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여파로 물가와 생활비 부담이 커진 가운데, 현금 지원과 유류비 보조를 담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이 나왔다. 국민 3분의 2는 최대 60만원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
정부는 31일 국무회의에서 총 26조2000억원 규모의 ‘2026년 추경안’을 심의·의결했다.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 부담 완화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민생·산업·지방재정을 묶은 위기 대응 종합 패키지다.
이번 추경은 중동 전쟁 이후 유가 급등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두바이유 가격은 한 달 사이 60달러 선에서 130달러대까지 뛰었다. 이에 따라 해운비 상승과 공급망 불안이 동시에 발생했다. 유가 상승 영향은 고용과 물가 등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정부가 ‘속도전 추경’에 나섰다.
우선 정부는 전체 추경의 약 40%인 10조1000억원을 유류비 부담 완화에 투입한다. 기름값 안정과 유류비 절감을 위해 석유 최고가격제 유지에 5조원을 배정했다. 이와 함께 차량 5부제 시행과 연계해 K-패스 대중교통 환급률을 최대 30%포인트(p) 올리는 데 877억원을 투입한다.
이번 추경의 가장 체감되는 변화는 사실상 ‘현금성 지원’이다. 총 4조8000억원을 투입해 소득 하위 70% 국민에게 1인당 10만~60만원의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지급한다. 지방과 취약계층일수록 지원금이 더 커지는 구조다. 기초·차상위 가구는 1차로 우선 지급하고, 이후 건보료 등을 기준으로 대상을 확정해 나머지 국민에게 지급한다. 지원금은 지역화폐로 지급해 지역 상권 활성화를 함께 노린다.
에너지 취약계층 중 등유·LPG 사용 20만 가구에는 에너지바우처 5만원이 추가 지급된다. 여기에 102억원이 투입된다. 시설농가 5만4000개소와 어업인 2만9000명에는 유가연동 보조금을 한시 지원한다. 관련 예산은 546억원이다. 연안 화물선 등에는 리터당 1700원을 초과한 선박용 경유 가격의 최대 50%를 지원한다.
민생 안정에는 2조8000억원이 투입된다. 소상공인 대상 긴급경영안정자금 등 정책자금을 확대하고, 석유화학 등 업종 고용유지지원금 대상도 3만8000명에서 4만8000명으로 늘린다. 체불임금 지원과 저소득 근로자 생활안정자금 확대(316억원)도 포함됐다.
또한 스타트업 경진대회 ‘모두의 창업’ 등을 포함한 창업·일자리 지원에 1조9000억원이 투입된다. 특히 ‘쉬었음 청년’까지 지원 대상을 넓힌 점이 특징이다.
산업 피해 최소화와 공급망 안정을 위해 2조6000억원도 별도로 투입된다. 수출기업에는 정책금융 7조1000억원이 공급된다. 관광업 등 피해 산업에는 3000억원 규모의 저금리 자금이 지원된다.
에너지 전환과 관련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 지원을 1조1000억원 규모로 확대한다. 전기화물차 4만5000대 추가 보급에 보조금 900억원도 투입한다. 공급망의 경우 나프타 수급 안정을 위해 5000억원을 들여 수입 비용 일부를 지원한다. 석유 비축 물량은 130만 배럴 확대한다. 중동 의존도가 높은 요소의 수입선 다변화도 추진한다.
이밖에 지방 재정에는 9조7000억원 규모의 교부세를 확대해 투자 여력을 보강한다.
이번 추경은 국채를 새로 발행하지 않고 초과세수 25조2000억원과 기금 재원으로 충당한다. 오히려 1조원은 국채 상환에 사용해 국가채무 비율도 소폭 낮췄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금 우리 경제에는 중동 지역 긴장 심화에 따른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 급증이라는 거대한 위기의 파도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면서 “이 파도가 우리 국민과 경제에 미치기 전에 지체 없이 금번 추경예산안이라는 견고한 제방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여야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거쳐 4월10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세종=김태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