모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넥스 살릴 ‘마지막 퍼즐’
다만 코넥스 시장이 ‘인큐베이터’로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단순한 유동성 공급을 넘어 투자 구조 전반을 손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 자금 유입을 확대하고, 시장 참여자를 재정비해 코넥스만의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자금 공급 방식의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대표적으로 기업성장투자기구(BDC)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BDC는 비상장·중소 성장기업에 투자하는 공모펀드를 상장해 일반 투자자도 간접 투자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를 코넥스에 상장하면 기업은 성장 자금을 보다 쉽게 확보할 수 있고, 투자자는 비상장 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김 교수는 “비상장 유망 기업에 투자하는 BDC 펀드 자체를 코넥스에 상장시켜 일반 투자자들이 코넥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비상장 우량주’에 간접 투자하게 만드는 구조적 유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투자 유인을 높이기 위한 세제 지원 강화도 과제로 꼽힌다. 현재 코넥스는 낮은 증권거래세율(0.1%)과 일부 세제 혜택이 적용되지만, 시장 활성화를 이끌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김 교수는 “코넥스 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기관에 더 강력한 법인세 감면이나 손실 보전 장치를 제공해 시장 정체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 구조 자체를 재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개인 투자자 중심의 유동성 확보에 한계가 있는 만큼, 벤처캐피털(VC)과 기관 투자자 등 전문 투자자 중심의 시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비상장 주식을 보다 효율적으로 거래하고 가격을 형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다. 결국 코넥스 활성화의 성패는 단기적인 자금 투입이 아니라, 자금·세제·시장 구조를 아우르는 역할 재정립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