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93% 급등·운임 2배↑…호황 누리던 K-뷰티 ‘긴장’

나프타 93% 급등·운임 2배↑…호황 누리던 K-뷰티 ‘긴장’

나프타 3주 만에 93% 급등…용기·포장재 비용 먼저 압박
홍해 리스크에 운임 2배↑…장기화 시 공급망 전반 타격

기사승인 2026-04-01 06:00:09
국내 화장품 매장을 방문한 내·외국인 손님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쿠키뉴스 자료사진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화장품 공급망 전반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나프타 가격 급등과 해상 물류 불안이 맞물리는 가운데, 업계는 현재까지는 공급 차질 없이 대응 가능한 수준으로 보고 있지만, 일정 기간을 넘어설 경우 원료와 패키징 전반에서 영향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이란-이스라엘·미국 간 긴장 고조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현실화되며 지난 20일 기준 나프타 가격은 톤당 1068달러로, 미·이란 갈등 격화 이전인 지난달 27일(640달러) 대비 약 70% 상승했다. 나프타는 에틸렌을 거쳐 PE·PP·PET 등 합성수지로 가공되는 기초 원료로, 화장품 용기와 캡, 펌프, 마스크팩 필름지 등 패키징 전반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 이 같은 구조상 원료 가격 상승은 곧바로 패키징 비용으로 전이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공급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에틸렌 재고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달 말부터 가동률 하락과 생산 차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나프타 공급이 축소될 경우 이를 기반으로 하는 플라스틱 용기와 포장재 생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예멘 후티 반군의 개입으로 홍해 항로까지 불안정해지면서 글로벌 물류망 리스크도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 실제 글로벌 해상 운임도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기준 유럽 노선 운임은 홍해 항로 불안 여파로 지난 20일 기준 전주 대비 14.9% 상승하며 물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원재료 가격 상승과 해상 운송 지연이 맞물릴 경우, 플라스틱 가공업체와 용기·포장재 협력사를 중심으로 비용 압박이 먼저 나타나고, 이는 화장품 제조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화장품 산업은 원료뿐 아니라 용기·펌프 등 부자재 확보가 제품 생산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패키징 단계의 변동성이 전체 밸류체인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현재를 ‘문제 없음’이라기보다 재고와 기존 공급망을 기반으로 버티는 구간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주요 기업들은 아직까지는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현재까지 제품 포장재 수급에 직접적인 차질은 없다”며 “중동 지역 긴장과 물류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원자재 수급과 국제 물류망, 환율 변동 등 사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시에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대체 물류 경로 확보와 공급망 안정성 강화 등 대응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리스크가 일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상황이 빠르게 바뀔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나프타 공급 축소가 현실화될 경우, 석유화학 원료를 기반으로 하는 포장재 생산 단계에서부터 병목이 발생하며 화장품 생산 전반으로 영향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해 일부 기업들은 가격 인상 대신 내부 대응을 통해 비용 부담을 흡수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에이피알은 이날 정기 주주총회에서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 장기화와 유가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 가능성에 대해 당분간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신 선제적인 재고 관리와 공급망 다변화 등을 통해 원가 상승 압박을 최대한 방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원료와 부자재 수급에 직접적인 차질은 없지만, 나프타 공급이 줄어드는 시점부터가 사실상 리스크가 현실화되는 구간으로 봐야 한다”며 “석유화학 기업들이 공급 물량을 줄이게 되면 포장재 기업으로 전달되는 나프타 물량도 단계적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5~6개월 이상 상황이 이어지면 장기화로 판단하는데, 여름을 지나서도 상황이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원료를 공급받는 업체부터 시작해 밸류체인 전반에 타격이 확산될 수 있다”며 “화장품은 단가 자체가 낮은 산업이라 원가가 조금만 올라가도 체감 상승폭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플라스틱 용기 등 포장재는 화장품 생산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전체 생산 라인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업계 전반이 다양한 시나리오를 두고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심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