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기본법’ 국회 통과…“환자 중심 의료 전환점”

‘환자기본법’ 국회 통과…“환자 중심 의료 전환점”

환자 권리 12개 명시…5년 단위 환자정책 기본계획 수립
5월29일 ‘환자의 날’ 지정…“하위법령·제도 정비 관건”

기사승인 2026-03-31 18:26:58
31일 국회에서 3월 임시국회 제3차 본회의가 열렸다. 연합뉴스 

환자의 권리를 체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환자기본법’ 이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환자단체들이 환자도 보건의료 정책의 주체로 설 법적 근거를 갖게 됐다며 환영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는 이날 공동논평을 통해 “우리나라 환자와 환자단체는 의정갈등으로 촉발된 1년 7개월간의 의료공백 사태를 겪으면서 환자의 투병을 지원하고 권리를 보호할 법적·제도적 기반이 얼마나 취약한지 절감했다”며 이번 법 통과를 반겼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환자기본법’은 환자의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환자 중심의 보건의료 정책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기본 법률이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남 의원이 대표발의한 2건의 환자기본법안과 김윤 민주당 의원과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환자안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병합 심사해 대안을 마련했으며, 이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이날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됐다.

법안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관계 중앙행정기관과 협의해 5년마다 환자정책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고, 매년 연도별 시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또 환자 권리 증진과 환자 안전, 의료 질 향상을 위한 정책 수립을 위해 5년마다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공표하도록 했다.

환자 정책을 심의하기 위해 복지부 장관 소속 환자정책위원회가 설치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환자단체를 보호·육성하며 정책 결정 과정에 환자 또는 환자단체의 참여를 보장하도록 규정했다.

환자의 권리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환자는 △적정한 보건의료 서비스를 받을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 △질병 상태와 치료 방법 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들을 권리 △진료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 △진료기록 열람 및 정보 제공을 받을 권리 △건강정보 보호를 받을 권리 △사생활과 비밀을 보호받을 권리 △안전한 치료를 받을 권리 △의료 피해에 대한 공정한 구제를 받을 권리 △건강 관련 교육을 받을 권리 △정책에 의견을 제안할 권리 △환자단체를 조직하고 활동할 권리 등 총 12가지 권리를 규정했다.

이와 함께 매년 5월29일을 ‘환자의 날’로 지정해 국가와 지자체가 환자 정책에 대한 국민 이해를 높이고, 환자 중심 보건의료 환경 조성을 위한 교육·홍보를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5월29일은 항암제 투약 오류로 사망한 정종현 군의 기일로, 해당 사건을 계기로 환자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며 환자안전법 제정이 추진된 바 있다.

환자단체들은 “환자기본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대한민국 보건의료는 환자 중심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며 “환자의 투병과 권리 보장을 더는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로 받아들인 국회의 결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환자의 안전하게 치료받을 권리를 비롯한 12개 권리가 보다 분명하게 규정됐고, 환자안전 활동도 더 이상 의료기관 내부의 보고 체계에만 머무르지 않게 됐다”며 “이제 환자와 보호자도 환자안전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주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추가 조사가 필요한 환자 안전사고에 대해 중앙환자안전센터가 직접 조사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의료기관에 개선 활동의 수립·이행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데 대해선 “환자 안전사고를 은폐와 책임 공방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학습과 재발 방지로 연결하는 체계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진전”이라고 설명했다.

환자단체들은 “환자안전법이 환자기본법에 통합되는 상황에서 종현군의 기일을 ‘환자의 날’로 정한 것은 환자안전과 권리가 구체적인 희생과 사회적 교훈 위에 세워진 가치임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면서 “이제 중요한 것은 환자기본법 제정 자체에 머무르지 않고, 이 법률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는 법률 시행에 필요한 하위 법령과 제도를 조속히 정비하고, 연구사업, 실태조사, 환자정책위원회 구성, 환자단체 참여 보장 등이 실효성 있게 추진되도록 책임 있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